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날씨에 코감기가 2주 이상 간다면?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가 나오고 콧물이 나거나, 코로 숨쉬기 어려워 입을 벌리고 코를 곤다면? 단순 감기가 아니라 비염이 원인일 수 있다. 직장인이든, 공부하는 학생이든 괴로운 질환 중 하나가 바로 비염. 그저 감기려니 방치하다가는 비염이 만성화될 수 있다. 아이들 역시 부모가 알레르기 체질이거나 아이에게 낫지 않는 코감기 증상이 보이면 비염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쉬 피로하고 집중력까지 저하
비염이 심하면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 가래, 코피가 생기거나 코막힘이 심해 두통이 찾아오기 쉽다. 입으로 숨을 쉬며 자기 때문에 잠을 깊이 자기도 어렵다.
비염이 만성화되는 경우 코 점막이 늘 붓고 충혈돼 정상적인 신경반사 능력을 잃게 된다. 유해물질 제거능력이 떨어져 초기의 맑은 콧물 대신 끈적거리는 누런 콧물이 많이 나오고 재채기마저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쯤 되면 누런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면서 입에서 구취가 나는 부비동염이나 물혹, 중이염 등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또한 비염이 있으면 피로를 쉽게 느껴 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기 쉽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비염을 방치하면 산만해지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하는 데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강남 함소아한의원 김정열 원장은 “특히 입을 벌린 상태로 계속 숨을 쉬다 보면 버릇으로 굳어져 얼굴형까지 바뀔 수 있다”며 “부모가 알레르기 체질이거나 아이에게 낫지 않는 코감기 증상이 보이면 비염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콧물이 나는 비염, 콧물이 마르는 비염
비염은 증상에 따라 ‘콧물이 나는 비염’과 ‘콧물이 마르는 비염’이 있다. ‘콧물이 나는 비염’은 흔히 말하는 알레르기 비염이다. 주로 기온이 낮은 아침에 심하게 재채기를 하고, 맑은 콧물을 줄줄 흘리는 경우가 많다. 한방에서는 찬 공기를 마시거나 찬 음식을 먹어 폐가 차가워지면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콧물이 나는 비염이 있으면 평소 속이 차고 양기가 부족한 소음인일 가능성이 높으며, 소화도 잘 안되기 때문에 자주 배가 아프다.
알레르기 비염은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알레르기 질환을 갖고 있는 엄마와 아빠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75% 정도가 알레르기 비염 증세를 보일 정도다. 아이들은 코 안에서 부비동이라고 하는 콧속 공간으로 통하는 구조가 어른보다 가깝고 넓어 축농증, 중이염 같은 합병증에 걸리기도 쉬우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콧물이 마르는 비염’은 밤에 잠들기 어려울 정도로 콧속이 바짝 마른다.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비염으로 폐나 코 점막이 열에 의해 건조해지면서 생긴다고 한다. 건조해진 코 점막이 가을철 높은 일교차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콧속이 붓는 등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
비염이 심할 경우 한방에서는 증상을 완화시키고 코 점막 기능을 높여주는 치료를 먼저 한다. 그런 다음 몸의 균형을 살펴 근본적인 체질 개선, 전반적인 면역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한방에서는 폐 기운이 호흡기와 코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본다. 폐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한약과 침, 부항, 아로마 흡입 등의 치료방법을 쓴다”는 것이 김정열 원장의 설명이다.
폐가 건강해지면 자연스럽게 차고 건조한 공기와 탁한 공기, 저항력이 생긴다. 다만 콧물이 나는 비염과 콧물이 마르는 비염 모두 호흡기와 관련된 질환이지만 치료 방법이나 생활 관리법은 조금씩 다르다.
#비염에 좋은 음식이 따로 있다
콧물이 나는 비염이라면 차가운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육류는 쇠고기, 닭고기가 좋다. 속이 차면 소화기능도 좋지 않으므로 소화가 잘 되는 찰밥을 먹이도록 한다.
특히 평소 코 점막을 튼튼하게 해주는 대추 달인 물을 수시로 마시면 좋다. 대추가 콧속 점막에 있는 모세혈관의 염증을 가라앉힌다. 물에 대추 15g과 감초 2g을 넣고 푹 달여서 하루 3회로 나누어 마신다. 시간은 밥 먹기 30분 전에 마시면 좋다. 콧물을 말리는 효과가 있는 생강차, 속을 따뜻하게 해 주는 인삼차나 귤피차도 도움이 된다.
알레르기 체질 자체를 개선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는 감자가 좋다. 찜통에 쪄서 먹거나 양파나 대파를 넣고 함께 달여 그 물을 마셔도 좋다.
