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원칙 안 지켜 학생 선수 표 적게 반영” 주장…검도회 임원이 100만 원 주고 ‘불출마 요구’ 의혹도
2020년 12월 29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28대 대한검도회장선거 선거인단 투표에서 김용경 당시 대전시검도회장이 3선에 도전하던 이종림 전 대한검도회장을 84 대 61로 누르고 당선됐다. 3선 도전을 할 만큼 검도계 내부에서 ‘철옹성’이라 불렸던 이 전 회장의 아성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이종림 전 대한검도회장이 28대 선거를 두고 선거 무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이미 알려졌다. 그런데 이 소송과 다르게 새롭게 제기된 소송은 대한검도회 소속 학생 선수들이 주축이다. 소를 청구한 선수들은 각 대학교 소속 검도 선수들이다. 이들은 선거인의 지위에 있었고, 선거인 후보자로 추천 및 배정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서 당사자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검도회 선거 관리 규정에 따르면 ‘선수 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는 날부터 4년 이내에 선수였던 사람’이 선거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선거 관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이들이 소를 제기한 이유다. 대한검도회장선거는 일종의 간접선거 방식이다. 대한검도회 선거 관리 규정은 회장선출기구가 특정 파벌이나 지역에 장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거인을 지역별 직군별로 비례성에 맞게 배정한다. 선거인 수는 단체 별로 배정되는데 선거인 후보자를 추천할 때도 단체 별로 3배수 추천해야 한다. 선거인 후보자에 대한 임의 추천은 불공정성의 문제가 크기 때문에 엄격히 배제된다. 소를 제기한 측에서는 ‘무작위 추출 방법에 따라 선거인 후보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이게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를 제기한 학생 선수들은 “선거 직후 선거인 후보자는 물론 선거인이 전체 대한검도회 회원의 분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며 “임의로 특정 직군 선거인 후보자들만을 추천하지 않고는 통계적으로 도저히 나타날 수 없는 쏠림 현상이 다수의 시·도 회원단체에서 명백히 확인됐다. 특히 학생 선수들은 거의 선거권을 박탈당하다시피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학생 선수들은 먼저 ‘몇몇 지역 검도회가 임의 추첨하지 않은 사실을 자인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특정 지역 검도회는 중·고교와 실업팀 선수들 47명 가운데 6명의 실업팀 선수들로만 선거인단을 꾸리는 등 무작위 추첨이라고 볼 수 없는 선거인 후보자단이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지역 검도회에서 ‘아무래도 어린 애들보다 일반인 선수가 해야 한다’며 임의 조정한 것을 자인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로 인해 11개 시·도 검도회 65명의 선거인 후보자 가운데 대학생 선수들은 단 14명에 불과했고 고등학생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학생 선수들은 이렇게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들이 선거인에서 제외되면서 실업팀 선수들이 과대 대표되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주장했다. 전체 등록선수 가운데 27%인 실업팀 선수가 최종 선거인으로 등록된 선수 가운데 62.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대한검도회 선거는 지역·소속 별로 구분해 선거인 후보자를 추천한다. 그래서 중복해서 선거인 후보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중복 추천 받는 경우 지역이나 소속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 선거인으로 등록한다는 게 기본적인 규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복으로 추천된 경우 일괄 배제시켰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소를 제기한 학생 선수들은 “임의로 중복 추첨을 배제하는 경우 무작위 추천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져 규정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학생 선수들은 “등록되지 않은 동호인들이 선거인단에 합류한 경우도 있었고, 이에 등록된 동호인이 선거인 추첨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생겼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시·도 검도회 일부 임직원들은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한검도회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라도 공정한 선거가 꼭 필요하다며 선거 전반의 의혹이 깨끗하게 밝혀지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소장에는 “대한검도회는 단순한 동호회가 아니다. 검도를 업으로 하는 검도선수와 심판, 지도자, 검도장 관장들을 통할하는 기구”라면서 “검도 국내, 국제 대회 참가 여부를 결정하며 선수 선발 권한도 독점한다. 국가대표 선발전 선발 방침과 대회 규정, 경기 규칙을 모두 대한검도회가 정한다. 대한검도회장은 다양한 검도인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하여, 공정한 규정을 수립하고 집행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적혀 있다.
이들은 현재 대한검도회 임원진이 검도인 최 아무개 씨에게 출마를 포기하면 ‘지하 공사를 수주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의혹도 문제 삼았다. 검도회 관계자에 따르면 최 씨는 지하 공사 약속과 함께 대한검도회 입후보 등록을 앞두고 대한검도회 임원진 가운데 한 명에게 100만 원을 통장으로 이체받은 기록을 경찰에 진술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최 씨 입장을 직접 듣고자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 일요신문은 대한검도회 측 입장을 들어보고자 노력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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