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뉴스 속 세상은 현실과 달랐다. 2020 GMMP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뉴스에 등장하는 전문가의 24%, 기자의 40%만이 여성이다.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인 뉴스는 왜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지상파 최초 여성 메인 앵커 KBS 이소정, 전 뉴욕타임스 젠더 편집자 프란체스카, BBC 서울 특파원 로라 비커 등 한국, 미국, 영국 3개국 언론인 9인의 목소리를 통해 뉴스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과거 뉴스룸은 남성 중심적 공간이었다. 대한민국의 뉴스룸의 메인 앵커 자리는 중년 남성 몫이었고 젊고 아름다운 여성 앵커는 덜 중요한 뉴스를 읽었다. 여성을 동등한 동료로 대우하지 않았던 건 해외 뉴스룸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영국 BBC에서는 같은 해외 편집장이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50% 적게 받는다는 사실을 중국 편집장 캐리 그레이시가 공론화시킨다.
미국에선 미투 운동이 있기 1년 전 뉴스룸에서 용기있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여성 앵커의 각선미를 강조하던 폭스뉴스 CEO 로저 에일스가 권력을 악용해 여성 직원들을 성추행했음이 드러난 것. 그리고 전 세계 뉴스룸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17년 영국 BBC의 간판 앵커 로스 앳킨스는 익숙한 풍경에 의문을 제기한다. 왜 1시간이 넘도록 방송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가.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 프로그램에서 시범적으로 출연자의 남녀 비율을 50:50으로 맞추는 일명 '50:50 프로젝트(50:50 equal project)'를 시작했고 이는 BBC 전체에 변화를 일으켰다.
뉴스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남녀성비를 맞추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면서 현재 BBC 내 700개 팀, 전 세계 26개국으로 50:50 프로젝트가 퍼져나갔다.
뉴스에 여성의 시각과 목소리를 담기 위한 다양성은 전 세계 뉴스룸의 화두다. 144년 만에 워싱턴포스트에선 여성 편집국장이 탄생했고 블룸버그 통신,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선 젠더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말한다.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길이라고.
과거 뉴스 속에 그려진 차별적 시선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9인의 여성 언론인의 다짐, 획일화된 목소리의 뉴스룸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상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전 세계의 변화와 노력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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