연 매출 8억 원을 달성하며 갑부 대열에 오른 수선 경력 33년 차 경한 씨는 과거 낡고 해져 수명을 다한 가방처럼 망가진 인생을 살았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명품에 대한 보복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한 씨의 명품 수선 가게도 덩달아 바빠졌다.
그 이유는 명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점점 오르자 소비자들이 장롱 속에 방치돼 있던 가방을 리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의 손을 거치면 철 지난 커다란 가방이 최근 유행하는 복조리 모양의 버킷 백이나 동그란 탬버린 백으로 환골탈태한다.
이처럼 오래된 디자인이라 천대받던 것은 가치 있는 가방으로 환생시키고 소생 불가능할 것 같은 가방은 새 삶을 살게 하는 경한 씨는 한 달에 약 1000 건의 의뢰를 받으며 연 매출 8억 원을 달성한 것.
특히 지금의 매출을 올린 데에는 명품 그 이상의 빛을 발하는 동료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 이들은 1980년대 우리나라의 봉제 산업을 이끌던 베테랑 수선 장인들로 총 경력만 무려 200년이다.
'살릴 수 있나?', '이 상처는 어떻게 꿰맬까?'라며 마치 환자를 사이에 둔 의사들의 대화가 경한 씨의 동료들 사이에서도 이어지는데 한 땀 한 땀이 중요한 명품 수선이다 보니 분과가 나누어져 있는 종합병원처럼 각자 담당하는 분야가 다르다.
특정 브랜드만을 다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갑만 만드는 사람이 있고 리폼만 담당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실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분업화를 통해 제품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린 덕분에 나날이 주문량은 늘어가는 상황이다.
이렇듯 경한 씨가 수선 사업에 성공하기까지에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하루아침에 네 식구의 가장이 된 경한 씨는 돈을 벌기 위해 수선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안의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노름에 손을 대고 만 것이다. 한탕주의에 빠져 집 전세금까지 날리며 허덕이고 있을 때 경한 씨는 어머니가 폐암에 걸려 피폐해진 모습을 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려 수선 일에 매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생명을 다한 가방을 살려내는 금손으로 자신의 인생까지 수선해 빛나는 삶을 사는 경한 씨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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