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과 슈퍼 판매 여부를 놓고 찬반양론이 한창이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응급피임약은 3일 이내 복용
여름휴가철을 전후한 시기는 사전피임약보다 고용량의 호르몬을 쓰는 응급피임약 처방이 늘어난다. 들뜬 기분으로 무방비 상태에서 성관계를 갖거나, 피임 실패 후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응급피임약을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피임연구회는 7∼8월 서울 산부인과들의 응급피임약 처방이 평소보다 10% 정도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조사에 따르면 응급피임약 복용률은 지난해 기준 5.6%로, 일반 피임약 복용률(2.8%)의 두 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20~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응급피임약을 일상적인 피임방법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응급피임약은 말 그대로 응급상황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해야 한다. 잘 알고 복용해야 고용량 호르몬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황인택 을지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조언이다.
임신 확률이 높은 배란기에 많은 양의 호르몬을 복용함으로써 임신 가능성을 줄여주는 약이 응급피임약.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해 배란을 막거나 지연시키거나 자궁내막의 착상을 방해하는 원리로 임신 가능성을 줄여준다. 갑작스러운 성관계나 콘돔이 찢어지는 등 피임 방법이 불확실한 경우에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말 그대로 1회에 한해 응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이다.
응급피임약의 피임성공률은 평균 85%로, 15% 정도는 피임에 실패한다. 응급피임약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성관계 후 3일 이내에 복용해야 한다. 응급피임약 종류에 따라 1알 또는 12시간 간격으로 2알을 복용한다. 24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95%, 48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85%,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67%의 임신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복용 후 토했다면?
응급피임약을 복용했는데 2~3시간 이내에 토했다면? 이 경우에는 피임효과가 없으므로 다시 복용하든지 다른 피임법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응급피임약은 한 월경주기에 단 1회의 성관계에 한해 효과가 있으므로 성관계를 할 때마다 응급피임약을 먹거나 용량을 많이 먹어도 효과가 없고 오히려 부작용의 위험만 높아진다.
따라서 응급피임약을 1번 복용한 후에는 다음 생리가 나올 때까지는 성관계를 할 때 콘돔으로 피임을 계속하는 것이 좋고, 다음 생리가 나오면 피임성공률 99%인 일반피임약을 먹기 시작해 확실한 피임을 계속해야 한다.
응급피임약을 복용했어도 생리 예정일에서 5일 이상 생리가 지연된 경우, 정상 생리보다 양이 적거나 생리 기간이 짧아진 경우, 응급 피임약 복용 후 3주가 경과해도 생리가 시작하지 않는 경우에는 반드시 임신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응급피임약의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일반 피임약보다 호르몬 농도가 높은 만큼 신체적 부담과 부작용 우려가 있다.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오심, 구토 등이다. 습관적으로 복용하면 내성을 만들어 피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때문에 피임약을 복용해야 한다면 매일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또한 응급피임약을 자주 복용하면 호르몬 체계가 교란돼 생리 주기가 바뀔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만약 뇌졸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나 빈혈 같은 혈액질환이 있을 때는 가능하면 응급피임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다 안전한 피임으로 미리미리!
특히 휴가철이 다가오면 사후피임 등 부적절한 피임을 고려하는 여성들이 늘어난다. 실제로 피임연구회는 7∼8월 서울 산부인과들의 응급피임약 처방이 평소보다 10% 정도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확실한 피임을 위해서는 피임실패율이 높고 부작용이 많은 응급피임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여름휴가 전에 사전 피임약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임을 준비하면 들뜬 기분에 생길 수 있는 바캉스 후의 심각한 후유증을 방지할 수 있다.
응급피임약보다 안전하고 효과가 높은 것은 사전에 먹는 피임약이다. 이 피임약으로 휴가철 생리 기간이 맞물리는 것도 예방할 수도 있고, 피임도 가능하다. 최근 나온 피임 신약들은 호르몬 함량을 점점 낮춰 부작용이 적고 올바르게 복용하면 피임 성공률도 99% 이상으로 높다고 한다.
사전 피임약은 여성의 몸 안에서 생리·임신을 가능케 하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두 가지 호르몬을 함유한 약으로 여성의 배란·생리를 조절한다. 이 피임약을 복용하면 난자가 배란되는 것을 막아주고 자궁의 점액이 많아져 정자가 통과하기 어려워진다.
사전 피임약은 생리가 시작한 날부터 5일 이내에 먹기 시작해 매일 한 알씩 먹는다. 혹시 하루를 복용하지 않은 경우 12시간 내에 2알을 먹는 것이 좋다.
피임과는 상관없이 생리를 늦추기 위해서라면 생리 시작 5~7일 전부터 매일 1정씩 복용하고, 복용을 중단하면 생리가 시작된다. 단, 생리를 연기시키기 위해 며칠간만 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피임 효과가 없다.
흔히 피임약을 복용하면 살이 찌거나 임신을 못한다, 기형아를 낳는다, 암이 생긴다는 등의 잘못된 상식 때문에 월경주기법이나 질외사정과 같은 비과학적 방법을 많이 시도한다. 하지만 먹는 피임약은 피임효과와 함께 생리주기를 조절하고, 생리주기가 규칙적으로 되고, 생리통이 줄어들며, 많던 생리량이 감소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반면 사전 피임약은 메스꺼움이나 여드름·우울증 등을 유발하는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피임약을 먹으면 임신 때와 비슷한 호르몬 상태가 돼 몸이 붓고 유방이 팽팽해지기도 하며 복용 초기에 일부에서는 부정출혈을 겪기도 한다. 다행히 이런 부작용 등은 복용 2~3개월 후면 사라지고, 부정출혈 등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먹어야 하는 피임약을 먹다가 끊었을 경우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 정맥류성 정맥이 있거나 간 또는 방광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40대 이상이거나 혈전성 정맥염, 혈전색전증이 있을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콘돔은 성병을 예방하는 장점이 있다. 물론 콘돔을 잘못 사용하면 피임 실패율이 15%에 이르므로 사용할 때는 찢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전문가들은 여성은 먹는 피임약, 남성은 콘돔을 동시에 사용해 임신과 성병을 동시에 예방하는 피임방법을 권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여성의 피임과 생리 관련 질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웹사이트(http://www.wisewoman.co.kr/piim365)와 무료 콜센터(080-575-5757)를 통해 상담을 하고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황인택 을지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
“오남용 위험 높다” VS “늦기 전에 투약을”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지정에 대해 ▲고용량 호르몬제제의 위험성 ▲오남용 우려 등의 근거를 들어 반대한 것이다. 또한 일반의약품으로 지정돼 판매하고 있는 경구피임약까지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사회를 비롯해 일부 여성단체들은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할 것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서구권 국가들이 비처방약으로 되어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고 불필요한 의사 진료를 막을 수 있으며, 청소년 임신 등 원치 않는 임신을 막는 장점 등이 그 근거다.
원치 않는 성관계로 임신이 걱정되는 여성들이라면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우물쭈물하다가 응급피임약 복용 시기를 놓치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연결된다. 현재 낙태가 불법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다면 응급피임약의 효과가 높은 24시간 내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때문에 “주말이나 휴가철 등에 응급피임약의 필요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휴일에 문을 닫는 동네병원과 달리, 당번약국이라도 운영하는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응급피임약 ‘노레보’의 경우 독일 정도만 제외하고 미국,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반약으로 분류돼 있다.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