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아는 이번 드라마에서 오랜 연인을 버리고 변호사라는 조건만 보고 사랑 없는 결혼을 하지만 결혼하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연인을 찾아오는 다소 파격적인 캐릭터 ‘정민’을 맡았다. 최근 ‘정민’이 유부녀가 아닌 이혼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드라마는 더욱 흥미진진해진 상황. 김태진 리포터가 오랜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해 연기 변신을 시도 중인 홍수아를 만났다.
김태진(김) : 개인적으론 (홍)수아 씨 팬이지만 MBC 일일드라마 <남자를 믿었네>의 ‘정민’은 너무 얄미워요. ‘결혼 따로 사랑 따로’라며 결혼하고 나서 헤어진 연인 앞에 나타난 모습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홍수아(홍) : 현수(김동욱 분)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진정으로 사랑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주세요. 또 정민이의 사랑을 보며 사랑은 너무 이기적이면 안 된다는 것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난 정민이를 이해하고 사랑해요. 내 캐릭터를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시청자들도 공감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래서 연기에 집중이 잘 안될 때면 ‘너무 사랑하면 그럴 수 있다’라고 주문을 외우곤 해요.
김 : 주문까지 외우는구나. 그래도 수아 씨랑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라 정민에게 몰입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아요.
홍 : 정민이는 현수랑 헤어지고 변호사랑 결혼하지만 워낙 솔직한 성격이라 부부싸움만 하면 현수를 못 잊겠다는 얘길 남편에게 해요. 그래서 또 싸우고. 한번은 이런 대사가 있었어요. 남편이랑 싸우는 날이면 현수랑 손을 잡고 있는 꿈을 꾸는데 자꾸 현수 손이 작아져서 잡을 수가 없다는. 이 대사를 하며 엄청 많이 울었어요. 사랑 없이 결혼하고 결국 이혼까지 당한 정민이가 너무 불쌍해요.
김 : 처음 캐스팅될 때 정민이라는 캐릭터가 부담되진 않았나요?
홍 : 사실 처음엔 밝고 솔직한 여성, 톡톡 튀는 신세대 여성이었어요.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독해진 거죠. 점점 나와의 갭이 커져서 따라가기가 쉽진 않지만 그럴수록 더 연기에 몰입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김 : <내 사랑 금지옥엽> 때 박준규 씨를 인터뷰했는데 극중 딸이던 수아 씨가 친딸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중견배우들이 수아 씨를 참 예뻐하시던데 이번 드라마에선 어떤가요?
홍 : 이번 드라마엔 엄마 아빠가 없어 슬퍼요. 그래서 선생님들이랑 같이 하는 장면이 거의 없어요. 그렇지만 선생님들이 참 잘 해주세요. 안 그래도 오늘 정혜선 선생님이 “수아는 참 착하고 붙임성이 좋구나”라고 칭찬해 주셔서 너무 기뻤어요. 김 청 선생님도 많이 귀여워 해주시고. 특히 선우재덕 선생님이 “우리 수아 너무 잘하더라. 더 독하게 해라. 넌 독해도 미워 보이질 않으니 마음 푹 놓고 독하게 연기해도 된다”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김 : 그런데 <웃어라 동해야> 때문에 시청률이 낮아서 아쉬워요.
홍 : 시청률이 아쉽지만 이로 인해 촬영 현장 분위기는 더 가족처럼 단합돼서 좋아요. 확실한 목표가 있으니 모두 ‘으샤으샤’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 정혜선 선생님 생신이었는데 모든 배우들이 모여서 생일축하 파티하고 더 열심히 하자고 의기투합했어요.
김 : 시청률은 낮아도 수아 씨는 계속 화제의 주인공이에요. 얼마 전엔 ‘공포의 홍드로 따귀’가 화제가 됐어요.
홍 :(웃음) 맞아요. 드라마에서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네티즌들이 ‘홍드로’가 팔 힘이 세서 따귀를 맞으면 기절한다느니 다양한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시구 때문인 거 같은데 사실은 연약한 여자랍니다.
김 : 수아 씨가 요즘 한창 대세로 떠오른 이유 가운데 하나가 각종 화보 같아요. ‘미친 몸매’ ‘베이글녀 종결자’ ‘명품 몸매’ 등 별명도 여러 가지던데.
