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출전, 최종 47위 마무리…향후 ‘통산 83승’ 새 역사 쓸지 주목
우즈는 2019년 극적인 부활로 팬들에게 한 차례 감동을 안긴 바 있다. 자신을 상징하는 대회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에서 1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정상을 달리던 우즈를 상징하는 붉은 셔츠와 검정색 바지는 그대로였고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을 걸쳤다. 제2의 전성기가 이어지는 듯했다. 같은 해 하반기 열린 조조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미국과 국제연합팀 간의 맞대결인 프레지던츠컵에 미국팀 단장 겸 선수로 나서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우즈의 출전 기록은 2020년 11월을 마지막으로 다시 멈췄다. 2021년 2월,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면서부터다. 한차례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우즈였기에 사고는 더 큰 안타까움을 샀다. 도로를 벗어나 상당 거리를 굴러 떨어진 사고로 알려졌다. 공개된 사고 현장 사진은 차량이 옆으로 누워있는 상태였다.
차량이 반파에 가까운 충격을 입었고 우즈 또한 사고 직후 의식을 잃을 정도로 큰 사고였다. 오른쪽 무릎 아래로 뼈가 산산조각 나는 부상을 입었다.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다리를 절단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진단이 내려지기도 했다. 골절된 뼈가 피부를 찢고 외부로 노출됐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다만 이전과 같은 비난은 쏟아지지 않았다. 과거 우즈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전력이 있다. 경찰 구금 과정에서 찍힌 사진이 공개돼 망신살을 뻗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음주나 약물에 의한 사고는 아니었기에 비판을 피해갔다. 정강뼈, 종아리뼈 등에 철심을 꽂고 발목뼈에는 나사와 핀을 박는 대수술이 진행됐다. 수술 이후 1년이 넘게 지났지만 우즈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여전히 매일매일 아프다"라고 말할 정도다.
통증이 남아있는 우즈였기에 대회 하루 전까지 참가를 고민했다. 그는 "지금으로선 출전을 하고 싶다"며 의지를 보였다. 결국 우즈는 자신의 마지막 공식 대회였던 마스터스에 다시 돌아왔다. 대회 첫날 71타 1언더파를 기록하며 우려를 씻는 듯했다.
하지만 대회를 진행하며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2라운드에서는 2오버파를 기록하며 컷오프는 면했지만 3, 4라운드에서 연달아 6오버파를 기록했다. 3라운드에선 '골프 황제'라는 명성에 맞지 않게 더블보기만 두 개를 범했다.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카트를 타고 이동이 가능한 아마추어 골퍼였다면 라운딩이 수월했을지 모른다. 돌아온 우즈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걷기'였다. 그는 "걷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대회에서 그는 절뚝이는 모습을 수차례 보였다. 대회가 열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환경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고저 차가 큰 코스다. 가장 낮은 지점부터 가장 높은 지점까지 고저 차가 50m가 넘는다. 걸음걸이가 불편한 우즈에겐 만만치 않은 코스였다.
그럼에도 우즈는 끝까지 분투하는 모습으로 박수를 받았다.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300야드에 육박하던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85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2라운드 오버파를 기록한 이후 선두와 9타 차이로 벌어졌지만 "2위와는 4타 차이다. 기회가 남아있다"며 특유의 승부욕도 드러냈다.
마지막 공식 대회 이후 약 17개월 만에 복귀한 대회, 우즈는 최종 47위라는 성적을 받아들였다. 컷통과한 선수들(52명) 중 리더보드에서 그의 아래에는 5명만이 위치했다.
하지만 우즈의 골프 커리어가 이 정도 수준에서 끝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는 모습으로 찬사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1996년 PGA 투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신인왕을 수상하고 이듬해부터 마스터스 우승, 올해의 선수 등을 휩쓸었던 우즈다. 2000년에는 한 해에만 9승을 기록하는 등 그가 정상을 달리던 시기를 미국 골프계에서는 '타이거의 시대(Tiger Era.)'로 부를 정도다.
하지만 매해 이어지던 우승 행진은 2010년 거짓말처럼 멈춘다. 갖가지 성추문에 휘말리며 추락을 시작했다. 결혼 이후로도 약 20여 명의 여성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스캔들을 딛고 2012년과 2013년 다시 최강의 모습을 보였지만 이듬해부터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30년 이상 골프에 매진하며 허리, 무릎 등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다. 수술과 재활을 거쳐야했고 이 과정에서 약물에 취해 운전대를 잡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즈는 부단한 노력으로 2018년 1승, 2019년 2승을 추가하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돌아온 우즈에게 '자유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했다. 대통령이 미국인에게 주는 최고 권위 훈장이다.
대형 교통사고 이후 돌아온 우즈, 일부에선 이미 골프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서 업적을 남긴 그가 '돌아올 필요가 없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즈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다시 라운딩을 시작했다. 우즈는 또 한 번의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향후 그는 우승을 할 때마다 새 역사를 쓰게 된다. 현재 PGA 투어 통산 82회 우승을 차지해 역대 최다승 동률(샘 스니드)을 이루고 있다. 복귀 신호탄을 쏜 우즈가 83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운다면 또 다시 골프계 전체의 박수가 쏟아질 전망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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