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계’ 껴안았지만 한 달간 존재감 없어…물러난 박홍근 ‘탕평 인사’ 희생양 된 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비서실장 역할론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 후보는 11월 27일 비서실장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근인 오영훈 의원을 임명했는데, 근 한 달간 특별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대선 후보 비서실장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입 역할부터 그림자 수행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담당하는 핵심 참모다.
앞서 이 후보가 ‘오영훈 카드’를 꺼냈을 당시 여권 안팎에선 “이낙연 전 대표의 등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 기간 자신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박홍근 의원 대신 오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내정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윤건영 의원은 정무실장을 맡았다. 여의도에선 “이 후보가 친문과 NY계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특히 자중지란에 빠진 야권이 ‘김종인 원톱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를 띄우면서 이 전 대표의 등판 시기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다. 일각에선 이낙연 등판 리트머스 시험지로 ‘이재명·오영훈’ 호흡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 인사들이 평가한 오영훈 카드는 사실상 ‘무늬만 비서실장’에 그쳤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이 후보가 탕평 인사 차원에서 오 의원을 택했지만, 결이 다르지 않나”라며 “상호 간 속마음을 털어놓는 관계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 기용했던 ‘노영민·임종석 카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에 나란히 올랐다. 초대 실장이었던 임 전 실장은 신친문으로 부상, 이후에도 대통령외교안보특보 자리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 초대 주중대사를 지냈던 노영민 전 실장은 최장수 비서실장을 거쳐 차기 충북도지사 하마평에 올라있다.
친노(친노무현)계 한 관계자는 ‘노영민·임종석 카드’에 대해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복심 중 복심”이라며 “이들은 2012년과 2017년 문재인 선대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었다”고 했다.
당 인사들은 오 의원의 선대위 컨트롤타워 역할에 대해선 “가능하겠느냐”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실제 오 의원은 이 후보가 원맨쇼를 하는 사이, 선대위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재명 선대위가 출범 이후 지금껏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에 시달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 내부에선 앞서 이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박홍근 의원을 전방에서 뺀 것이 자충수로 작용하지 않겠냐고 우려한다.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인 박 의원은 박원순계로 분류된다. 박 의원을 비롯해 기동민 의원 등 당내 박원순계는 대선 국면에서 일찌감치 이재명 캠프에 합류했다. 그간 여권에선 ‘이재명과 박원순계’의 시너지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이 후보가 오영훈 카드를 택하자 “박원순계가 탕평책의 희생양이 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박 의원은 11월 25일 이재명표 혁신에 힘을 싣고자 실장직에서 물러난 뒤 일부 의원들에게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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