홍 : 워낙 화보 촬영을 좋아해요. 평소에 몰랐던 내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거든요. 화보를 통해 성숙한 이미지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감독님이 그러시는데 이번 드라마에 절 캐스팅한 것도 화보 속 성숙한 이미지가 좋아서였데요.
김 :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홍 : 음식 조절하고 운동도 하고 몸매를 가꾸려고 노력은 많이 하는 편이에요. 운동은 주로 자전거 타기랑 걷기를 많이 해요. 집에서 한강시민공원이 가까워 자주 운동하러 나가는 편이에요.
김 : 아하! 한강시민공원 가면 수아 씨가 운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겠군요(웃음). 아쉽게도 ‘영웅호걸’이 종영했어요. 아이유 유인나 등을 배출한 프로그램이지만 전 ‘영웅호걸’ 최대 수혜자가 수아 씨인 것 같아요.
홍 : 조금 몸이 힘든 프로그램이긴 했지만 예능의 재미를 알게 해준 프로그램이었는데 폐지돼서 너무 슬퍼요. 다들 정도 많이 들어 아쉬움도 크죠.
김 : 여러 가지 미션을 수행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미션은 무엇이었나요?
홍 : 비보이요. 그거 촬영하고 응급실에 실려 갔을 정도예요. 원래 허리 디스크가 있는데 비보이 연습하다 허리를 삐끗했거든요. 진통제 맞으며 버텼는데 드라마 촬영 스케줄까지 무리해서 소화하다 결국 탈이 났죠. 여기저기 시퍼렇게 멍도 들고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요.
김 : ‘영웅호걸’을 통해 예능 감을 익혔는데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요?
홍 : ‘영웅호걸’에 출연하는 내내 너무 재밌었는데 체력이 부족해 좀 힘들었어요. 홍드로라는 별명 때문에 체력도 좋을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저 완전 저질체력이거든요. 좋은 프로그램에서 불러 주신다면 당장 달려가서 열심히 하고 싶은데 그날을 위해 체력부터 길러야 할 것 같아요.
김 : ‘영웅호걸’ 폐지에 대한 심경을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 사진이 웨딩드레스예요. 드라마에선 결혼했다 이혼까지 하고, ‘영웅호걸’에서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데 결혼하고 싶진 않나요?
홍 : 별로 그런 생각 안했는데 친하게 지내던 (허)이재가 결혼하고 (김)석류 언니도 결혼하는 걸 보면서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많아졌어요. 하지만 오랜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한 만큼 당장은 연기에 집중해야할 것 같아요.
김 : 안 물어보려 했는데 얼마 전엔 한화 류현진 선수하고 열애설이 났어요.
홍 :(웃음) 현진이는 너무 착하고 귀여운 동생이에요. 제가 석류 언니하고 친하고 현진이는 (김)태균이 오빠하고 친해 같이 축가를 부르면서 친해졌어요. 넷이 가끔 식사를 같이 하곤 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오해하신 것 같아요.
김 : ‘영웅호걸’에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던 방송도 참 인상 깊었어요. 전 매니저에게 전 재산을 사기 당했던 일을 직접 털어 놓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홍 : 정말 그 얘긴 꺼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친구들은 나처럼 세상에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 얘길 하게 된 거예요. 제가 받았던 상처를 그 친구들은 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거든요.
김 : 전 소속사와의 복잡한 관계로 인해 몇 년 동안 연기 활동을 쉬었다고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배우 홍수아가 아닌 ‘홍드로’ 홍수아로만 비춰지는 게 안타까웠을 것 같기도 하고.
홍 : 한참 힘들 때 ‘홍드로’라도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배우로서 대표작이나 호칭이 없는 상황에서 시구로 먼저 ‘홍드로’라는 호칭이 생겼는데 전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라 생각해요. 더 열심히 하면 배우로서도 호칭 생기겠죠. 소속사를 옮긴 뒤 ‘영웅호걸’에 출연하며 시청자들과 좀 더 친해졌고 다시 연기 활동을 재개해서 너무 행복해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색깔의 캐릭터도 너무 마음에 들고요. 정민이라는 캐릭터가 제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 같아요. 다음에는 또 어떤 역할을 연기할지, 저도 기대되거든요.
정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