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태만 징계로 공사 나온 뒤 ‘유원홀딩스’ 설립해 유씨와 동업…영화사업 무산되자 부동산 다시 눈돌려
정민용 변호사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서강대 법대 1년 후배로, 2014년 11월 남 변호사 소개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으로 입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사 4개월 후인 2015년 3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정 변호사는 컨소시엄 평가위원회에서 내부인사 4인으로만 구성된 절대평가와 외부인사 3인이 포함된 상대평가 등 2단계 평가에 모두 참여, ‘셀프 심사’ 논란을 일으켰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나가는 과정에서도 잡음을 일으켰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 변호사는 유연근무를 신청한 뒤 수년간 근무시간에 수영을 하고, 필라테스를 수강했다는 근무태만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문제가 불거지자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입·출입 기록을 삭제하도록 했다는 비위도 제기됐다.
이를 두고 성남시의회가 공개적으로 질타를 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소속 안극수 성남시의원은 2019년 12월 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유연근무를 하면서 수강을 신청해 근무시간에 스쿼시를 했는지 수영을 했는지 제보에 의해 질의할 수밖에 없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을 위해서 자료를 요구하는 거다”라며 “그게 사실이면 주의를 주겠다든지 해야지 자꾸 은폐하려고만 하니 의혹을 가지고 계속 물어뜯는 거 아니냐. 감사실 감사 기능이 뭐냐”고 지적했다.
안극수 시의원은 2020년 3월 임시회 본회의장 5분 발언에서도 정민용 변호사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오전 7시 근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해 수십 건의 수영과 필라테스를 이용한 문건을 공개하며 “이 자료가 사실이라면 팀장을 부서장으로 승진시킨 도시공사 사장과 수년 동안 정기 감사를 은폐, 축소시켜 감사한 책임자는 반드시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20년 2월 21일부터 3월 20일까지 자체적으로 감사를 벌였다. 성남시 감사관실 역시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사실 확인을 비롯한 직무 전반에 걸쳐 ‘특별직무감찰’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정 변호사가 4년간 근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해 300여 회에 걸쳐 수영 강습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더 나아가 이러한 불법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수영장 라커룸 출입 기록을 삭제한 비위 사실도 적발해냈다.
안극수 시의원은 “정민용 변호사와 김문기 개발1처장 등이 유동규 전 본부장 최측근이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으니 그렇게 업무시간에 운동을 하는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 유동규 전 본부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가고도, 계속 그런 일탈을 계속하다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민용 변호사는 업무태만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인사위원회에 회부, 중징계를 받아 2020년 5월 해임됐다. 정 변호사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10월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당시 지노위에서 이의를 받아들인 이유는 ‘징계양정 과다’라고 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지노위에서 업무태만으로 해임은 과하다고 판단을 내려, 인사위원회를 다시 열었다. 그래서 징계 수위를 낮춰서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변호사는 올해 2월 4급에서 5급 ‘일반 직원’ 신분으로 강등돼 복직하게 됐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회사에 돌아오고 하루 만에 사직 의사를 밝혔고, 2월 20일자로 퇴사 처리됐다.
성남시의회 일각에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정민용 변호사를 봐주기 위해 지노위 제소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극수 시의원은 “공사의 또 다른 팀장이 부당한 전보인사라고 지노위에 제소하자 공사 측은 외부 법무법인을 선임해 강력하게 대응했다”며 “그런데 정민용 변호사의 지노위 제소 경우 공사에 근무하는 직원 노무사와 신규 채용된 변호사 직원만으로 경미하게 대응했다. 정 변호사의 앞으로 취업을 위해 고의적 패소를 유발한 것 아니냐고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앞서 다른 팀장의 지노위 제소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법무법인을 선임하자, 성남시의회에서 ‘왜 내부 노무사·변호사로 사건을 자체 소화하지 않느냐’ 지적이 나왔다”며 “그래서 정 변호사의 제소건에 대해서는 내부 인력을 통해 처리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정민용 변호사는 지노위 제소 때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나갈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정 변호사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을 당시에도 ‘더 이상 이 회사를 다닐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실제 정민용 변호사는 2020년 10월 지노위에서 승소해 복직이 가능해졌음에도 다음달인 11월 유원홀딩스(당시 유원오가닉)를 설립했다. 정 변호사는 처음에는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지만 올해 1월 20일 퇴임하고, 사내이사만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공사 직원들은 외부 ‘겸직 금지’ 조항이 있다. 정 변호사가 복직하면서 이 조항이 걸려 사임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유원홀딩스에는 유동규 전 본부장도 함께 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변호사는 동아일보에 “유원이라는 회사명은 형(유 전 본부장)을 지칭한 게 맞다. 최근까지도 판교 사무실에서 만나 사업 관련 회의를 했다”며 “지분은 100% 내가 가지고 있고, 형은 동업관계라 등기에는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 사이에선 유원홀딩스는 유 전 본부장이 실제 소유주이고, 화천대유로부터 배당받은 이익금을 세탁하는 용도로 활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두 사람은 유원홀딩스를 통해 또 다른 수익사업을 진행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설립 당시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맡고 있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예산 388억 원 출자를 경기도에 요청했다. 영화관광 활성화 190억 원, 관광전문인력 양성기관 설립 198억 원 등이었다.
그런데 유원홀딩스의 40여 가지 사업목적 중 △영화 및 드라마 수입·제작 및 배급판매업 △영화 홍보물·기획상품 수입 및 제작판매업 △운송대리점 및 관광사업 △국내외 여행업 등이 포함돼있다. 경기관광공사의 공적 영역을 활용해 유원홀딩스 사적 영업활동을 진행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경기도가 검토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리며 재정투입을 거부했고, 유 전 본부장은 임기만료를 9개월 남긴 지난해 12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에서 돌연 사퇴했다.
영화 사업이 무산되자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이 해온 부동산 개발에 다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유원홀딩스는 유 전 본부장이 사장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1월 20일 사업목적에 △부동산개발·공급·매매·임대업 △주택법에 의한 주택건설사업 △부동산 분양대행업 등을 추가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 10월 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뇌물 혐의 등으로 유동규 전 본부장을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10월 2일 정민용 변호사도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정 변호사는 조사를 받기 전 9월 25일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방문해 화천대유와 관련된 자료를 열람한 것으로 전해져 다시금 기밀유출 논란이 제기됐다. 정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고, 민간사업자 선정 평가에 참여했던 만큼 향후 수사진행 과정에 따라 추가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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