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고급 술 마시자” 점유율 3%→10% 껑충…60병 출시에 2000명 몰리기도
국내 위스키 중요 판매처는 유흥업소다. 유흥업소에서 판매되는 위스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블렌디드 위스키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여러 증류소 원액을 혼합해 만든다. 골든블루, 조니워커, 발렌타인 등이 블렌디드 위스키다. 커피로 비유하면 블렌드 원두인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블렌디드 위스키 최대 매출처로 꼽히는 유흥업소는 오랜 기간 문을 닫아야 했고 지금도 영업시간이 제한된 상태다.
코로나19로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밖에서 사먹을 돈으로 집에서 고급 술을 마셔보자’는 생각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와 맞물려 위스키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싱글몰트 위스키의 인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한 가지 증류소에서 나온 원액으로만 만든다. 커피에 비유하면 케냐 AA,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등 특정 국가 원두로만 내려주는 단일 원산지 커피인 ‘싱글 오리진’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위스키 시장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압도적 주류였고 싱글몰트 위스키는 마니아들의 영역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싱글몰트 위스키의 점유율은 약 3%에 그친다고 전해졌다. 그런데 이런 전환기를 거쳐 싱글몰트 위스키 커뮤니티에 새로운 사람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1년 4월 국내 맥캘란 관련 행사에서 노동규 디앤피스피리츠 대표는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싱글몰트 위스키가 차지하는 시장은 약 3%대에 그쳤지만 최근 이 비중은 10%까지 성장했다”며 “국내에서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 경제규모와 인구를 감안했을 때 최대 2.5배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디앤피스피리츠는 대표적인 싱글몰트 위스키로 꼽히는 맥캘란을 수입하는 법인이다.
오랫동안 위스키를 즐겨온 도 아무개 씨는 위스키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 씨는 “출시된 병이 반응이 좋으면 금세 구하기가 어렵다. 인기 있는 제품은 웃돈이 붙는 게 자연스러워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싱글몰트 인기를 체감할 수 있는 제품들이 꽤 있었다. 싱글몰트 마니아들은 흔히 알려진 조니워커, 발렌타인을 선호하지 않는다. 2021년 12월 싱글몰트 위스키 커뮤니티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제품은 글렌알라키 10CS다. 글렌알라키 증류소에서 10년 숙성한 원액을 물을 타지 않고 그대로 출시한 제품이다. 소매가는 약 15만 원이었는데 입고됐다는 매장이 나오면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2020년 말 위스키에 입문한 김 아무개 씨는 “광진구 한 마트에서 글렌알라키 10CS 제품이 약 60병 입고됐고, 추첨을 통해 판매하겠다고 했다. 이 추첨에 2000명 넘게 몰렸다”면서 “구할 수 없어 사실상 포기했고 바에서 한 잔 마셔보는 것으로 끝냈다”면서 “이 다음 디아지오 2021 스페셜 릴리스 제품이 인기를 끌며 입고된 매장에 줄을 서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웃돈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 자체도 급속도로 오르고 있다. 위스키 인기가 국내뿐만이 아닌 전세계적 추세기 때문에 스카치, 버번 모두 수입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주세가 비싼 국내에서는 가격 상승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앞서의 김 씨는 “한번 위스키 시장에 발을 들인 사람이 소주로 돌아가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위스키 인구가 늘어날 순 있어도 줄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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