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에 출두하면서 기자들과 ‘악연’을 맺은 김승연 회장이 언론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지 주목된다. | ||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S&C의 주식이 김승연 회장 아들들에게 대거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몇 달 전부터다. 한화 S&C는 한화그룹 계열 시스템 통합(SI)업체로 매출 대부분을 계열사 관련 업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종의 IT 회사. 얼마 전까지 한화S&C 지분 상황은 지주회사격인 (주)한화 명의가 67%, 김 회장 본인 명의가 33%였다.
지난 4월29일 김 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한화S&C 주식 20만주를 차남 동원씨와 삼남 동선씨에게 각각 10만주씩 주당 5천원에 양도했다. 이로서 동원 동선씨는 각각 한화 S&C 주식 16.5%씩을 소유하게 됐다. 한화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증여한 것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6월17일엔 아예 한화S&C의 최대주주가 김 회장 맏아들 동관씨로 바뀌어버렸다. ㈜한화 소유의 한화S&C 주식 40만주를 모두 동관씨가 주당 5천1백원에 사들인 것. 결국 한화S&C 지분 100%가 김 회장 세 아들의 손에 들어간 셈이다. 지난 6월24일 이들 3형제는 60만주(3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화 S&C의 살림을 키워 가는 주체가 김 회장 아들들임을 알리기도 했다. 이러한 한화의 움직임을 두고 업계에선 본격적인 경영권 이양 준비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장자인 동관씨 지분 변동에 눈길이 쏠린다. 지난 6월3일에 공시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동관씨는 본인 소유 ㈜한화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이로써 동관씨의 ㈜한화 지분은 3.11%에서 3.09%로 줄어든 상태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동관씨가 약 40억원에 해당하는 ㈜한화 지분을 매각해 한화S&C 지분 67%를 사들이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규모는 작지만 특정 계열사의 최대주주에 장자를 등극시킴으로써 창업주 김종희 회장과 그 장자인 김승연 현 회장 그리고 장남 동관씨로 이어지는 장자승계 구도의 안정적 발판을 차츰 만들어나가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다.
김 회장 아들들의 IT회사 지분 확보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는 또다른 이유는 재벌가의 경영권 승계 방식과의 유사함에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재용씨가 e삼성을 통해 경영 감각을 익혔으며 최태원 SK 회장은 경영참여 초기 IT 관련 사업에 나섰던 바 있다. 즉, 재벌가의 3세 경영시대 서막은 IT회사 경영참여와 함께 열렸다는 사실을 토대로 최근 한화 동향에 더욱 주목하는 시선이 늘어가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 아들들은) 아직 학생이다. 한화S&C는 워낙 규모가 작은 데다 (아들들이) 경영일선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다. 이 관계자는 “(아들들이) IT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한화S&C 지분을 갖게된 것으로 안다”라며 “대주주로서의 역할만 할 뿐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다 맡아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52년생으로 한참 더 왕성하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연배며 장남 동관씨와 차남 동원씨는 20대 초반의 대학생, 삼남 동선씨는 고등학생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아직 경영일선 참여를 논하기에 이른 이들 3형제에 대한 조기 지분증여를 통해 일찍부터 안정적 승계구도를 확립하려 한다는 시각이 재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