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역사상 첫 각자대표 “박 대표 안전보건 책임”…불확실한 구현모 사장 연임 대비 ‘체제 유지’ 포석 관측도
#박종욱 신임 대표는 누구?
박종욱 사장은 1991년 KT에 입사한 후 30년 넘게 KT에서만 근무했다. 그는 2014년 IT 전략본부장 상무로 선임되면서 임원 반열에 올랐다. 이후 경영기획부문 전략기획실장과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역임했고, 2021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KT는 박 사장 승진 당시 KT가 ABC(AI·Big Data·Cloud,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전략 수립과 투자를 주도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2014년 KT 해킹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KT 홈페이지가 2013~2014년 해킹되면서 약 980만 명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유출됐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KT가 개인정보 보호 조치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7000만 원을 부과했다. 개인정보에 대한 불법적인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침입차단시스템의 설치와 운영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뿐만 아니라 해킹 피해자들이 KT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에 나서는 등 KT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았다.
박종욱 사장은 전면에 나서 사태를 수습했다. 박 사장은 2014년 6월 방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분석한 바에 의하면 기업의 업무내용이나 IT 기술, 해킹 기술, KT가 운영하는 시스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취약점들을 찾아내기가 어렵다”며 “이번 해킹자는 APT(조직이나 기업을 표적으로 정한 후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하는 해킹 방식) 기법을 활용할 정도의 전문가라고 판단한다”고 소명했다. 박 사장의 노력 덕분인지 법원은 2018년 해킹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KT의 손을 들어줬고, 2021년 9월에는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 취소 판결도 받아냈다.
박종욱 사장은 2015년 전략기획실장을 맡으면서 KT의 인수합병(M&A) 실무를 담당했다. KT가 2015년 KT렌탈(현 롯데렌탈)과 KT캐피탈(현 애큐온캐피탈) 등 비통신 계열사를 매각할 때도 박 사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박 사장은 2020년 3월 구현모 사장의 추천으로 KT 사내이사에도 취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다만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KT M&A 업무는 경영기획부문 산하 전략기획실이 맡았지만 2021년 KT 미래가치추진실로 이관됐다. 전략기획실이 투자 관련 업무를 일부 맡고는 있지만 재계에서는 과거에 비해 경영기획부문의 힘이 빠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KT가 최근 몇 년간 젊은 임원을 선임해 상대적으로 고령인 박 사장의 퇴임을 점치는 분위기도 있었다. 박 사장은 1962년생으로 1964년생인 구현모 사장보다 두 살 많다.
#구현모 사장의 미래는?
구현모 사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로 사실상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다. 구 사장은 아직까지 의미 있는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구 사장이 대표로 취임한 첫해인 2020년 KT의 매출은 23조 9167억 원으로 2019년 매출 24조 3421억 원에 비해 줄었다. 2021년 1~3분기 매출은 18조 2744억 원으로 2020년보다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나마 영업이익은 2019년 1조 1511억 원에서 2020년 1조 1841억 원, 2021년 1~3분기 1조 3024억 원으로 상승했다.
구현모 사장이 KT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구 사장은 2020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KT는 통신기업 텔코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로 변화할 것”이라며 “그룹 전체의 리스트럭처링, 계열사 이합집산 등 구조적 변화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증권가 평가도 우호적이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KT에 대해 “유무선 사업이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고, 디지코로의 전환을 통한 신사업 육성 전략도 유효하다”며 “IPTV·콘텐츠·AI·IDC·클라우드 등 디지코 사업 실적은 고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현모 사장의 다른 문제는 사법 리스크다. 구 사장은 대관 담당 임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자신 명의로 국회의원을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 대표에게 벌금 10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고, 업무상횡령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추가로 선고했다.
KT 내부에서는 구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KT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구 사장이) CEO(최고경영자)를 계속하는 게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입장을 밝히고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에도 말로만 스튜어드십 코드 운운할 게 아니라 KT 이사회에 대해 단호한 견제 역할을 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논란은 구 사장의 연임 가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장선상에서 박종욱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구 사장의 불확실한 연임에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T가 2018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당시 구 사장과 박 사장이 함께 경영기획부문에서 근무하며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KT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구현모 사장과 박종욱 사장은 과거 구조조정을 같이 진행했던 사이로 사실상 같은 라인”이라며 “최근 상황과 대선을 감안하면 구 사장의 연임은 힘들어 보이므로 이번 인사는 구 사장이 미래에도 자기 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최근 중대재해법이 도입되면서 안전보건 책임자를 지정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박종욱 사장을) 안전보건 책임자로 임명해 권한을 강화한 것”이라며 “차기 대표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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