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 현 최대주주 주식 매입 제동, 포스코 재인수 전망도…포스코플랜텍 “소송 결과 지켜보고 있어”
포스코의 자회사로 설립된 포스코플랜텍은 현재 EPC(설계·조달·시공)업체로서 대형 건설 프로젝트 및 인프라 사업을 한다. 2013년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성진지오텍과 합병했지만 시너지 효과는커녕 부진한 실적을 떠안았다. 특히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의 자금 유용 등으로 인해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KDB산업은행(산업은행) 등 금융권이 차입금 만기 연장을 거부하며 유동성 문제에 빠졌다.
포스코가 본사 인력 및 29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추진했지만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2015년 9월 포스코플랜텍은 포스코의 물량 발주 약속을 바탕으로 채권단과 워크아웃(회생작업) 절차를 개시했고, 이듬해 4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포스코플랜텍은 부실사업 정리·자산매각·구조조정 등을 통해 워크아웃을 빠르게 극복했다. 워크아웃 2년째인 2017년 상반기부터는 흑자로 전환됐다. 실적 개선에는 포스코의 역할이 지대했다. 포스코플랜텍 매출의 약 90%가 포스코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정우 포스코플랜텍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포스코의 매출 의존도를 중장기적으로 50%까지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역시 매출의 약 88%를 포스코에 의존하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5월 채권단과 협의해 무상감자와 출자 전환, 유상증자 등을 진행하면서 최대주주였던 포스코의 관계사에서 벗어나 출자사가 됐다. 즉 포스코가 사실상 매각 절차를 통해 그룹에서 분리시켰으나 사명을 비롯해 사업 수주 등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출자금은 장부가액 기준 약 194억 3700만 원 규모로 포스코의 비상장 출자법인 중 펀드 등을 제외하면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됐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플랜텍은 애초에 포스코의 제철 장비를 정비하는 업체로 시작했기 때문에 역사가 깊고, 그런 만큼 오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며 “포항과 광양제철소에 포진된 인력들이 포스코 본사, 계열사, 협력사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에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포스코플랜텍의 현 최대주주는 산업은행 등 8개 시중은행의 연합체인 유암코로 지분 71.93%를 보유하고 있다. 유암코는 사모집합투자기구(PEF) 운용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 및 경영 정상화 등을 추진한다. 채권단은 포스코플랜텍의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보고 지난해 6월 워크아웃 종결을 통보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최대주주 변경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 주요주주에 책임을 묻는 차등 감자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플랜텍은 6 대 1 비율의 균등무상감자를 실시해 기존 최대주주였던 포스코(60.84%)와 2대 주주 포스코건설(13.10%)의 지분을 각각 10.99%, 2.37%로 줄였다.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 지분 23.10% 역시 4.17%로 줄어들면서 주식 가치가 급락했다는 것이다.
채권단과 유암코에 각기 다른 주식 가치를 산정한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포스코플랜텍은 채권단에 주당 8850원의 발행가를 적용해 약 1476억 원 규모를 출자 전환했다. 반면 유암코에 대해서는 주당 500원을 적용해 1억 2000만 주를 유상증자했다. 즉 유암코는 600억 원을 투자함으로써 포스코플랜텍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향후 포스코플랜텍이 재상장할 경우 유암코가 가져갈 이익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플랜텍은 현재 장외시장에서 주당 4000원 내외로 거래되고 있다.
다만 유암코 측은 당시 워크아웃 등 회사 사정을 감안할 때 채무 변제로 인해 주주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이익이 없었으므로 500원이 타당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i'는 유암코에 당시 매입가 및 포스코플랜텍의 재상장 등과 관련해 질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포스코플랜텍 소액주주 92명은 지난해 9월 사측을 상대로 유암코에 대한 신주발행무효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올해 4월까지 4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한 뒤 지난 8월 31일 한 회계법인에 주식 가치 감정을 위한 참고자료를 송달했다. 일반적으로 2개월 정도 소요되는 감정 특성상 10월 중에는 적정 가치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감정 결과에 대한 파급력은 클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플랜텍의 재상장 여부는 물론,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주장이 인정될 경우 유상증자는 무효로 돌아가고, 최대주주 신분이 변화할 수 있으므로 IPO 테이블에 앉는 주체도 변한다”며 “워크아웃 상태의 비상장사에 대한 가치 판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유암코의 지분을 다시 가져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포스코플랜텍 한 직원은 “현재는 포스코 지분이 20%가 안 되지만, 3년 뒤에는 유암코의 지분을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포스코플랜텍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특별히 말할 것이 없고,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재인수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당사가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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