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기사수 부족에 시간대별 운행 대수 달라…“기재부, 특별교통수단에 예산 반영해야” 지적
지난해 12월 서울시설공단 시민의소리 홈페이지에 등록된 글이다. 장애아동을 키우고 있다는 글쓴이는 자녀의 병원 진료를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장애인콜택시를 신청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처음 떴던 97분이라는 대기시간은 줄어들지 않았고 3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연결됐다.
장애인콜택시는 장애인들의 이동과 편의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콜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장애인콜택시는 중증장애인이나 휠체어에 몸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서울에서는 2003년 1월 100대의 장애인콜택시 운행을 개시해 현재 619대가 운행 중이다. 지난해 2월 서울시가 발표한 ‘2020년 장애인콜택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콜택시와 관련해 최우선 개선항목이 ‘대기시간 단축’으로 조사됐다. 운행된 지 올해로 20년째가 됐지만 이용자들은 아직도 대기시간이 줄어들기를 가장 바라고 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출퇴근을 할 때마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한다. 아침에 택시를 부르면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최 회장은 “출근시간에는 1시간 정도 퇴근할 때는 2시간이나 2시간 반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대기시간을 고려해 여유 있게 콜택시를 불러야 하며 내 삶을 콜택시 시간에 맞춰야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이라 과거에 비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가 조금 수월해졌지만 출퇴근시간에는 여전히 1시간에서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인콜택시 운행이 처음 시작됐을 때부터 콜택시를 이용했다. 그때에 비해 차량도 늘고 대기시간도 줄었지만, 그래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 소장은 “비장애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장애인들도 급할 때 편하게 택시를 이용하고 싶은데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콜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콜택시를 이용해 병원 진료나 약속이 있을 때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유진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평균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고, 신청 대기자가 많으면 더 길어지기도 한다”며 “예약된 시간이나 약속시간이 늦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진우 활동가와 함께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본 결과 오후 3시 39분에 부른 콜택시는 4시 32분쯤이 돼서야 도착했다. 처음 7분이라고 떴던 예상 배차대기 시간이 한없이 늘어나 1시간 가까이 기다려서야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량과 기사 수를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 반영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개정안에서는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기획재정부 예산반영이 의무가 아닌 임의 규정으로 돼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특별교통수단에 대한 예산을 반영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편의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이해하기 힘든 대목은 당초 이 법 개정안이 발의됐을 때는 예산반영이 '의무'였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때는 '선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서울시설공단 장애인콜택시운영처 관계자는 “시간대별로 콜택시 이용 수요를 반영해 기사님들이 시차제 근무를 하고 있어서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619대가 모두 하루 종일 운행하는 것은 아니다”며 “일반 택시에 비해 장애인콜택시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 보니 부르면 바로 달려가기 힘든 게 현실이고 도로정체나 기상 상황 등이 대기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배차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차량을 30대 정도 추가 구매할 예정이며 기사님도 100분 정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미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배차 시간에 대한 불편함은 지자체나 서울시에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걸로 알지만 쉽게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에서 명확하게 장애인콜택시 등의 특별교통수단에 예산을 반영해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장애인콜택시의 장시간 대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시간대별 이용 추이를 분석해 출퇴근 시간과 아닌 시간을 명확히 구분하고, 혼잡한 시간에 집중적으로 배차할 수 있도록 차량 증차와 기사님 수 확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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