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고 잔변감이 있다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툭 하면 아랫배가 아프고, 시도 때도 없이 설사를 하거나 변비 증세가 나타나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 지나치게 과민한 대장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가끔 배가 아프거나 불쾌감을 느끼고, 변비나 설사가 잦다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해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 복통·설사·변비로 고생하고 이런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더라도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심한 경우에는 몇 년씩 이런 고통을 겪을 수 있다. 학계에는 성인 10명 중 2명이 일생 중 한 번 이상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문제는 대부분 증상이 가벼워 병원을 찾지 않고, 자신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인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배가 아프거나 불쾌감이 느껴지면 원인도 모른 채 습관적으로 소화제를 사먹고, 변비가 생기면 변비약, 설사를 하면 지사제를 사먹는 이들이 많다.
#자주 배 아프고 설사, 변비로 고생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말 그대로 장이 너무 과민해서 생기는 증상으로 스트레스나 식습관, 생활습관과 관련이 많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은 후 변비나 설사 등의 배변장애, 복통, 복부팽만감 등이 나타난다.
자주 아랫배가 아프고 배변습관이 변화하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복통이 심하다가도 대변을 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통증이 사라진다. 이외에 점액질 변, 복부 팽만, 잦은 트림, 방귀, 전신피로, 두통, 불면, 어깨 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증상이 몇 개월에서 몇 년씩 계속되더라도 다른 건강 상태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게 특징이다.
△아침식사 후 복통=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으면 아랫배, 특히 왼쪽 아랫배가 자주 아프다. 보통 아침식사 후에 복통이 바로 나타나고, 대변을 본 후에는 가벼워진다. 명치 밑이나 등 쪽에서 통증이 느껴질 수도 있다.
통증의 강도는 예리한 통증, 묵직한 통증, 배에 가스로 가득 차는 듯한 통증 등으로 다양하고, 시간 역시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지속되기도 한다.
△반복되는 설사와 변비=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배변은 형태에 따라서 무통성 설사형, 변비·설사 교대형, 경련성 변비형의 3가지가 있다.
우선 무통성 설사형의 경우 항상 묽은 변을 보지만 통증은 거의 없다. 대개 아침식사를 전후해 3~4회 변을 보고 나면 하루 종일 별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매일 되풀이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점이다.
변비·설사 교대형은 말 그대로 며칠 동안 변비로 고생하다 또 며칠간은 설사를 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경련성 변비형은 변비가 있으면서 복통을 동반하는 것으로, 변의 모양이 토끼 똥같이 동글동글하거나 연필 모양으로 가늘다.
△빠른 포만감과 잔변감=과민성대장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헛배가 불러 포만감이 빨리 오기 때문이다. 또 항상 뱃속에 가스가 찬 느낌이 있고, 실제로 방귀가 많이 나온다. 배변이 잦음에도 불구하고 늘 잔변감이 남아있다는 것도 불편한 증상 중 하나다.
#스트레스 많으면 증상 더 심해져
현재까지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 다만 전문가들은 체질적인 요소와 정신적인 스트레스, 잘못된 생활습관 등을 꼽는다.
먼저, 선천적으로 가벼운 자극에도 과도하게 반응을 하는 사람이나 성격이 내성적이며 꼼꼼한 사람일수록 과민성대장증후군에 걸리기 쉽다. 한방에서는 체질상 비위의 기능이 약한 소음인이 과민성대장증후군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본다.
스트레스도 한 원인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과 호르몬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결국 스트레스가 쌓이면 장이 정상적인 연동운동을 하지 못해 음식물이 원활하게 이동을 하지 못하고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일으키는 것이다.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잘 생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배변습관 등의 나쁜 습관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채소나 곡류와 같이 섬유질이 많은 식품 대신 우유, 달걀, 육류같이 쉽게 소화가 잘 되고 찌꺼기가 많이 남지 않는 음식 위주로 먹는 경우에는 대변의 양이 적어지고 대장이 과도하게 수축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는 과민성대장증후군 부모에게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족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규칙적으로 배변하고 스트레스 피하면 도움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의심될 때는 내시경검사나 X선 조영술 같은 검사를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때 음식물을 흡수하지 못해 나타나는 설사, 예를 들면 우유를 소화시키는 효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설사와는 구분해야 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인한 복통은 아침식사 후에 여러 번 대변을 보면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대변의 양은 많아도 300g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매일매일 규칙척인 식사를 하고, 규칙적인 배변을 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틈틈이 아랫배를 마사지해 주거나, 핫팩을 사용해 복부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도 좋다.
과민한 대장을 다스리는 데는 정서적인 안정도 중요하다. 경쟁심이나 질투 등을 자극하는 생각을 되도록 버리고 명상을 하거나 좋아하는 취미생활, 운동 등으로 마음을 편하게 가지도록 노력한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관련, 인지행동요법과 대인관계치료, 이완요법 등을 적용해 증상을 개선시키는 정신과 치료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식습관 개선, 규칙적인 배변습관 등의 노력으로도 좋아지지 않을 때는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정성희 을지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심한 복통이나 배변습관의 변화로 인한 사회생활의 불편,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이 오래 지속될 때는 비정상적인 대장 운동을 조절하기 위해 1~3개월 정도 약물 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잠을 자는 중에 복통이 있거나 자다가 배변하기 위해 잠을 깬다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아닌 다른 질환 때문일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체중감소, 식욕부진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식생활의 서구화, 육류 섭취의 증가,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국내에서도 대장암 유병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 역시 젊은 연령층에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질환들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구별이 어려워 가진단, 자가치료 등으로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기름진 음식이나 술, 카페인은 금물
대장이 과민한 경우에는 명절상에 오르는 기름진 음식들이나 찬 음식 등을 삼가는 것이 좋다. 장을 자극하는 술이나 담배, 청량음료, 카페인·유당·과당·향신료 등이 많이 들어간 식품도 마찬가지다. 콩, 양배추 섭취도 줄이는 것이 좋다.
또 자신의 증상에 따른 주의사항을 자세하게 알아둔다. 가령 설사가 심한 환자는 날로 먹는 기름진 음식과 함께 어패류, 우유, 맥주를 삼가야 한다. 하지만 속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감이나 밤, 감자, 찰밥, 닭고기, 생강차, 인삼차 등은 치료에 도움이 된다.
반면 변비 증상이 있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일 때는 속을 덥혀주는 음식을 피하고, 섬유소가 많은 채소나 과일, 잡곡 등을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과일 중에서는 사과나 배, 귤, 수박, 딸기 등이 특히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정성희 을지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아래의 배변이상 증상 중 3가지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 대변을 하루 두 번 이상 본다.
□ 설사 또는 변비 증세가 있다.
□ 심하게 변의를 느끼지만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다.
□ 대변에 점액이 많이 섞여 있다.
□ 헛배가 부르고 가스가 찬다.
●장 편하게 만든 식품
△당근=하루에 2~3회 당근즙을 1잔씩 꾸준히 마시면 좋다.
△신선초·샐러리=신선초나 샐러리를 녹즙으로 마시는 것도 좋다. 쓴맛을 줄이려면 당근, 사과, 요구르트 등을 섞어서 갈면 맛이 부드러워진다.
△사과=사과를 강판에 갈아 그냥 먹거나 즙을 짜서 마신다.
△생강=설사를 자주 하는 경우에는 살균작용이 강한 생강이 좋다. 저며 썬 생강을 꿀에 절인 다음 생강차를 끓여 마시거나 생강정과, 생강 찹쌀죽 등으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