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략 방향성에 부합한 투자 집중해 신성장동력 발굴”…1%대 지분 최성환 총괄 승계·독립 포석 관측
#SK네트웍스의 광폭 투자 행보
SK네트웍스는 지난 1월 11일 미국 엘비스가 진행한 1500만 달러(약 18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2’ 투자 유치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엘비스는 뇌 질환 진단 및 치료 기업으로 뇌 회로를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안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딥러닝 소프트웨어 ‘뉴로매치’를 개발한 곳이다. SK네트웍스는 엘비스가 뇌 질환 분야의 새로운 진단 및 치료 솔루션을 만들어간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액은 밝히지 않았다.
이어 SK네트웍스는 지난 1월 14일 미국 마이코웍스가 1억 2600만 달러(약 1500억 원) 규모로 조성하는 ‘시리즈 C’에 2000만 달러(약 24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이코웍스는 버섯 균사체 가죽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친환경 가죽을 제조하는 업체다. 1월 20일에는 완속 충전기 운영 업체인 에버온에 1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SK네트웍스는 2022년 시작과 동시에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네트웍스의 투자 행보는 어느 정도 예고된 바다.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은 2022년 신년사에서 “다양한 사업 간 시너지를 도모하는 한편 성장 분야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사업형 투자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과거 신성장동력의 방향성을 인수합병(M&A)에서 찾았다면 이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투자를 활발히 하는 것”이라며 “미래를 내다봤을 때 고객의 트렌드나 방향성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보고, 성장성이 높은 영역에 대해 투자한 후 SK네트웍스와 연계성이 있으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SK네트웍스는 마이코웍스에 투자할 때도 “미래 전략 방향성에 부합하는 글로벌 시딩(Seeding·초기) 투자 영역에 집중해 신규 성장 동력 발굴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SK네트웍스의 기존 사업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K네트웍스의 사업 부문은 크게 정보통신, 글로벌(무역), 렌터카 등으로 나뉜다. 이 중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를 유통하는 정보통신 사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네트웍스의 2021년 1~3분기 매출 8조 1115억 원 중 정보통신 부문 매출이 3조 7269억 원, 글로벌 부문은 2조 2372억 원이었다.
SK네트웍스 정보통신의 최근 매출은 2020년 1~3분기 매출 3조 7642억 원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 총 가입자 수가 전체 인구보다 많은 성숙기에 진입한 상황”이라며 “정부 정책에도 민감한 사업이므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SK네트웍스의 렌터카 사업은 2021년 1~3분기 1조 206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에 있지만 아직은 정보통신에 비해 매출 비중이 크지 않다.
#최성환 사업총괄의 행보 살펴보니
SK네트웍스가 단순 투자를 많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다. SK네트웍스를 이끌던 최신원 전 회장은 2021년 10월 대표이사 회장과 사내이사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당시 최 전 회장은 약 223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최신원 전 회장이 사퇴하면서 그의 장남 최성환 사업총괄에게 이목이 쏠렸다. 사업총괄 산하 ‘신성장추진본부’는 SK네트웍스의 투자 관리와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최근 SK네트웍스의 투자에서도 최 총괄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최 총괄은 2021년부터 SK네트웍스 지분을 수차례 매입해 현재 1.8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 전 회장이 사퇴한 후 최 총괄이 SK네트웍스 사내이사로 취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이사회에 합류하지는 않았다.
SK디스커버리와 SK네트웍스는 SK그룹에 속하지만 사실상 독자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SK디스커버리와 SK네트웍스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 기류가 유지된다면 차기 SK네트웍스 경영권은 최성환 총괄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 측은 최 총괄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신원 전 회장은 독자 경영을 넘어 계열분리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 전 회장은 2004년 6월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시간을 갖고 형제들과 그룹의 분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최신원 전 회장은 2011년에도 “적합한 계열분리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먼저 지분구조를 정리해야 한다. SK네트웍스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9.14%의 SK(주)이고, 최신원 전 회장과 최성환 총괄의 지분율은 각각 0.84%, 1.89%에 불과하다. 최 전 회장은 2021년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할 당시 SK네트웍스 지분 매입과 관련해 “계속 살 것”이라고 말했지만 자금 여력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태원 회장의 협조 없이는 계열분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현 지분구조상으로는 최태원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SK네트웍스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 아직까지 최태원 회장이 SK네트웍스 관련 입장을 밝힌 적은 없어서 당장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독자 경영을 하고 있는 최신원 전 회장과 최성환 총괄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성환 총괄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도 입지 확대를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1981년생인 최 총괄은 40대에 접어든 만큼 경영 성과를 보여야 할 시점이다. 최 총괄의 성과에 따라 그룹 내 발언권이나 위상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신원 전 회장의 경우 휴대폰 단말기 사업에서 실패한 후 그룹 내 발언권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 내부 여론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며 “최성환 총괄이 괜찮은 실적을 올렸는데도 외부에서 무리하게 간섭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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