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건축물 세계 특허, 도봉산역 평화문화진지 내 10월 선보여…설계자 이형호 “프리츠커상 도전”
도봉문화공간 야외음악홀을 설계한 이는 이형호 UR컬처파크 대표(57)다. 자칭 ‘소리건축가’인 이 대표는 강원도 원주시 산자락에서 이와 유사한 야외공연장을 2018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약 3만 6300m²(1만 1000평) 부지에 전시, 공연, 아카데미, 세미나, 프라이빗 파티, 웨딩 등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과 그 중심부에 있는 ‘사운드 포커싱 스페이스’가 그것.
“무대 중앙의 소리가 360도 원형의 유리 벽면에 반사돼 서라운드 확성 기능을 통해 큰 울림으로 돌아오고 위로 퍼져나가 무대 주변의 관객과 2층에서 스페이스를 둘러싸고 관람하는 이들은 ‘원음’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같은 야외음악홀을 기획한 데는 사연이 있다. 평화문화진지 구역이 공공용지여서 일반 음악홀과 같은 건축을 할 수 없는 데다, 도심지 야외음악홀의 경우 주변 거주자들의 소음 민원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한 건축물 없이 유리벽만으로도 훌륭한 소리를 낼 뿐더러 그 소리가 무대 주변의 관객들에게만 제대로 전달되고, 그 뒤로는 공중에 흩어져 사라지니 제 소리건축이 딱 맞았던 거죠.”
실제 도봉구청은 유리벽을 조형물로 허가받아 야외음악홀을 마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소리 건축물’로 세계 특허를 취득했다. 이 대표는 원래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미술학도였으나, 건축사무소를 두고 교회, 뮤지컬 무대 등 예술 공간을 설계하면서 ‘소리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 대표의 ‘소리건축’에 대한 관심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보였다. 2019년 방한한 이탈리아 부파(Buffa, 희극 오페라)의 대가 마우리치오 피코니(Maurizio Picconi)는 야외 홀임에도 녹음이 가능할 정도라고 감탄하며, 이탈리아에 소리건축 기술이전을 적극 추진했다고 한다. 현재는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연기된 상태라고 한다.
이후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 유치에 나섰다. 소리민원 해결과, 근사한 디자인의 야외음악홀을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봉구청의 이번 야외음악홀이 첫 사례인 것이다. 수원시는 현재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야외음악홀과 관련 도봉구청과 로열티 협상을 진행 중인 이 대표는 소리건축 구조물을 국내보다는 해외에 턴키로 수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뛰어넘고, 국내에서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한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타보겠다는 것이다. 국내 건축계의 높은 장벽이 미술학도인 이 대표의 이 같은 의지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창희 기자 twin92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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