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은 '군대 안 갔고 6·25 겪지 않았으면 멸공도 외치지 못하느냐'는 울분을 토로했다. 또 안전한 나라에 살고 싶은 열망과 사업하면서 느낀 코리아디스카운트 때문에 멸공을 외쳤다고 했다.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먼저 국민들은 단순히 정용진 부회장이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 부회장의 표현에 따르면 ‘주동이’를 놀리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 기저에는 정 부회장이 어떻게 군면제를 받았느냐가 깔려 있다.
대학 입학 때만 해도 정상 몸무게였다던 정용진 부회장은 군입대 즈음 갑자기 체중이 불어 ‘과체중’으로 군면제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갑자기 살이 확 찌거나 빠지는 일은 흔치 않다. 정용진 부회장의 몸무게가 안쓰러운 질병 때문에 급격히 불어났다기보다 인위적으로 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는 국민들이 더 많다. 물론 그렇게 시도하는 것조차 대단히 어렵고 고달픈 일이다. 하지만 과체중은 군면제를 위해 가장 ‘도전’하기 쉬운 방법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군면제에 대한 과체중 조항과 관련해서는 끊임없이 논란이 일어나고 있으며 과체중 조건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들의 원성은 이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정용진 부회장의 현재 몸무게는 정상 수준으로 전해진다.
정용진 부회장은 ‘남의 키 몸무게 함부러(‘함부로’가 맞는 말) 공개해도 되나?’고 화를 냈다. 이 대목에서 정 부회장이 자신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정용진 부회장은 세계 경제 10위권 규모 대한민국의 재계 11위 기업 오너 총수다. 정 부회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로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공공지도자’이자 ‘공인’이다. 공공지도자이자 공인인 자신의 키와 몸무게가 공개되는 것이 그리 분노할 일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실제 정용진 부회장에 대해서는 인터넷만 간단히 검색해봐도 생년월일과 가족관계 등을 금방 알 수 있다. 또 신세계그룹 측에 물어봐도 키와 몸무게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마치 자기 자신을 장삼이사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재계 11위 오너 총수가 자기 키와 몸무게가 공개됐다고 분노하고 있으니, 직원들과 협력사 그리고 주주들은 물론 나아가 국가경제와 외교를 염두에 두었을 리 만무하다.
무엇보다 정용진 부회장이 주장하는 코리아디스카운트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다. 게다가 휴전상태기에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과 일본에 끼어 있고 동맹 미국은 태평양 저 너머에 있다. 지정학적으로 매우 불리하다. 정 부회장의 말마따나 북한은 지금도 걸핏하면 미사일을 쏘고 있으며, 비핵화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이 다분하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전문가들과 투자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더는 분단이나 지정학적 위치에 기인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영진의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해왔다.
정용진 부회장은 1998년 신세계의 100% 자회사이자 독립법인인 광주신세계 지분 83%를 41억 원에 매입해 지난해 9월 2280억 원에 매각했다. 23년 만에 무려 5400%의 수익률을 거뒀다. 정 부회장이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이처럼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두었다면 박수쳐줄 만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정 부회장의 광주신세계 지분 매입·매도 과정에는 광주신세계의 완전 모회사 신세계 법인의 수상쩍은 행보들이 개입돼 있다. 1998년 완전 자회사인 광주신세계 유상증자에 마땅히 참여해야 하지만 웬일인지 신세계는 이를 포기했고 이를 정용진 부회장 개인이 가져갔다. 그때는 나 몰라라 했던 신세계는 지난해 정용진 부회장의 광주신세계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여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정용진 부회장 개인은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고 광주신세계 주주들은 크나큰 손실을 봤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앞선 견해에 따르면 코리아디스카운트는 분단과 북한에 있다기보다 바로 신세계 법인의 수상쩍은 결정과 정용진 부회장의 폭발적인 수익률 같은 사례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제주소주, 부츠, 삐에로쇼핑 등 정용진 부회장이 그동안 시도한 사업들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 이유가 분단과 북한에 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이마트 노조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정용진 부회장을 향해 “그간 사업가로서 걸어온 발자취를 한번 돌아봐야 한다”며 “27년간 그룹 캐시카우인 이마트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그동안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기회나 때를 놓치는 실기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본인이 하고 싶은 말 하는 것은 자유이나 그 여파가 수만 명의 신세계, 이마트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미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정말 ‘자유인’이며 ‘핵인싸’이고자 한다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본인의 경영 능력과 사업 실패를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직원들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형도 일요신문i 본부장 hdl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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