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는 현대·기아자동차의 납품 기일이 짧게는 4개월에서 1년 가까이 지체되는 틈을 이용해 주력차종인 QM6 차종을 한 달 안에 소비자에게 인도하며 국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다른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짧은 납품 기일은 소비자들에게 대부분 환영을 받지만 일부에선 의심도 산다. 생명을 담보로 운행되는 자동차이기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만들어야 하기에 지나치게 빠른 납품이 제작이나 검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같은 우려가 그대로 현실화된 사례가 최근 발생했다. 차를 빨리 만들다 보니 차체 결함도 많다는 일각의 의심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문제의 QM6 차량은 부산 르노삼성자동차 출고장에서 11월 30일 출고돼 거제로 도착한 후 선팅·블랙박스 작업을 한 이후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결함이 발생했다. 서비스센터로 이동해 신차의 엔진룸 및 트렁크를 완전히 탈거해 1차 수리를 마쳤다. 이를 통해 밝혀진 건 선팅작업 시 침투된 물에 의해 휴즈가 끊어졌다는 진단이었다.
하지만 문제 차량은 1차 수리를 마친 뒤 만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 거제에서 대전으로 출장을 갔던 구매자 A 씨는 대덕서비스센터로 이동해 수리를 받았다. 1차 수리 때와 같이 엔진과 트렁크를 탈거하자 휴즈가 끊어졌다는 진단이 나왔고, 휴즈를 교환하는 2차 수리를 마쳤다. A 씨는 “당시 정비사가 연속적으로 휴즈가 끊어졌기에 운행 시 시동이 꺼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동차가 운행 시 시동이 꺼지면 운전자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자동차관리법에서도 이는 중대결함이다. 이에 A 씨는 12월 3일 자동차 교환을 요구하며 르노삼성자동차판매장에 차량을 반환했다. 그러자 르노삼성자동차는 A 씨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부산동래서비스센터로 차량을 옮겨 5일 동안 원인을 찾는다며 신차를 이리저리 뜯어가며 수리한 후 해당 차량을 다시 A 씨에게 인계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이 같은 행태에 A 씨는 결국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 중재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A 씨는 “똑같은 차량을 두 번째 구매했다. 중대결함으로 3회 수리했기에 레몬법에 따라 교환 대상이기에 수차례 전화통화로 담당자에게 얘기했지만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한다”며 “처음에는 1회 수리라고 했다가 따지니까 2회 수리로 말을 바꾸고, 현금 20만 원과 오일 추가 교환권을 제시하며 교환은 불가능하다는 입장만 고수한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이어 “생명을 담보로 타고 다니는 차는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준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언제 다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트라우마에 장거리 운행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서비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 “3회 수리가 아니기에 자동차 교환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기아자동차 판매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자동차에 중대결함 발생 시 회사는 신속하게 고객을 응대하며 고객이 원하는 방안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자동차 제작 경력이 짧은 회사와 국내 최장수 자동차만 전문적으로 생산한 회사의 차이점은 고객서비스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관리법 제47조의2(자동차의 교환 또는 환불 요건)에는 자동차제작자 등이 국내에서 판매한 자동차가 인도된 날부터 2년 이내에 하자 발생 시 자동차제작자 등에게 신차로의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보상을 받을 경우로는 안전 운행에 필요한 구조나 장치의 하자로 인해 안전이 우려되는 원동기·동력전달장치·조향장치·제동장치 등 중대한 하자가 2회 이상 수리 후 재발한 자동차나, 일반적인 하자로 3회 이상 수리했으나 그 하자가 재발한 자동차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