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추석 잇는 최대 성수기 연말 앞두고 강화된 방역 조치 “최소한 생존조건 보장돼야”
지난 12월 16일 Pgk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DGK 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회,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상영관협회 등 영화계 단체는 긴급성명을 내고 극장 영업시간 제한 지침을 비판했다. 단체 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2억 3000만 명에 육박했던 국내 관람객은 지난해 60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이로 인한 영화산업 내 누적 피해액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인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극장들은 정부 지침보다 훨씬 강화된 방역활동을 적용해 왔다. 상영관 내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며 현재 취식도 금지돼 있다"며 "특히 방역 패스 적용으로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해서만 입장을 허용함에도 자율적으로 띄어앉기까지 적용하고 있다. 이 모든 조치는 코로나19에 대해 (영화관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임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거리두기 4단계와 같이 영업시간 제한 22시를 적용할 경우 영화의 상영 시간을 감안하면 19시 이후 상영 시작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며 "이는 단순히 극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 관람 회차를 줄임으로써 국민들의 문화생활 향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영화의 개봉을 막음으로써 영화계 전체에 피해가 확산되고, 결과적으로 영화산업의 도미노식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영화산업의 최소한의 생존조건으로써 극장의 영업시간을 현행대로 유지해 달라는 것이 업계 측의 이야기다.
거리두기 조치가 다시 강화되면서 개봉을 앞두고 있던 영화들도 대부분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상태다. 이미 지난 12월 13일 언론배급시사회를 마치고 오는 12월 29일 개봉이 예정돼 있던 설경구·이선균 주연의 '킹메이커'는 내년 1월 설 연휴로 개봉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12월 16일~17일 예정됐었던 두 주연 배우의 인터뷰 홍보 일정도 전면 취소됐다.
가족영화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은 내년 1월 12일로, 스페인 스릴러 영화 '피드백'은 1월 5일로 각각 개봉이 연기됐다. 또 인기 일본 만화 원작 '도쿄 리벤저스'도 시사회를 마쳤지만 12월 22일 개봉에서 1월로 일정을 미룬 상태다. 현재까지 예정대로 개봉을 진행한 것은 마블 스튜디오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12월 15일 개봉) 뿐이다. 12월 22일 개봉이 예정돼 있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아직 일정 변경을 고민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처음 거론됐던 지난 11월까지만 해도 영화계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을 기대해 왔었다.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백신 패스관'을 운영하는 한편 당시 관객을 쌍끌이하고 있던 '듄'과 '이터널스'를 통해 공격적인 관객 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언론시사회 이후 대면 기자간담회와 무대인사가 부활하면서 코로나19 이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손해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모여 왔다.
이런 가운데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데에 업계인들의 한숨이 쏟아지고 있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11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확진자 수가 늘어나긴 했어도 방역당국에서 그정도의 증가세는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는 말을 믿었고, 2년 동안 축적해 온 방역 데이터 등을 통해서 정말 '위드 코로나'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했다"며 "연말은 여름과 추석을 잇는 영화계의 1년 중 3대 성수기 중 하나인데 방역 지침이 다시 강화된다면 올해도 결국 그 기간을 다 버리게 되는 셈이 된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또 다른 영화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2년 동안 영화관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는 뉴스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마스크를 낀 채 취식도 금지되고 대화를 나눌 수도 없는 영화관이 왜 방역 강화 조치 대상에 해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도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내년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는 게 아닐까 두렵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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