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 씨(가명)는 중학생 딸이 너무 걱정된다. 또래 친구들과 평범히 어울려 다니는 듯하지만 한 달 전부터 그 낌새가 미묘히 달라졌음을 느낀 윤희 씨. 정확히 중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딸과 친구들 무리에 이십대 중반의 한 남자가 끼어 든 시점이었다.
많게는 10살 차이가 나는 학생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는 성인 그 자체로도 걱정이지만 엄마의 속을 더욱 애타게 만드는 건 딸의 태도였다. 종교를 맹신하는 신도처럼 남자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이는 딸과 친구들. 심지어 듣기조차 어려운 허무맹랑한 남자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아이들 때문에 윤희 씨는 불안을 떨칠 수 없다.
윤희 씨는 "칼로 옆구리 맞고 총을 엄청나게 많이 맞고도 이 오빠는 살아남고 엄청난 사람이란 거예요"라고 말했다.
경찰대학교 졸업 후 경찰 업무 수행과 함께 대통령 경호 일까지 도맡았다던 남자 박 아무개 씨(가명). 그가 아이들을 옥죄기 시작한 건 노래방에서 흡연을 한 아이들 대신 5000만 원의 벌금을 물어줬다는 이야길 꺼낸 무렵이었다.
이후 차 문을 세게 닫아 고장이 났다며 300만 원, 클락션에 설치된 폭탄을 함부로 만졌다며 4억 원을 물어내라는 등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던 박 씨. 그렇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갑자기 돌변해 자신의 전 재산을 아이들에게 증여하겠다 달콤한 약속을 하기도 했다.
자기 대신 내줬다던 어마어마한 금액의 벌금 때문에 또 경찰 출신이라 밝히는 남자의 당당한 모습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은 박 씨를 굳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가면으로 아이들을 홀리고 부모님들을 울린 한 사나이의 진짜 정체를 밝혀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별점 테러 상습 환불주의보, 사장님들을 떨게 하는 의문의 손님' 편도 소개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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