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마치고 바다로 돌아가는 이들이 있다.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해양장례식. 우리나라에서 해양장례식이 허용된 바다는 단 두 곳으로 인천 연안부두 앞바다와 부산 수영만 두 곳만이 고인을 자유로운 바다로 안내한다.
생(生)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사(死)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해양장례식장 장례지도사들이다. 장례지도사 한나윤 씨는 매일 아침 시장에 들러 가장 좋은 꽃을 산다고 한다.
이 꽃을 보며 고인의 살아생전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을 떠올릴 유족들을 생각하면 꽃을 고르는 손길이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얼마 전 결혼식을 올린 조춘화 씨는 할머니를 보내드리기 위해 이 바다를 찾았다. 오랜 암투병을 하셨던 춘화 씨의 할머니는 손녀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떠나셨다고 한다. 고통 없는 곳으로 가신 할머니의 다음 생을 기원하며 춘화 씨는 추모선에 오른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손정민 씨와 조윤아 씨. 한 번도 뵙지 못한 장인어른의 부표를 찾은 예비 사위 손정민 씨는 예복을 갖춰 입었고 조윤아 씨는 '아버지가 너무너무 좋아했을 사윗감'이라며 아버지의 유골이 뿌려진 부표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친정엄마를 이곳에 모신 지 40일 만에 병을 앓던 남편 역시 이 바다로 보낸 배은신 씨. 그녀는 삶의 곳곳에서 떠난 이들의 빈자리가 느껴져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지만, 절망 속에서도 살아가는 법을 찾았다. 떠난 이들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어지면 이 바다를 찾는다.
넓은 바다를 보며 슬픔을 털어내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살아가야 할 이유와 방향을 알려주는 건 너무 넓어 그 끝과 방향을 알 수 없는 바다일지도 모른다. 슬픔과 절망에 머물지 않고 삶을 향해 헤엄쳐 나가는 법을 배우기 위해 추모선에 오르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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