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회, 14일 동안 1만 8628명 헌혈…단기간 최대 헌혈
- 헌혈자 상당수 20대 전후 젊은 연령대…헌혈 배제 기한 4주→10일 단축
- 혈액원, 일원화된 전국시스템 구축…혈액 부족 지역 공백 채워
[일요신문] "혈액이 없어도, 있어도 바쁩니다. 그래도 많아서 바쁜게 좋게 좋죠."
느지막한 오후 대구 '동성로 헌혈의 집'에는 어린 학생들로 북적댔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헌혈을 하러 온 것이다. 이곳은 대구지역 헌혈의 집에서도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학생들은 체온을 재고 손소독을 한 후 혈압 측정 및 문진을 받고 최종적으로 헌혈을 하게 된다.
"보통 이 시간(오후 4시께)에 학생들이 많이 와요. 학교 마치고 오니까 그렇겠죠. 덕분에 이 타임이 제일 바쁜 시간이예요."
헌혈의 집 관계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전자문진이 가능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문진을 마친 후 안락한 대기실에 있다가 차례로 헌혈을 한다. 전자문진에서 결격 사유 등이 보일 경우 담당자가 직접 상담을 해 건강상황을 체크하고 헌혈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혈액이 꾸준히 올라오는 상황입니다."
대구경북혈액원 측에 따르면 최근 들어서면서 헌혈 숫자가 증가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치솟게 되면 그만큼 헌혈자 수는 감소하게 된다. 확진자가 헌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완치가 되더라도 헌혈 배제 기한이 4주로 정해져 있다. 현재 이 배제기간은 10일로 단축됐다.
"헌혈 배제 기간이 단축된 것이 헌혈자수가 오른 요인 중 하나라고 여겨집니다. 3~4주 정도 헌혈 숫자가 떨어질 때가 있었거든요. 그때 여기(헌혈의 집) 오셔도 배제기한이 안되서 못하신 분들도 굉장히 많았어요."
헌혈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는 의외로 20대 전후다. 매우 젊은 피가 수급되는 것이다. 대부분 학생들은 학교에서 생애 첫 헌혈을 하게 된다. 그리고 SNS 등을 통해 헌혈에 동참하는 것을 인증하는 대견한 세대이기도 하다. 대학생들의 헌혈 참여도 높다고 한다. 아예 대학교 측과 연결해 헌혈 버스를 대동해 헌혈을 한다.
"2020년 코로나19가 터졌을 초기 무렵에는 너도나도 겁이 나서 헌혈을 꺼렸어요. 그래서 2020년도에는 2019년도 대비해서 헌혈이 급감했죠. 그러다가 2021년부터 다시 헌혈량이 오르기 시작했어요. 다행이죠."
대구경북혈액원이 제공한 통계치에 따르면 2019년 1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헌혈량은 총 7만5446명이다. 같은 기간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에는 5만2093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2021년 동기간 7만3170명, 올해인 2022년 동기간 6만8480명이 헌혈에 동참했다. 헌혈이 지난해보다는 저조하지만 현재 혈액수급은 원활한 상황이다.
"어느 한 지역이 집중적으로 혈액이 떨어졌는데, 다른 지역에는 혈액을 막 많이 보유하고 안 주고 그렇게 할 수가 없죠."
헌혈에 동참한 국민의 공로가 가장 크지만, 혈액원 측의 수고도 만만치 않다. 전국에는 15곳의 혈액원이 있다. 이를 권역별로 나눠 혈액을 관리한다. 만일 대구지역에 혈액 보유량이 부족할 경우 인근의 경남, 포항 등의 혈액원에서 혈액을 가져와 평균치를 맞춘다.
한창 서울·경기지역에 확진자가 터져 혈액이 부족할 때는 타 지역이 혈액을 몰아줬다. 물론 적정보유량을 유지하고 혈액을 나눠준다. 혈액에는 기한이 있다. 지역에서 가지고 만 있으면 오히려 폐기처분된다. 귀한 생명을 나눠준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써야 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전국적으로 일원화된 시스템에 있다. 동일 시스템으로 전국적으로 실시간 혈액량을 보는 것이다. 전국보유량, 권역별 보유량, 각 기관량 보유량 등이 모니터링 가능하다. 혈액원 측의 이러한 전국 및 지역, 기관 단위의 모니터링을 통해 혈액보유량이 부족한 지역을 미리 파악하고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의 혈액을 돌려 채워준다.
"제한출고가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혈액을 요청해도 다 줄 수 없을 때도 있어요. 그래서 더 많이 프로모션하고 헌혈처를 요청하고 기관협약을 맺어서 헌혈수급을 합니다."
혈액원 측과 의견조율을 거쳐 헌혈을 하더라도 한 기관에서 '헌혈의 버스'가 들어가기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을 여러번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보통 한 단체가 1년간 헌혈을 할 수 있는 횟수는 최대 5~6회라고 전해진다. 헌혈을 한 이후 적정시간이 지나야 재헌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2년 2개월만에 일상을 되찾으면서 헌혈도 늘어날 전망이다. 대구경북혈액원은 이달 대학교 등을 대상으로 헌혈 스케줄을 조율하고 크게 헌혈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예 '헌혈 캠페인 축제'를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생명을 나눠주는 고귀한 일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상회복이 되면서 앞으로 더 좋은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봅니다. 많은 기관과 협약을 맺고 또 대학교 개학과 맞물려 헌혈버스도 보내면서 헌혈 캠페인을 벌이면 수급이 더 원할해 질 겁니다."
한편 코로나19 확진으로 크게 주목 받았던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 전국적인 단체 헌혈을 통해 1만8628명이 헌혈을 완료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측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14일간 신천지 측과 조율을 통해 전국 단위의 헌혈을 진행했다. 모아진 헌혈증서와 헌혈기부권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14일 동안 무려 1만8628명. 국내에서 단일 단체가 단기간 동안 참여한 헌혈 중 최대치이다. 또 국내에서 하루에 필요한 헌혈인원인 5400명의 4배에 근접한 수치이기도 하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혈액수급 위기상황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 기증 받은 헌혈증서는 수술 또는 치료과정에서 수혈 받은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경감을 위해 지원하고, 헌혈기부권 또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부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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