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바다’ 검색수역 놓고 기싸움
지난 6월1일 개시한 엠파스의 ‘열린검색’ 서비스를 두고 엠파스와 네이버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논란이 점차 가라앉는 분위기였던 지난 20일에는 엠파스의 보도자료에 야후가 반박자료를 내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는 상황이다.
엠파스 열린검색은 타사 사이트의 지식검색 서비스까지 검색결과에 포함시키고 있다. 예전 검색이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웹문서만 찾아준 것과 달리 지식검색 서비스는 네티즌들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지식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된 것이다. 최근 검색엔진이 발달함에 따라 웹문서 검색결과에 차별성이 없어지자 포털사이트들은 지식검색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네티즌이 직접 구축하는 지식검색의 콘텐츠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 수가 많은 포털사이트가 그만큼 유리하다. 현재 포털사이트 이용자의 70%가량이 이용하고 있는 네이버로서는 엠파스의 열린검색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네이버측은 엠파스가 열린검색 서비스를 발표하자 “상도덕을 어긴 것”, “네티즌들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포털사이트 상호 간에 서로의 콘텐츠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그간 업계의 관행인 데다, 네티즌들이 글을 올리는 것은 네이버가 잘 관리해줄 것을 믿고 올린 것이기 때문에 엠파스가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엠파스는 “네티즌들이 올린 글은 네티즌의 것이지 네이버의 것이 아니다. 네티즌들은 각각의 포털사이트에 흩어져 있는 지식보다 한 곳에서 찾을 수 있는 지식을 원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엠파스의 열린검색이 서비스를 개시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 네이버는 처음과 달리 열린검색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계속될수록 엠파스에 대한 홍보효과만 커지는 데다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기술적으로 엠파스가 네이버의 지식검색 서비스의 내용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조용히’ 차단하고 있다. 엠파스측에 따르면 네이버는 처음 URL 주소체계를 주기적으로 바꿔 엠파스의 열린검색이 이를 찾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측은 “‘지식iN’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스팸성 댓글이 올라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주소체계를 변경한 것이지 열린검색을 차단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네이버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자신들의 블로그에 링크시킨 지식검색의 내용이 뜨지 않아 항의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네이버는 URL 주소를 변경하는 대신 ‘리퍼(refer)’ 기능을 이용해 네이버 화면이 링크되기 직전의 사이트가 엠파스일 경우에 한해 연결을 하지 못하도록 기술적으로 차단했다고 엠파스측은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묻고 답하기 과정이 진행중인 질문에 대해서는 엠파스 열린검색으로 링크가 가능하지만 문답이 끝난 질문은 엠파스에서 연결이 되지 않아 자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네이버 지식검색의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측도 엠파스의 도덕성을 문제삼고 나섰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엠파스가 웹문서의 공통규칙인 ‘robot.txt’ 규정을 어겼다는 것을 제기하기도 했다. ‘robot. txt’는 웹문서 작성자가 검색엔진에 의해 공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웹문서 안에 걸어놓는 신호로 검색엔진 초창기 때부터 업계가 암묵적으로 인정해온 것이다. 엠파스측은 “‘robot.txt’는 인터넷 초창기에 규정된 것으로 지금의 상황에서는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한편 네이버 이외의 포털 업체들은 엠파스의 열린검색에 대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 아직 열린검색이 시작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일 엠파스가 “열린검색을 통해 타사 검색서비스 이용자수도 크게 늘어 결과적으로 검색시장 경쟁이 아닌 윈윈(win-win)의 시대가 되었다”고 발표하자 야후코리아는 이에 대한 반박문을 돌렸다.
야후코리아는 “야후의 지식검색 이용자 수가 엠파스의 열린검색 개시 이후 어느 정도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숫자가 미미한 데다 점점 거품이 꺼져가고 있어 엠파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윈윈으로 해석되기보다는 일시적인 홍보효과로 인식되어야 한다”며 엠파스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6월 들어 야후의 이용자수가 늘어난 것은 5월20일 이후 지하철광고 및 소규모 지면광고 등 자사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에 의한 것이지 열린검색의 효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야후코리아가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하반기 검색서비스를 강화해 초창기 포털업계 1위의 명성을 되살리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야후코리아는 지리검색 서비스인 ‘거기’를 보완하는 동시에 그간 부족했던 지식검색 플랫폼을 구축하고 멀티미디어 검색, 사용자의 개인PC에 저장된 문서와 메일까지 검색해주는 데스크탑 검색을 하반기에 야심차게 개시할 예정이다.
포털업계 2위인 다음(daum)은 열린검색 논란에서 한발짝 비켜서 있다. 카페 등 커뮤니티 서비스가 강한 다음으로서는 검색시장이 혼전이 될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음 또한 올해부터 지식검색 서비스에 주력할 예정이다. 지난 5월 개시한 ‘신지식 프로젝트’는 다음의 카페회원 5백50만 명의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한다. 또 음악 검색 등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생활형 검색’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엠파스는 지식검색 서비스 외에도 커뮤니티, 블로그 등도 곧 열린검색에 포함시킬 예정이어서 또 한번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재밌는 점은 현재 엠파스와 네이버에서 각각 ‘포털’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나타나는 대표적 포털사이트 5개의 이름 중, 서로 네이버와 엠파스의 이름을 올려놓지 않아 두 업체의 신경전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
특혜 채용 있었나? 김용현 전 장관 이수페타시스 근무 이력 주목
온라인 기사 ( 2024.12.11 14:12 )
-
매각대금으로 활로 찾을까…금호건설의 아시아나항공 처분 시점 주목 까닭
온라인 기사 ( 2024.12.10 16:18 )
-
비상계엄 불똥, 부동산에도 옮겨붙나…장기 침체 전망에 무게 실리는 까닭
온라인 기사 ( 2024.12.06 16: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