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위 국감에 소환된 김준구·이진수 대표…IP 활용 해외 시장 공략 ‘빨간불’
#국감장 불려 나온 네이버·카카오웹툰 대표들
10월 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와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의원들이 웹툰·웹소설 플랫폼업계의 플랫폼에 유리한 불공정 판권 계약, 과도한 수수료 요구 등의 책임을 묻고 하도급 관행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들 기업의 높은 수수료는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작품 수익의 약 30%를 수수료를 가져간다. 작가가 카카오엔터의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수수료율 45%까지 내야 한다. 카카오는 작가에게 선인세를 주는 방식이라 이에 따른 리스크 때문에 수수료를 높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출판협회는 “카카오가 원하는 대로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 이상 매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작가와 출판사는 어떠한 대가도 없이 작품을 무료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김동훈 웹툰작가노조 위원장은 “이중삼중의 유통 구조 탓에 거대 플랫폼과 CP(콘텐츠 제작사)에 떼주고 나면, 작가들은 최저생계비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플랫폼사는 제작사 지분도 갖고 있어 사실상 이중삼중 구조로 작가가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준구 대표는 “네이버웹툰은 소속 작가의 88%가 직계약 구조라서 위원장이 설명한 수익 구조와 연관성이 낮다”며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개선 및 연구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진수 대표는 “카카오엔터 내 자회사 및 관계사를 전수조사해 계약 및 협업구조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카카오엔터가 할 수 있는 부분과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까지 힘을 합쳐 개선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IOS), 구글 안드로이드 등 운영체제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하면서 생긴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실제 정산율에서 차이가 있어 수수료율대로 가져가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9월 14일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출판 생태계 ‘파괴행위’ 시정을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협회는 “카카오는 자사의 독점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마케팅을 추가로 해준다는 명목으로 유통 수수료 20%를 별도로 출판사와 작가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네이버는 웹툰화를 명분으로 타 유통사에 유통 중인 원작 웹소설을 내려야 한다는 불공정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카오·네이버는 웹소설 원작의 웹툰화를 명목으로 해외 판권 등 2차 저작권마저 출판사나 작가로부터 강요하다시피 확보하고 있다”고 정부 당국의 강력한 대처를 요구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2020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웹툰 작가의 50.4%가 불공정 계약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저작권, 해외 판권 등 제작사에게 유리한 일방적 계약을 답한 비율이 18%로 가장 높았다. 계약 체결 전 수정 요청 거부(12.4%), 매출 또는 정산내역 미제공(12%) 등이 뒤를 이었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공정위가 2018년 26개의 웹툰 서비스 사업자가 사용하는 웹툰 연재 계약서를 심사해서 작가에게 불리한 10개의 유형에 대한 불공정약관의 시정요구를 했지만, 3년 6개월이 다 돼가는데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공모전 수상작을 대상으로 2차 저작권 귀속을 강요하려 했다는 의혹을 지난 7월부터 조사 중이다. '출품 작품의 저작권은 자사에 귀속한다'는 조건이 ‘거래상지위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공모전 가이드라인에는 주최 측이 수상작의 저작재산권을 일방적으로 가져간다고 사전에 결정해 고지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2차 저작권이란 웹툰·웹소설 등의 저작물을 드라마, 영화 등 영상화하거나 게임처럼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낼 권리를 의미한다.
#IP 없이 해외 진출 가능할까
네이버와 카카오는 경쟁적으로 해외 업체 인수 등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난 2월 네이버는 미국 2위 웹툰 플랫폼 태피툰의 운영사 콘텐츠퍼스트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지난 1월에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6억 달러(약 6533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 9월에는 국내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 지분 56.26%를 2차례 걸쳐 인수했다. 카카오도 뒤늦게 북미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와 웹툰 플랫폼 타파스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양사는 IP를 활용해 글로벌 영상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는 CJ그룹과 6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하는 상호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CJ ENM의 3대 주주,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에 올라섰다. 네이버 IP로 제작된 영화·드라마를 CJ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카카오엔터는 2023년까지 웹툰 65편을 드라마·영화로 만들 계획이다.
이번 국감을 계기로 2차 저작권, 해외 판권 계약과 관련해 작가의 목소리가 커진다면 웹툰·웹소설 업체들의 해외 시장 공략에도 한 단계 고비가 추가되는 셈이다. 작가가 넷플릭스 등 다른 제작사와 2차 저작물 계약을 맺는다면 네이버, 카카오에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실제 문학계에서도 2차 저작권 문제로 파장이 일자 불공정 계약을 시정했다. 지난해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가 계약서 상의 ‘저작권 양도 조항’을 문제 삼으며 ‘제4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을 거부하면서다. 조항에 따르면, 출판사는 수상자에게 상금을 지급하고 수상작의 출판권을 3년 동안 독점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올해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은 작가의 출판권과 저작권에 어떠한 침해도 없도록 한다는 내부 시행 규정을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플랫폼사는 불공정하게 2차 저작권을 귀속시킨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2차 저작권을 귀속한 사례는 없고, 2차 저작물 작성권에 대해 이용 허락을 받을 뿐이다. 원작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2차 저작물을 만들 수 있다”며 “실례로 원작자가 저희와 계약하지 않은 콘텐츠를 다른 제작사와 계약한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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