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유’ ‘닭기름’ 등 동일 원료를 여러 명칭 사용…해외 ‘완전사료’ 명시처럼 영양 가이드라인 도입 필요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312만 9000가구로 전체 가구 중 15%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점점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 사료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의 건강에 대한 보호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사료의 원료명, 영양소 등의 표시 사항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2021년 10월, 1년 이내 사료를 구매했던 적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동일 원료를 여러 명칭으로 표시한 경우 어떻게 인식하는지 설문한 결과 ‘의미가 다르다’라고 응답한 소비자가 36.7%, ‘잘 모르겠다’라는 응답이 21.2%로 전체의 57.9%가 원료명칭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혼란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닭고기 가루를 ‘계육분’, ‘닭고기 분말’처럼 같은 원료인데도 달리 표시해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마트나 온라인 등에서 판매하는 사료의 원료명을 살펴보면 같은 원료인데도 원료명이 다르게 표기되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닭기름’이라고 표기된 A 제품과 달리 B 제품에는 ‘계유’, C 제품에는 ‘치킨 오일’이라고 표기되는 등 같은 원료인데도 다양한 명칭으로 표기된 것을 확인했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A 씨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같은 원료인데도 명칭이 달라 다른 원료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원료 명칭을 통일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료 명칭을 익숙한 단어로 표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의 주요 원료명칭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 조사를 보면 ‘계육분’, ‘어유’, ‘어분’ 등의 표현보다 ‘닭고기 분말’, ‘생선기름’, ‘건조생선’처럼 익숙한 표현일수록 더 쉽게 이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김예림 씨는 “사료 포장지에 ‘닭’이 들어간 성분만 찾고 싶은데 다른 단어가 적혀 있으면 헷갈린다”며 “쉬운 표현으로 원료명을 써주면 소비자 입장에서 확인할 때 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사료의 원료 명칭뿐만 아니라 영양성분 표시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람처럼 동물에게도 나이, 크기, 질환 등에 맞게 하루에 섭취해야할 필수 영양소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반려동물 사료의 영양성분 적절성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이 섭취해야하는 적정량의 영양성분을 소비자들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특히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반려견과 반려묘는 사람처럼 다양하게 음식을 먹지 않고, 오로지 보호자의 선택에 의해 영양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필수 영양소를 균형 있게 함유한 ‘완전사료’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은 완전사료만 먹어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정부나 전문단체가 펫푸드 영양 기준을 정해 이를 충족하면 사료 포장지에 ‘완전사료(Complete&Balanced, Complete pet food)’라는 표시를 하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완전사료라고 표시된 사료를 믿고 구매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국내는 이런 인증제도가 없다.
국내의 경우 반려동물 사료를 사료관리법에 따라 관리된다. 이 법에 따라 조단백질, 조지방, 칼슘, 인의 최소량과 조섬유, 조회분의 최대량에 대해 등록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건강유지나 성장에 어떤 영양소가 얼마나 필요한 지에 대한 영양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황이다. 5년째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는 B 씨는 “필수로 먹여야 하는 영양성분이 충분히 포함돼있는지 국내 제품에서는 확인하기 힘들다”며 “사료를 고를 때 영양성분을 가장 고려하는 편인데 사료 포장지에 적힌 걸로는 어떤 게 좋은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2021년 KB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펫푸드 구입 시 중요한 요인으로 영양성분을 꼽은 응답자가 54.6%로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한국수의영양학회는 국내에도 영양가이드라인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한국수의영양학회 김종민 총무이사는 “반려견과 반려묘의 건강과 웰빙을 위해서 미국이나 유럽처럼 펫푸드 영양 가이드라인 제도를 도입해 펫푸드의 영양학적 적절성을 표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사료관리법이 반려동물보다는 축산 쪽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보니 성분 표시나 원료 명칭이나 보호자들이 원하는 내용들로 되어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반려동물 사료를 관리할 수 있는 추가적인 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내 한 사료업계 관계자 또한 “관련법이나 제도가 개정돼야 표시사항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특화된 사료관리법령 제정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추진 중”이라며 “올해는 관련 법 개정 방향성이 설정이 돼서 여러 관계자들과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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