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팔고 흑자 전환했지만 혁신성 희석…단순 렌터카 업체 평가 넘어서야
#흑자 전환한 쏘카, 사업 재편 잰걸음
쏘카는 3분기 차량공유(카셰어링) 사업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고 지난 11월 9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4%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도 운영 차량을 늘리고 기술에 투자한 결과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쏘카에 따르면 3분기 운영 차량은 1만 8000대로 전년 동기 1만 3000대 대비 38% 늘었다. 카셰어링 이용 시간은 39.1% 증가했고, 올해 6월 출시한 멤버십 ‘패스포트’의 가입자 수는 9만 명으로 늘었다. 현재 기준 총 회원 수는 730만 명이다.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냈다.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이던 타다를 매각했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에 VCNC 지분 60%를 팔아 VCNC를 기존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전환하고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손실분을 크게 줄였다. 종속기업일 경우 매출과 손익 등이 모회사에 온전히 영향을 미치지만 관계기업은 지분율에 비례해 반영한다. ‘타다 택시’를 운영하는 VCNC의 작년 매출은 60억 원, 당기 순손실은 112억 원이었다. 쏘카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2637억 원, 당기 순손실이 619억 원이었다. 올 7월과 8월 각각 대리운전과 온라인 중고차 판매 서비스도 종료했다.
이런 가운데 쏘카는 2019년 인수한 차량관리 업체인 차케어의 서비스 대상을 현재 쏘카 차량에서 다른 고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개인뿐 아니라 법인 대상으로도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테슬라나 BMW 등 고가 차량을 쏘카가 아닌 파트너(개인 및 법인 오너)가 고객과 공유하는 형태의 카셰어링 ‘쏘카 페어링’도 수도권에서 운영 중이다. 지분 투자한 스타트업들을 통해 공유 전기자전거와 자율주행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토스와는 향후 멤버십 연계 등 제휴 서비스를 출시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카셰어링 사업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가성비와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위주로 공유경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카셰어링은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꼽힌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들도 법인차량을 공유차량으로 바꾸는 등 수요가 꾸준히 늘고, 완성차 업체도 카셰어링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쏘카가 그간 SK그룹과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 등 국내 대기업과 PE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올 4월 카셰어링 업체 ‘딜카’를 인수하면서 강력한 경쟁자가 될 전망이었으나, 골목상권 침해 이슈로 사업 확장에 발목 잡힌 것도 쏘카에는 호재다.
#타다 매각을 통해 잃은 것들
다만 타다 매각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작지 않다. 재무구조는 개선했지만 타다가 만들어낸 혁신 이미지는 잃게 됐다는 지적이다. 타다의 브랜드 이미지 덕분에 쏘카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규모나 자본보다 서비스 혁신으로 승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타다를 팔면서 렌터카 비즈니스가 갇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는 쏘카가 모빌리티 혁신기업이라기보다는 단순 초단기 렌터카 업체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택시 중심으로 커지다 보니 택시업이 이동 데이터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데, 타다 매각으로 그 데이터를 얻지 못하게 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모빌리티 업체들은 택시와 내비게이션, 카셰어링, 자율주행 등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통해 막대한 데이터를 확보한다. 사업자는 그 데이터를 분석해 각 이동수단을 어느 지역과 시간대에 많이 배치할지 파악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다.
그러나 쏘카는 렌터카 위주이기 때문에 축적된 데이터 가치를 높게 인정받기 힘들다는 평가다. 이런 이유로 쏘카는 내년 IPO에서 기업가치 산정 시 우버와 리프트를 기업가치 산정의 기준으로 쓸 가능성이 높은데, 타당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렌터카인지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인지 등 어떤 업체로 볼 것인가에 물음표가 찍힌다. 단순 렌터카 비즈니스라면 IPO에서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울러 쏘카의 렌터카는 한 방향 데이터만 제공하기 때문에 데이터 가치를 인정받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셰어링 서비스도 범죄 노출이나 CS(고객응대) 불만 이슈가 꾸준히 터진다”고 덧붙였다.
실제 쏘카는 범죄에 쉽게 노출돼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사업 구조는 편리성이 높지만 무면허 미성년자나 주취자가 운전하는 등 범죄를 쉽게 저지를 수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 올 2월 30대 남성이 쏘카 차량을 이용해 초등학생을 납치하고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쏘카가 경찰의 용의자 정보 제공 요청을 거부하면서 피해를 막을 기회를 놓치게 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박재욱 대표는 결국 사과문을 내놨다. CS의 경우 차량 고장과 사고처리 미흡, 유의사항 누락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렌털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 사각지대 이슈가 크게 한번 터지면 성장세는 꺾일 수 있다. 서비스의 편리함에 안전까지 더하려면 시장성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점은 딜레마”라며 “쏘카존에 신원 등을 확인할 사람을 최소 1명 이상 고용해야 하고 사무실도 필요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사무실 임차료 등 부담이 커져 시장성이 크게 낮아진다”고 말했다.
렌털업계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악재다. 롯데렌탈이 지난 8월 IPO 할 당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과 일반청약 경쟁률이 비교적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고, 9일 종가 기준 주가는 공모가(5만 9000원) 수준에도 못 미치는 3만 8750원이다. 이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IPO 흥행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회의론에 무게가 실린다. 안정성을 높이고 렌터카에 국한된 현 사업구조에서 더 나아가 시장 확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IPO를 앞둔 쏘카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모빌리티 업계 다른 관계자는 “렌터카 사업은 차량 소유·관리에 드는 비용이 워낙 크고, 차도 하드웨어다 보니 몇 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는 등 고정비가 주기적으로 든다. 수익성을 어찌 마련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사업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비전에 대한 매력도는 떨어졌다. 성장성을 어찌 증명할 것인지도 지켜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IPO에서 피어 그룹을 렌털이 아닌 모빌리티나 IT기업으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쏘카의 서비스가 모빌리티 및 기술 비즈니스라는 점을 잘 어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쏘카는 자사만의 강점으로 “비대면으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배경에는 기술과 데이터가 있다. 수많은 데이터와 IT 기술을 기반으로 많은 차량을 문제없이 서비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성이 취약하다는 지적에는 “자차라고 무면허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이용자가 악의를 품고 저지르는 범죄는 차량을 이용해 사업하는 모든 업체가 동일하게 노출된 리스크”라고 반박했다. 성폭행 사건 관련 후속 조치로는 개인정보 보호와 현장 범죄 상황의 수사 협조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했다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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