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자 있다면 상당 기간 숨을 수 있어 ‘한 목소리’…신원 도용 밀항? 조직원에 의한 피살? 다양한 가능성
#"주변 사람들 모두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미국의 FBI(연방수사국)가 ‘링 범죄’로 분류하는 일종의 비정형적 일탈 집단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YTN 라디오 ‘이슈&피플’과의 인터뷰에서 배 프로파일러는 '가출팸'을 예를 들며 “범죄인지 일탈인지까지는 확정적이지 않은데 사람들을 괴롭히고 돈을 뜯어내고, 그 지역사회의 어떤 공간에서 계속 은거하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집단이 있다. 보통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집단을 얘기하는데 이은해와 조현수의 10년 전, 15년 전 행적을 보니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며 “이은해 주변에는 조현수1, 조현수2, 조현수3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은해는 15세 때 가출해 성매매 등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0대 시절인 2009년 5월에는 특수절도 및 절도 혐의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2008년부터 2009년 초까지 인천 지역에서 조건 만남을 빌미로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한 뒤 남성이 씻는 사이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방식의 범행을 수차례 반복한 혐의다. 이런 범죄는 대부분 조력자가 있기 마련인데 가출 이후 각종 범행이 가출팸을 중심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조건 만남은 개인이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당시부터 아마 가출을 해서 동거를 했던 소위 가출 패밀리 정도 되는 남녀 복수의 친구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 전문 보험사기범으로 변질이 된 것 같다. 이은해 개인에게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친구, 공범 관계에 있던 사람 또는 동료 이런 사람들을 모두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행적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이들이 10대 시절 가출팸에서 만나 성매매, 조건 만남 빌미 절도, 전문 보험사기범으로 변모해왔을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공범들 내지는 공범들로 이뤄진 범죄 조직이 존재할 경우, 이들이 얼마나 탄탄한 조직력과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느냐다.
같은 범죄조직의 일원인지 여부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계곡 살인사건의 공범이라는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 실제 몇몇 존재한다. 우선 계곡 살인사건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A 씨가 있다. 전과 28범인 A 씨는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프로포폴 전달책으로 활동하다 2020년 12월 구속돼 2021년 5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이은해에게 남편 윤 아무개 씨 명의로 보험을 들게 한 보험설계사도 공범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표 소장은 KBS 1TV ‘더 라이브’에서 “8억 원의 생명보험 가입을 주선하고, 상당히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음에도 계약을 유지했다”며 “이은해와 알고 지냈던 사람이고, 이은해 조현수와 함께 여행도 다녀왔다. 공범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현상금으로 배신 유도? '배신'으로 살해됐을 수도
표창원 소장은 KBS 1TV ‘더 라이브’에 출연해 “조력자들이 그렇게 오랜 기간 신뢰 관계를 형성한 게 아니다. 이해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거액의 현상금이 걸려 있고 자신들의 신원이 보장된다면 바로 제보를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상금의 가장 큰 효과는 주변 조력자들의 소위 ‘배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이은해와 조현수가 이미 사망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도 이들이 속한 범죄조직이 자리 잡고 있다. 이은해와 조현수가 수사기관에 검거돼 자신들의 범행까지 드러날 것을 우려한 조직원들이 이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범죄를 위해 모인 이들일 경우 각자의 이해를 중심으로 연결돼 있어 신뢰관계가 그리 탄탄하지 못하다면 현상금으로 배신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그들을 믿지 못해 살해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 이수정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제일 증오하는 게 '꼬리 자르기'라는 최근의 용어인데 다양한 열린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 시점에선 이은해와 조현수가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해외로 출국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잠적한 뒤 출국 금지가 내려졌고 출국 금지 전에 해외로 출국한 기록은 없다. 그렇지만 밀항을 했거나 다른 사람의 신원을 도용해서 해외로 출국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미 타인의 신원을 도용한 범행에도 연루된 의혹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있다면 어떻게 오랜 기간 감쪽같이 숨어서 지낼 수 있을까. 게다가 최근에는 연일 매스컴에서 이들 뉴스가 보도되고 있고, 네티즌들이 이들이 마스크와 모자 등을 쓴 사진까지 합성해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표창원 소장은 “이은해와 조현수는 이미 휴대전화, 신용카드 등이 없어도 살 수 있는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도주하기 전 어느 정도 현금을 끌어 모은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조력자까지 존재한다면 상당히 오랜 기간 숨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교수 역시 조력자의 역할에 주목했다. 이수정 교수는 “범죄조직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지금 이렇게 상당한 기간 동안 은둔하고 있는 게 완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YTN 라디오 ‘이슈&피플’ 인터뷰에서 “국내에 있다고 하면 가장 가까운 곳, 그러니까 이은해가 활동했던 곳에 있을 것”이라며 “가장 조력을 많이 받을 수 있고 원조도 많이 받을 수 있는 근거지에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측면에서 검찰과 경찰의 공조 수사가 늦어진 점을 아쉬워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신창원 전담팀처럼 경찰은 경력이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경찰이 더 잘한다”라며 “검찰은 수사를 하지만 이런 공개수배 추적은 사실 전담팀이 없다”고 말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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