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할인점으로 유통 강자 재도약 꿈꿔…코스트코·트레이더스 맞서 경쟁력 보여줄지 미지수
#정리하던 빅마켓, 다시 문 연다
롯데마트는 2022년 초 목포점과 전주 송천점, 광주 상무점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빅마켓 점포수를 20개 이상 늘리겠다고 최근 밝혔다. 롯데마트 기존 점포들을 빅마켓으로 리뉴얼하는 전략이다. 아직 창고형 할인점이 많이 들어서지 않은 호남권과 창원지역을 우선 공략하고, 2023년 이후에는 수도권에 진입해 창고형 할인점을 본격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빅마켓은 롯데마트가 과거 흥행에 실패한 전례가 있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이다. 롯데마트는 2012년 금천 빅마켓 1호점을 시작으로 매장수를 5개까지 늘렸지만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에 돌입해 현재 2개 매장만 갖고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침체기에도 창고형 할인점은 꾸준히 성장하자, 대형마트 점포를 무조건 정리하기보다는 창고형 할인점으로 바꿔 키우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실제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자리를 잃어가는 대형마트와는 달리 창고형 할인점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문화의 확산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흐름 속에서 저렴한 대용량 상품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상품이나 PB(자체 브랜드) 상품 등 폭넓은 상품 구색을 갖춘 점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의 실적은 고공행진 중이다. 이마트가 2010년부터 운영한 트레이더스의 매출은 2017년 1조 5214억 원, 2018년 1조 9100억 원, 2019년 2조 3371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매출은 전년 대비 23.9% 늘어난 2조 8946억 원, 영업이익은 58.8% 증가한 843억 원을 기록했다. 코스트코코리아의 경우 가장 최근 실적인 지난해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매출은 4조 5229억 원, 영업이익은 1429억 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 6.1% 늘어난 수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트코는 4000여 개의 한정된 아이템을 대용량으로 판매해 가성비가 뛰어나고, 커클랜드라는 막강한 PB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유통 최강자로 온라인에서는 아마존, 오프라인으로는 코스트코가 꼽히는 이유”라며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도 두 형태의 비즈니스는 지속 성장 가능한 모델이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에 빅마켓도 승산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침체기 롯데는 수익성 떨어지는 매장들을 정리하는 방향을 택한 반면, 이마트는 대형마트를 체험형 상품과 맛집, 그로서리와 밀키트, PB 상품 등에 힘주며 매장을 리뉴얼했다. 이마트 전략이 좋은 성과를 내는 모습에 롯데도 경쟁력 강화 방안 중 하나로 빅마켓 사업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등 업계 기존 예측과 달리 매장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재도전, 성패 가를 관건은?
창고형 할인점의 성장 열차에 롯데마트가 승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롯데마트가 과거 빅마켓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이유는 가격과 상품 모두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회비를 받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코스트코 전략을 벤치마킹했지만, 소비자들이 돈 내고 이용하기에는 상품 구색과 품질이 일반 롯데마트 매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지난해 6월 회원제를 폐지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러는 동안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비회원제를 택하며 진입 장벽을 낮췄다. 동시에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자체 PB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의 직수입을 확대해 상품 차별화에 힘썼다. 이마트에 따르면, 트레이더스는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의류 등 전체 운영상품의 55%가량을 수입 상품으로 구성하고 있다. 점포도 2018년 15개, 2019년 18개, 2020년 19개, 올해 20개로 꾸준히 늘리며 외형을 확장했다. 결과적으로 트레이더스는 창고형 할인점 시장을 코스트코와 양분하며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마트도 과거와는 다른 새 전략을 내놨다. 합리적 가격의 대용량, 엄선된 상품이라는 창고형 할인점의 기본 가치 외에 기존 빅마켓의 강점인 신선 식품에 주력하겠다는 설명이다. 자체 브랜드(PB) 개발을 가속화하고 해외조달 상품을 확대해 차별화에 나설 계획으로, 특히 PB 해외조달 상품의 비중을 2023년까지 전체 상품의 30%로 확대한다. 또 지역 거점 점포로서 쇼핑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리빙과 와인 등 카테고리 전문 매장도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기존 빅마켓 사업에서 보여주지 못한 해외 소싱 역량을 어떻게 갑자기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보유한 PB상품의 브랜드 경쟁력도 높지 않다는 평가다. 롯데마트는 식품 PB 초이스엘, 건강식품 PB 해빗 등을 보유하고 있다. 빅마켓 사업이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상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홈플러스 역시 롯데마트보다 먼저 기존 대형마트를 창고형 할인점 ‘홈플러스 스페셜’로 바꾸는 전략을 폈지만, 아직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서용구 교수는 “롯데마트는 그간 홈쇼핑, 마트, 슈퍼마켓 등 다양한 채널의 유통 사업을 영위하면서 수비에 치우친 경영을 했다”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가 약했고 변화에 느린 관료주의 조직 문화도 롯데가 유통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창고형 할인점이 서바이벌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걸 알았다는 점은 유의미하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 구색이고, 가격 경쟁력은 그 다음”이라고 제언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도 “롯데마트는 대형마트에서 파는 상품 구색을 그대로 빅마켓에 가져다 놓고 제품 단량만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창고형 할인점을 운영했고, PB 브랜드 영향력도 낮아 상품 차별화에 실패했다”며 “상품이 좋아야 입 소문이 난다. 잘 팔리는 것들을 선정하는 소싱 역량을 키우고, 국내 업체들을 잘 개발해서 질 좋고 가성비 있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핵심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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