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영공 폐쇄로 일부 항공사 우회 운항…비행시간 길어지고 유가 올라 비용 상승, 여행심리 위축 악순환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가는 비행시간이 기존보다 2시간 30분가량 길어졌다. 러시아 영공을 피해 인천에서 카자흐스탄과 터키 상공 등을 경유하는 우회 항로를 이용하게 됐기 때문이다. 비행시간은 기존에는 9~10시간이었지만 우회 항로를 이용하게 되면서 12~14시간으로 늘어났다. 늘어난 운항 시간 때문에 연료 소비량도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핀에어의 경우 인천~핀란드 헬싱키 노선에 대해 지난 2월 말부터 3월 6일까지는 운항을 아예 중단했다가 3월 10일부터는 러시아 영공을 피해 우회 항로로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에어프랑스를 비롯해 KLM 네덜란드 항공, LOT폴란드항공, 루프트한자독일항공 등 유럽 항공사들도 당분간 우회 운항하기로 했다.
다만 러시아가 한국 항공사를 상대로는 비행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러시아 상공을 통해 유럽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인천~모스크바 노선을 주 1회 운항 중이다.
국적 항공사에는 아직 직접적인 영향이 없더라도 여러 항공사를 활용하는 여행사에는 타격이 크다. 여행업계는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에 돌입하면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가장 급격하게 폭발할 지역으로 유럽을 염두에 두고 여행 개시를 준비 중이었다. 유럽은 이미 코로나19와 관련해 상당 부분 출입국 완화가 됐다. 유럽 내에서도 활동과 이동의 제약이 많이 풀린 상태라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가는 과정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될 여행 지역으로 전망됐다.
여행업계에서는 유럽 패키지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기에 더 걱정이 크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 여행 수요가 많지 않지만 확진자가 정점을 찍고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하게 되는 시점이 오면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유럽지역으로 여행이 풀릴 것이라 기대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걱정이 앞선다”며 “비행시간이 길어지고 유가까지 높아져 유류할증료까지 올라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러시아는 주요 원유 생산국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 가는 원유 수출국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며 원유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국제 유가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3월 9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123.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보다 4.30달러 오른 것으로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2021년 2월에 60달러대에서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올랐다.
코로나19 장기화의 타격에 더해 우회 운항으로 인한 운항 시간 증가와 유류비 부담 증가까지 가중돼 유럽발 글로벌 항공사들의 항공 운임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외항사들의 공시 운임이 1~5% 인상됐다. 유럽 항공사들은 운항 시간이 늘어나고 연료비가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우회 항로를 이용해야 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는 러시아 영공 폐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여행 소비 심리가 위축돼 이제 막 다시 기지개를 펴려는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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