반대로 콧물이 마르는 비염은 몸속 열을 내려야 하므로 쌀밥보다는 차가운 성질의 보리밥이나 조밥을 먹는 게 좋다. 육류는 돼지고기, 오리고기가 좋고 치커리, 미나리, 깻잎 같은 녹색채소는 열을 잘 식히고 진액(체액)을 보충해주므로 자주 먹는다. 건조해진 폐를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갈근차, 오미자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코 점막의 염증으로 인한 비후성 비염에는 녹차가 도움이 된다. 평소보다 진하게 우려낸 녹차를 미지근하게 식힌 뒤 면봉에 묻혀서 콧속을 살살 닦아준다.
코막힘에는 무즙이 효과가 있다. 맵지 않은 무를 갈아서 즙을 낸 후 깨끗한 면봉에 적셔 하루에 두세 번 정도 코 안에 발라준다. 코가 시원하게 뚫리는 효과가 있다.
#등 따뜻하게 해주면 콧물 줄어
비염으로 고생할 때는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코가 막혀 입을 벌리고 자면 습도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실내 습도는 50~60% 정도로 유지한다. 젖은 빨래를 널어두거나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코를 풀 때는 한 쪽씩 번갈아가며 천천히 푼다. 코를 세게 풀면 코 점막을 자극하고 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세게 코를 풀지 않도록 주의한다. 코가 심하게 막힐 때는 따뜻한 물을 적신 스팀타월로 코를 감싸거나 코 주변에 열이 나도록 손바닥이나 중지로 부드럽게 비비면 코가 뚫리는 데 도움이 된다. 잠잘 때 머리를 창가 쪽으로 하면 코막힘, 기침이 심해지므로 피한다. 베개를 약간 높게 베면 자는 동안 코 안에 고인 분비물이 쉽게 빠져나와 아침 코막힘이 줄어든다.
또한 콧물을 줄이려면 등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면 좋다. 마른 코딱지가 많이 생길 때는 콧속에 식염수를 조금 흘려 넣은 다음 부드러워지면 면봉으로 제거한다.
비염에 잘 걸리는 체질을 개선하려면 적당한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것이 좋다. 땀 흘리는 운동을 하면 폐기능이 강화된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도 중요하므로 하루에 한 번 이상, 이른 아침이나 밤에 20~30분 정도 실내를 환기시킨다.
코에 찬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데도 신경 쓴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마스크를 착용해 온도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피부도 공기가 드나드는 호흡기능을 하므로 찬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몸을 따뜻하게 하는 스카프나 모자, 양말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옷은 얇은 옷을 여러 벌 입어 기온에 따라 입고 벗도록 한다.
한 가지, 스프레이형 코막힘 완화제는 4일 이상 연속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습관적으로 사용하면 내성이 생겨 더 효과를 볼 수 없고, 오래 사용하면 약물성 비염이 생길 수도 있다. 혈관이 확장, 충혈되며 점막 부종이 생겨 오히려 코막힘이 심해진다. 때문에 코막힘 완화제는 계속 사용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김정열 강남 함소아한의원 원장
오후만 되면 하품 쩍쩍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래에서 해당사항이 많을수록 알레르기성 비염일 가능성이 높다. 비염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 감기에 자주 걸린다.
□ 갑자기 추워지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콧물이 나온다.
□ 눈 주위, 얼굴, 목 등이 가려워 재채기나 기침을 계속 한다.
□ 오후가 되면 하품이 나고 권태감이 느껴진다.
□ 집중력이 떨어진다.
□ 코가 자주 막힌다.
□ 콧물을 자주 흘린다.
□ 잘 때 입을 벌리고 잔다.
콧망울 주변 꾹꾹 눌러봐
비염 증상이 심하다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서 콧망울 양옆을 마사지한다. 코 주변의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양쪽 콧망울 바깥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을 ‘영향’이라고 한다. 영향혈에 양손을 대고 밀었다 내렸다 하거나, 양손으로 양쪽 영향혈을 잡고 당겼다가 놨다 하면 림프액 흐름이 원활해진다.
양 눈썹 사이 가운데를 ‘인당’이라고 한다. ‘영향’과 ‘인당’ 자리를 10회 이상 꾹꾹 눌러서 자극해주면 콧물이 멈추고 막힌 코가 시원해진다.
콧대는 쓸어 올려준다. 코가 솟아있는 부위에서 콧잔등의 양쪽을 엄지와 검지로 잡은 후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려준다. 꾹꾹 누르면서 2~3번 올라간 후 아래에서 이마 쪽으로 쓸어 올려준다.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