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계 당 장악 움직임에 비문계 집단 반기…‘이재명 비대위’ 띄우지만 가능성은 회의적
여권발 수습 카드인 ‘윤호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선에서 패한 여권은 3월 10일 당내 반발에도 윤호중 비대위를 띄웠다. 경제통인 채이배 전 의원을 비롯해 MZ세대(1980년∼2000년 중반 출생자) 권지웅 전 청년선대위 공동위원장 등도 합류했지만, 반발은 곳곳에서 나왔다.
내부 집단 반기의 핵심은 ‘대선 패배 책임자(윤호중)’의 재등장이다. 수도권 한 의원은 3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상황을 언급하며 “발언자의 70% 이상이 비토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선 “기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월권” “당 대응이 안이하다” “친문(친문재인)은 패배 책임이 없냐”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특히 ‘MZ세대 박지현 발탁’은 윤호중 비대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으로, 이재명 선대위에서 디지털성폭력근절특위 위원장직을 맡았다. 여권이 파격에 가까운 ‘박지현 카드’를 내놓은 것은 이재명 전 대선 후보가 ‘이대녀(20대 여성)’에게 과반 지지를 받은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페미니즘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6·1 지방선거를 겨냥한 쇼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 8명 중 과반을 MZ세대로 채우자, “친문계가 비대위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냐”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콘클라베 방식을 통한 원내대표 선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교황 선출 제도인 콘클라베는 단 ‘한 명’의 총의를 모을 때까지 반복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당 내부에선 “사실상 밀실 투표가 될 것” “깜깜이 선거가 될 것” 등과 같은 비판이 지배적이다. 구원 등판한 윤호중 비대위가 콘클라베 방식을 택한 것은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영향력을 끼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얘기다.
이 경우 친문계의 당내 권력독점은 지방선거 공천권 장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 주류인 친문계를 거론, “대선에서 패한 마당에 당권이 비주류로 넘어가는 것은 막지 못하더라도, 지방선거 공천권만은 마지막으로 틀어쥐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김두관 이수진 의원 등이 ‘이재명 비대위’ 카드에 군불을 지피는 것도 당내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원조 친노(친노무현)인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3월 12일 윤호중 비대위를 직접 겨냥, “위성정당을 만들 때 사무총장” “대선 패배 원인 제공자” “지방선거 승리 불가능” 등의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다.
판사 출신의 이수진 의원도 “윤호중 비대위는 당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들의 변명”이라며 이재명 비대위 구성을 촉구했다. 당 인사들은 “위기 수습책인 비대위 구성으로 더 큰 위기가 온 격”이라고 했다. 이에 여권 한 인사는 “대선에서 패한 이 전 후보가 곧바로 구원투수로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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