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6월 KBS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장장 21년 간의 방송 역사를 뒤로 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방청객 앞에서 개그를 펼치는 '공개 코미디' 형식으로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던 개그콘서트는 왜 사라진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디어 시장의 변화다. 인터넷플랫폼 유튜브가 주류 미디어로 급부상하면서 자극적이면서도 감각적이고 신선한 콘텐츠로 젊은층을 사로잡았다면 지상파 코미디엔 늘 한계가 존재했다.
과거 시청자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날 수 있었던 통로는 TV 뿐이었다. 하지만 유튜브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기존 지상파에 지루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자유롭게 동영상 콘텐츠를 올리고 볼 수 있는 유튜브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방송시간에 맞춰 TV앞에 앉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상파의 유일한 개그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가 사라지면서 방송가에서 개그맨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방송출연은 확실히 줄었지만 개그맨들은 새로운 무대에서 여전히 자신만의 개그 공연을 펼치고 있다.
바로 유튜브에서다. '골목대장 마빡이'에서 대빡이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개그맨 김대범 씨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작가, 연출, 촬영, 편집, 출연까지 혼자 도맡으며 주로 군 생활을 소재로 한 영상을 콩트 형식으로 제작해 올리고 있다. 자신만의 개그 철학을 유지하며 지속해서 영상을 만들어올린 결과 지난 달엔 1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개그맨 이상훈 씨는 자신의 오랜 취미였던 피규어 수집을 개인방송에 적극 활용했다. 그동안 모은 피규어들을 소개하고 캐릭터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 유튜브에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개그맨들이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무명에 가까웠던 개그맨들이 숨은 끼를 뽐내며 그 실력을 재평가받고 있는 채널부터 실제 개그맨 커플의 데이트 영상을 올려 많은 구독자를 모은 채널까지, 단순히 끼를 방출하는 무대를 넘어 방송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던 개그맨들의 재발견까지 이뤄내고 있는 유튜브의 장점을 들여다본다.
과거 개인방송에만 머물러 있던 유튜브는 이제 지상파 방송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TV선 볼 수 없는 온라인 전용 콘텐츠 ’웹예능‘을 따로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웹예능은 웹+예능의 합성어로 기존 TV에서 방영되었던 예능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형식과 감성을 가진 콘텐츠 제작의 필요성을 방송사들이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의 장점은 TV보다 자유롭게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제작한 조세호의 '와인바'는 매회 여러 나라의 와인을 소개하며 미처 몰랐던 와인에 대한 정보와 출연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TV에선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술'이라는 소재도 웹예능에선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다. 지난해 방송되었던 김구라의 '구라철'은 시청자를 대신해 개그맨 김구라가 대신 질문하고 속시원한 대답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으로 자사 TV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대놓고 비판하는 등 그간 지상파에선 볼 수 없었던 신선함과 과감함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지상파에선 담을 수 없었던 소재와 새로운 콘텐츠로 기존 방송의 개념까지 바꾸고 있는 웹예능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지난해 KBS 입사 3년차인 정용재 PD는 선배인 조영중 PD와 함께 크리에이터 체험에 나섰다. 유튜브가 콘텐츠를 장악한 시대에 TV가 설 자리는 어디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도전이었다. 정용재 PD는 젊음을 무기로 무엇이든 도전해보는 채널을 개설하고 브이로그, 공부법, 뷰팅 등 온갖 장르를 섭렵하며 고군분투했다.
한편 아이 셋의 아빠기도 한 조영중 PD는 육아 콘텐츠와 운동 콘텐츠를 결합한 콘텐츠를 운영했다. 약 10개월 간 유튜브 세계에서 갱쟁을 펼친 두 사람. 결과는 어땠을까. 또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평범한 듯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다른 인기 유튜브 채널 콘텐츠의 숨은 비밀을 알아본다.
하지만 유튜브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부작용도 가져오고 있다. 유사한 콘텐츠가 많다보니 크리에이터들은 조금이라도 차별화를 두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을 내보내기 일쑤다. 지난해 한 크리에이터가 인터넷을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있었다.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올려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한 한 크리에이터. 그런데 그가 가진 증상이 거짓이라는 의혹들이 제기됐고 결국 장애가 아닌 조작이었음이 드러나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정치, 시사 관련 콘텐츠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로 얼룩져 있고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도 한다.
향후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이끌 핵심산업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과 문제점도 존재하는 유튜브의 명암을 진단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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