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출자관계 계열사에 지분 고가 매각…오뚜기 “적법하게 매매 진행”
최근 함영준 회장은 수년간 분납해왔던 1500억 원 규모의 상속세를 완납했다. 2016년 함 회장은 그의 아버지 함태호 명예회장의 별세로 상속받은 오뚜기와 조흥의 지분 3000억 원 규모에 대한 상속세 1500억 원을 깨끗하게 납입하기로 했다. ‘갓뚜기’란 애칭이 붙은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함영준 회장이 계열사에 지분을 고가 매각해 마련한 돈으로 상속세를 완납했다는 것이 전해지자 뒷말이 나왔다. 지난 6일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이 지난 3월 28일 자사 주식 7만 3000주를 주당 52만 9200원에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오뚜기라면지주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앞선 3월과 4월 같은 내용으로 공시를 올렸는데 이번 공시에는 주당 매각단가가 상향 조정됐다. 과거 공시했던 주당 매입단가 52만 6660원보다 0.48% 상승한 것. 이번 공시를 기준으로 함 회장은 386억 3160만 원의 현금을 손에 쥘 것으로 추산된다. 오뚜기 관계자는 “지난번 공시에서의 주당 매매가는 증권거래세, 수수료 등 매매 대금에서 비용을 제한 단가였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해당 매매가가 시세보다 높다는 점이다. 오뚜기라면지주가 함 회장 지분을 매입할 당시인 3월 28일 종가가 44만 95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뚜기라면지주는 함 회장의 지분을 시세보다 17%가량 비싸게 매입한 것이다.
오뚜기라면지주가 매입한 함 회장의 지분은 경영권 변동과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오뚜기라면지주에 오뚜기 지분을 넘기면서 지분율이 23.74%로 기존에 비해 1.99%포인트가량 하락했지만 여전히 최대주주다. 특히 오뚜기라면지주가 함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 때문에 사실상 경영권과 무관한 ‘회장님’ 지분을 회사 계열사가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오뚜기 측은 관련법에 따라 지분을 매각했다는 입장을 보인다. 오뚜기 관계자는 “법인세법 시행령 89조를 보면 ‘경영권 이전이 수반되는 거래의 경우’ 그 거래일 직전 최종 시세가액에 20%를 가산할 수 있다”며 “경영권 이전이 수반되는 경우는 최대주주의 지분 변동이 1% 이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함 회장이 이번 지분 매각으로 1% 넘는 지분 변동이 생기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태 계열사에 지분을 매각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가 상호출자관계라는 점도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오뚜기는 오뚜기라면지주의 지분을 37.7% 가지고 있고, 오뚜기라면지주는 이번 거래로 오뚜기 지분을 6.82%까지 확대했다. 최근 재계에 지배구조 개선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때문에 오뚜기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 있다. 상호출자는 실질적인 출자금 없이 자본금을 부풀리거나 특정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로 일반 주주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의 경우 상호출자를 제한하고 있다. 상장사인 오뚜기 주주들 입장에서 자신의 투자회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오뚜기라면지주가 함 회장의 지분을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한 것이 적절한지는 따져볼 문제다.
김규식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오뚜기 주주들 입장에서는 오뚜기가 최대주주로 있는 오뚜기라면지주가 함 회장의 지분을 고가에 매입하면서 간접적으로 자신의 지분 가치가 훼손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오뚜기가 최대주주로서 오뚜기라면지주의 함 회장 지분 매입이 적절한지 주주서한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법리적인 문제는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자회사가 모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막고 있지만 자회사 기준을 모회사가 지분 50% 이상 확보한 경우로 보고 있어 해당 요율에 못 미치는 오뚜기라면지주는 오뚜기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함 회장의 개인 주식을 오뚜기라면지주가 매입한 것은 상속세를 내기 위한 거래일 뿐 오너 일가의 경영권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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