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흥국생명 양강구도 깨지고 현대건설 뉴 챔피언으로…외국인 선수·7구단 창단 등 변수
#백팔십도 달라진 리그 판도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2파전으로 진행된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 승부는 GS칼텍스의 완승으로 끝났다. V리그 이전 전초전으로 열린 KOVO컵에서도 양팀은 결승에서 맞붙어 GS칼텍스가 우승컵을 가져갔다. 정규리그에서도 흥국생명이 치고 나가는 듯했지만 역전이 이뤄졌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GS칼텍스가 승리했다. GS칼텍스의 3관왕은 V리그 창설 이후 최초다.
2021-2022시즌 V리그 판도는 사뭇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파전을 이뤘던 양팀의 전력 변화가 극심하다. GS칼텍스는 ‘쏘쏘자매’로 불리던 3관왕의 주역 이소영-강소휘 콤비가 해체됐다. FA(자유계약) 자격을 획득한 이소영은 데뷔부터 함께한 GS칼텍스와 작별하고 KGC인삼공사로 떠났다. 레프트 포지션에서 공백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GS칼텍스는 보상선수로 국가대표 리베로 오지영을 선택해 수비를 보강했다. 이어 유망주 박혜민을 인삼공사에 내주고 최은지를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3관왕을 이루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러츠(206cm)를 붙잡는 데 실패해 높이가 낮아졌다.
흥국생명은 더 큰 전력 손실이 겪었다. 1년간 함께했던 김연경이 중국 상하이와 계약하며 다시 팀을 떠났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불미스러운 일로 선수 등록을 하지 못했다. 베테랑 센터 김세영까지 은퇴를 선언했다. 샐러리캡 최소한도(50%)조차 채우지 못할 정도로 선수단에 큰 공백이 생겼다. 국가대표 출신 리베로 김해란이 출산 이후 복귀를 선언한 것이 그나마 호재다.
#꼴찌팀이 우승팀으로…반전 일어난 컵대회
2021 KOVO컵 여자부 최종 우승은 현대건설이 차지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V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팀이다. 불과 약 5개월 전 꼴찌팀이 컵대회 우승컵을 거머쥐며 이번 시즌의 달라질 판도를 예고했다.
현대건설 선수단은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어컨 리그'에서 이렇다 할 전력 보강도, 유출도 없었던 팀이다. 우승의 배경에는 유망주로 불리던 김다인 이다현 정지윤의 성장이 있다. 김연경에게 ‘후계자’로 지목된 정지윤은 종횡무진 활약으로 대회 MVP에 선발됐다. 영건들의 활약에 더해 양효진 황민경 황연주 등 베테랑들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전력 유출로 고전이 예상됐던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은 나란히 4강에 올라 건재를 과시했다. GS칼텍스는 에이스 이소영을 잃었음에도 다양한 선수들이 득점에 가담하는 특유의 팀 컬러를 자랑하며 A조 1위에 올랐다. 흥국생명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준결승에 진출한 또 하나의 팀은 한국도로공사다. 국가대표 공격수 박정아를 앞세운 이들은 인삼공사에 셧아웃(3-0) 승리를 따내며 나쁘지 않은 출발을 알렸다.
#외국인 선수와 7구단의 존재감
컵대회의 결과가 V리그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리라는 법은 없다. 오는 10월께 개막할 V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와 7구단이라는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시즌 컵대회는 외국인 선수 없이 치러졌다.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는 막대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국내 선수들의 전력이 다소 뒤떨어지는 팀이라 하더라도 잘 뽑은 외국인 선수의 ‘일당백’ 활약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지난 시즌 우승의 향방을 가른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맞대결에서도 외국인 선수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GS칼텍스에서는 장신 러츠가 공격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준 반면 흥국생명은 루시아가 시즌 도중 이탈하고 대신 들어온 브루나가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며 속을 태웠다. 결국 러츠의 안정적인 활약 속에 GS칼텍스는 3관왕을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기존 소속팀과 재계약을 맺은 외국인 선수는 도로공사의 켈시뿐이다. 다른 팀들은 지난 4월 열린 트라이아웃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선택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1순위로 선택을 받은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다. 엘리자벳은 트라이아웃 명단 발표 이후 다수의 팀이 눈독을 들이던 자원으로 알려졌다. 가장 처음 이름이 불리며 신생팀 페퍼저축은행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도로공사, 페퍼저축은행을 포함한 대부분 팀이 라이트 공격수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를 지목했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의 창단도 지난 시즌과 비교해 큰 변화 중 하나다. 이들은 기존 6구단 중 5개 구단에서 특별지명 선수를 선택하고 FA로 하혜진, 실업 무대에서 뛰던 구솔을 영입했다. 신인드래프트(9월 7일 예정)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선수수급이 안 돼 KOVO컵에는 불참했지만 V리그 정규시즌부터는 경기를 치를 전망이다.
신인 선수들이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신생팀의 특성상 이들이 상위권을 위협하는 성적을 낼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로 선수를 선발했기에 예상외의 복병이 될 가능성도 있다.
7구단 체제가 되면서 늘어날 경기 수도 변수다. 여자부 정규리그 경기 수는 팀당 기존 30경기에서 36경기가 된다. 선수층이 탄탄한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낼 공산이 커졌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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