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고객 중심으로 우려 목소리 커져…기업금융에 집중한다지만 성장성 의문
#매각 협상도 진행했지만…
씨티은행은 지난 4월 개인 대상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 씨티그룹은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특정 국가의 실적이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씨티그룹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개선할 사업 부문에 투자와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씨티은행 발표 후 DGB금융그룹, SC제일은행, OK금융그룹 등이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사업부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씨티은행은 일부 금융사들과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각에는 실패했다. 결국 씨티은행은 지난 10월 25일 소비자금융 사업부의 단계적 폐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은행법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분할·합병, 영업 일부 양도, 폐업 등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금융위)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는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사업부 폐지는 인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씨티은행이 기업금융 사업은 지속하고 있으므로 폐업이 아닌 영업대상 축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신 금융위는 씨티은행에 △단계적 폐지에 따른 고객 불편 최소화 △소비자 권익 보호 및 건전한 거래 질서 유지를 위한 계획 마련 등을 요구했다.
#300만 고객 예금·대출은?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사업부 폐지가 사실상 확정되자 노동계는 거세게 항의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금융위 발표 직후 “300만 고객이 더 이상 예금, 대출, 카드, 외국환거래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합병이나 영업 양도보다 훨씬 더 파급효과가 크다”며 “이번 결정이 번복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소비자금융 사업 폐지에 대해 금융당국이 인허가 권한을 포기한 선례로 남게 된다”고 전했다.
소비자금융 사업부를 폐지하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이에 씨티은행은 근속기간 3년이 넘는 정규직 직원과 무기전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정년까지 남은 기간만큼(최장 7년)의 월급을 100% 지급하기로 했다. 직위나 연령 등의 제한은 없고, 지급 최고 한도는 7억 원이다. 시중은행의 특별퇴직금이 많아야 60개월치 월급으로 책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씨티은행의 퇴직금은 파격적인 수준이다.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씨티은행 노조)는 사측의 희망퇴직안에는 합의했지만 소비자금융 사업부 폐지는 금융공공성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진창근 씨티은행 노조 위원장은 “국내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도미노식 철수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금융위는 지금이라도 결정을 번복하고 국민을 위한 국익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직원뿐 아니라 개인 고객도 씨티은행을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씨티은행에는 고객들의 대출 연장 문의가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씨티은행은 타 은행에 비해 대출 한도가 높고, 신용등급 7등급 고객에게도 신용대출을 취급해 이와 관련한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의 신용대출은 약정기간 내에서 매년 연장이 가능하며 일부 대출 상품은 7년 약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사업부를 폐지하면서 대출 연장을 불허하면 적지 않은 고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보유 중인 계좌 및 상품은 계약 만기 또는 해지 전까지 기존과 동일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며 “추가적인 안내가 있을 때까지 영업점, 모바일뱅킹 등 기존의 서비스는 변경 없이 제공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출 연장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정치권에서도 씨티은행을 주의 깊게 보고 있어 대출 연장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월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씨티은행에 대해 “노사 양측은 대출 연장 등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과 함께 고용 안정을 위한 노사 합의를 신의성실의 자세로 이행해주기 바란다”며 “금융공공성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금융당국도 원만한 해결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고 전했다.
#기업금융 실적도 하락세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사업부를 폐지한 후 기업금융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도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보다 기업금융의 실적이 두드러진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2020년 기업금융 관련 순이익이 1460억 원으로 전체 순이익(1875억 원)의 77.86%를 차지했다. 반면 소비자금융 순이익은 148억 원으로 7.92%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업금융 사업 전망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씨티은행 기업금융 순이익은 2019년 2190억 원에서 2020년 1460억 원으로 하락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802억 원을 거둬 지난해 상반기 983억 원에 비해 100억 원 이상 줄었다. 또 소비자금융 사업부 폐지가 기업금융에 악영향이 간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의 기업금융 네트워크가 개인 고객과 연계되지 않은 독자적인 영업 기반이라고 할 수 없다”며 “개인 고객 상실이 기업 고객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수익성도 급속하게 나빠질 수 있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개인 고객 기반의 이탈로 인해 시장점유율 하락이 예상되며 이는 영업 안정성에 부정적”이라며 “수신 기반이 축소되고 가계신용대출, 신용카드 등 가계 기반 고수익성 자산이 감소하면서 높은 이자 마진에 의존해왔던 수익성 유지가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씨티은행 관계자는 “대출 연장과 소비자 보호 계획 관련해서는 현재 금융당국과 성실히 협의 중”이라며 “기업금융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대외적으로 공개할 단계는 아닌 듯하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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