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싸움에서 정부는 절대로 ‘두더지’를 잡을 수 없다. 왜냐하면 정부가 두 손을 바삐 움직이며 풍선망치를 두드리는 동안, 두더지는 두들겨 맞을수록 더 능란하고 정교하게 생존술을 터득하기 때문이다. 두더지를 잡을 때 중요한 포인트는 ‘출몰했다’는 제보에 따라 비상등을 켜고 출동하는 게 아니라 두더지의 생리, 곧 ‘현금 흐름’이라는 출몰 방식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이점에서 현 정부는 안타깝게도 늘 포인트를 빗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부를 비웃을 만큼 능란한 두더지들인가? 아쉽게도 그렇지가 않다는 게 부자학을 연구하는 필자의 판단이다. 대다수의 대중들은 뒤늦은 정보와 소문에 몰려다니며 이른바 ‘봉노릇’ 정도에 그치고 만다. 마치 골프 스타와 같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갤러리들(대중)을 몰고 다니며 자기만의 홀을 개척한다. 드러나 보이지 않을 뿐, 그들은 부자 마인드가 확실하고 부자가 되기 위한 스윙폼이나 체력 같은 기초 자세가 확립되어 있다.
필자는 <일요신문>에 ‘신 부자열전’을 약 3개월간 연재하면서 독자들의 엄청난 문의전화에 시달렸다. 요지는 대개 두 가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것과 “주위 부자들을 좀 소개해달라”는 것이었다. 참 난감하기가 그지없다.
직업상 부자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얘기하면서 절실히 느끼는 게 한 가지 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확실한 ‘기초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부자들은 돈에 투철하다. 돈이 무엇인지, 돈의 흐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귀신처럼 본능적으로 잘 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그들이 대중보다 어떤 특출난 자본주의적 지능이나 예민한 감각을 타고나서 그럴까. 그렇지 않다. 자기에게 맞는 ‘자세’와 ‘체력’을 끊임없이 연마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타이거 우즈가 골프 연습벌레라면 부자는 이를테면 ‘돈을 버는’ 연습벌레이다. 단지 여기에서 필자는 골프 코치처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부자라는 홀에 공을 집어넣을 수 있는가를 조언해주고 교정해주는 ‘멘토’(조언자)이고 싶을 뿐이다.
사실 부자가 되는 것은 원리상으로 보면 간단하다. 번 만큼 안 쓰면 남는 것이고, 그 남는 것을 끊임없이 불리면 되는 것이다. 필자가 한때 문하에 들어가 공부했던 미국의 부자 연구가 토마스 스탠리는 20년여간의 연구 끝에 부자가 되는 일곱 가지 요소를 발표했는데, 가만히 보면 이 간단한 원리는 곧 우리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1. 부자는 자신의 부에 비해 훨씬 검소하게 생활한다.
2. 부자는 부를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효율적으로 할당한다.
3. 부자는 상류층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것보다 재정적 독립을 더 중요시한다.
4. 부자는 성인 자녀에게 경제적 보조를 하지 않는다.
5. 부자의 성인 자녀들은 경제적인 면에서 자립적이다.
6. 부자는 돈 벌 기회를 잡는 데 능숙하다.
7. 부자는 적절한 직업을 선택했다.
어떤가. 아주 간단하지 않은가. 이 일곱 가지를 우리의 실정에 맞게 더 줄여보면, 단 세 가지다. 첫째, 자신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여 열심히 일하라. 그러면 돈 벌 기회와 지식이 생길 것이다. 둘째 검소하게 살면서 돈을 모아라. 셋째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독립적으로 키워라.
요즘처럼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시절에는,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하라는 필자의 조언부터 맘에 와 닿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효율적으로 집적할 수 있다. 맘에 안 드는 일을 하면서 늘 마음속에서 불만 가득히 생활한다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요즘 청년 실업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여학교에서 선생 노릇을 하는 필자에게도 수많은 제자들이 대학의 울타리를 두려운 마음으로 떠나간다. 그들에게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직 직장을 못 구했다 하더라도 초조해 하거나 두려워할 필요 없다. 우선 아르바이트라도 하라. 하지만 대충하지 말고 제대로 하라”라고.
같은 아르바이트라도 부자가 될 사람은 선택이 다르다. 그저 시간 때우고 당장 먹거리를 살 돈을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하기보다는 24시간 편의점이나 할인점 같은 곳에서 일거리를 찾는 것이다.
몸은 고되더라도 그런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면 자연히 물류의 흐름을 알게 된다. 한마디로 세상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상품을 원하고, 찾아 구매하고, 돈이 어떻게 흘러다니는지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 분야에서 뛰어야 할지 보는 눈이 생긴다. 신축 건물에서 벽돌 나르기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나중에 벽돌 공장을 경영할 작정이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직업을 찾는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검소하게 살면서 돈을 모으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돈을 모아야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다. 인간 사회란 사람이 사람을 부르고 돈이 돈을 부르는 법이다. 쌈지돈부터 모아봐야 돈맛을 알게 되고 부자 생리를 익히게 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한 달에 30만원을 계속 모으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하자. 매달 계속해서 그렇게 모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돈을 많이 버는 것과 관계없이 부자가 될 재능과 마인드가 확실히 있는 사람이거나 부자 될 연습을 확실히 하고 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장기 목표를 꾸준히 진행하고 성취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덕목이기 때문이다.
돈을 모으는 데에 장애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변의 수많은 유혹을 다 통과해도 정말 부자가 되기까지 가장 중대한 장애는 또 남아 있다. 바로 자녀 문제다. 유아원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해외 유학, 결혼, 집 장만 등등 끊임없는 경제적 지원에 이르기까지 부모들이 쏟는 헌신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헌신은 돈이고, 시간이고, 땀이다. ‘부자 되기’는 이 과정에서 대부분 올 스톱이다. 그래서 스탠리는 자녀들의 경제적 자립성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자립심 강하게 자녀들을 키우지 않은 부모는 평생 허리가 휘게 마련이다.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그런 자녀를 둔 사람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결코 부자가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스탠리는 통계로 보여준다. 미국 부자는 성인 자녀에게 결코 경제적 보조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보조가 자녀들의 자립심과 독자적인 부자의 길 걷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부자도 모르는 부자학개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