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회용 주사기 꼭 B형 간염은 백신 접종 영향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C형 간염은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유럽에선 C형 간염 백신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
그러나 C형 간염은 현재 나와 있는 백신이 없는 상태로 예방접종이 불가능하며, 감염 시 만성으로 발전할 확률이 50~70%로 높은 편이다.
물론 C형 간염 신약이나 백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실험용 쥐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C형 간염 백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 C형 간염 환자 60만 명?
국내의 C형 간염 환자는 얼마나 늘고 있을까. 최근 C형 간염 검사가 대부분의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어 모르고 있던 감염 환자들이 속속 등장, 이로 인해 환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는 C형 간염을 수족구병, 임질 등과 함께 지정감염병으로 분류해 관리체계를 확산하고 나섰다.
질병관리본부의 연도별 C형 간염 발생자 수 표본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2년도만 해도 연간 1927명에 그쳤다. 하지만 2005년에는 2843명, 2007년 5179명, 2009년 6406명, 2010년 5630명 등으로 급증했다. 학계에서는 C형 간염 환자의 유병률이 전 국민의 1%(약 6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할 정도다. 간이식 환자 중 C형 간염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
1989년에 처음 발견된 C형 간염은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정상인의 상처 난 피부나 점막에 접촉될 때 전염된다. 일단 감염되면 70~80%가 만성 간염이 되고, 이 중 30%는 간경변, 간암 등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돼 치명적이다. 간경변, 간암 등 전체 만성 간질환 환자의 약 10~15%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문제는 C형 간염은 감염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자각증세로 C형 간염이 발견된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건강진단이나 헌혈 시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아도 일부 환자에서는 황달을 비롯한 권태감, 피로감, 전신 쇠약감, 식욕부진, 근육통, 복통 등을 느낄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C형 간염 환자는 감염된 후 20~30년이 지나 만성간염이나 간경변, 간암 등으로 인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유전자형에 따른 치료법
C형 간염 바이러스가 혈액 내로 침입하면 바이러스는 주로 간세포 내에 존재한다. 우리 몸은 세포에 감염된 이들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서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간세포들이 파괴되면서 간에 염증이 생긴다. 감염 3개월 이후에도 바이러스가 남아 있으면 대부분 만성 C형 간염이 된다.
C형 간염 여부는 간 기능 검사와 함께 혈액검사를 통해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가 나오거나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로 알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혈액검사만으로는 간염이나 간경변, 간암 등 간질환의 심한 정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복부 초음파, CT 등의 정밀검사를 한다. 경우에 따라 조직검사를 할 수도 있다.
C형 간염이라고 해서 모든 환자가 치료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만성 C형 간염(급성 간염이 6개월 이내에 회복되지 않은 상태)은 간기능 수치(ALT/AST)가 상승되어 있는 환자나 혹은 간기능 수치가 정상이라도 간 조직 검사에서 염증 등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보통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이라는 약물을 함께 처방하는데, 환자에 따라 24~48주 치료한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권소영 교수는 “만성 C형 간염은 유전자형에 따라 치료효과에 차이가 있다”며 “유전자 1형인 경우 유전자 2, 3형에 비해 치료효과가 떨어지고 치료 후에 재발하는 경우도 많아 48주 동안 치료한다. 반면 유전자 2, 3형은 치료효과가 좋아 24주 동안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료 중 독감 유사 증상, 정서적인 문제, 빈혈, 갑상선 기능 이상, 피부건조, 가려움증, 탈모 등 부작용이 있을 때는 의사와 상의해 약의 용량을 조절한다.
# 운동은 피로하지 않게
C형 간염은 수혈, 마약(주사), 성교, 문신, 피어싱 등의 비경구적 경로를 통해 대부분 감염된다. 때문에 주사기는 반드시 1회용을 사용하고, 성적 접촉 시에는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 침을 맞거나 문신, 피어싱을 할 때도 반드시 소독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액이 묻을 수 있는 주사기,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을 환자와 같이 사용하는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 드물게는 감염된 산모로 인해 신생아로 전염되는 경우도 있다. 수혈과 관련해서는 1991년 이전에는 대부분 수혈 때문에 C형 간염이 발생했지만, 그 후에는 수혈 전에 C형 간염 검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만성 C형 간염 환자라고 해서 일상생활에서 함께 식사하는 데 제한이 따르거나 식기를 따로 사용하거나 소독할 필요는 없다. 악수, 포옹, 가벼운 입맞춤, 기침, 재채기, 대화, 수영 등 일상적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같이 생활하는 가족들은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하고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은 반드시 따로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음식은 골고루 섭취하고, 특별히 간에 좋은 음식을 따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흔히 간에 좋다고 알려진 민간요법 역시 과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되어 있지 않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C형 간염이 있으면 음주가 간 기능을 악화시키고 간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은 피로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하면 간에 해롭지 않다. 물론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간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권소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