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피아(위), 디지털네임즈. | ||
넷피아는 지난달 20일 디지털네임즈(Digital Names)를 상대로 ‘업무방해에 의한 손해배상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냈다. 넷피아측은 “디지털네임즈가 넷피아 DB로 오는 한글인터넷주소를 중간에 가로채 포털에 돈을 받고 팔고 있다. 이 때문에 넷피아의 한글인터넷주소 사업이 적잖게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디지털네임즈는 “우리도 넷피아와 특허 공유권자로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두 회사가 벌이는 법정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4년 6월 디지털네임즈가 넷피아를 업무방해로 고소하자 올해 2월에 넷피아의 맞고소가 뒤따랐다. 지난 4월 넷피아는 디지털네임즈가 부당이득을 보고 있다며 고발했고 5월 디지털네임즈는 넷피아가 특허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또 7월15일 디지털네임즈는 넷피아의 ‘PC클린’ 프로그램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는 등 지난해부터 법정 공방은 그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달 2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디지털네임즈가 안철수연구소를 상대로 제기한 ‘스파이제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디지털네임즈는 자사의 한글키워드서비스 프로그램을 안철수연구소가 스파이웨어로 규정해 영업권을 침해했다며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에 대해 두 업체가 이렇게 공방을 거듭하게 된 데는 공교롭게도 ‘인터넷 주소의 자국어 표기 시스템’ 특허를 두 회사가 공유하고 있어서이다. 넷피아에 따르면 “특허보유자인 조아무개씨가 지난 2001년 넷피아와 특허공유계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동종업 및 사업방해를 하지 않겠다고 약정했는데 이를 어기고 디지털네임즈를 통해 특허를 사용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디지털네임즈는 “당시 조씨가 미국에서 설립한 특허개발회사인 ‘아이디어 알앤디’가 동종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정한 것이지 디지털네임즈와는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넷피아가 디지털네임즈에 대해 ‘중간에서 한글인터넷주소를 가로채 간다’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컴퓨터에 아무런 조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한글인터넷주소는 넷피아의 서버를 참조하게 되어 있으나 디지털네임즈의 플러그인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을 경우에는 디지털네임즈의 서버로 끌어당기게 되어 있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사용자의 동의 없이 설치되고 있다는 것이 넷피아의 설명이다.
디지털네임즈의 ‘가로채기’를 막기 위해 넷피아는 ‘PC클린’이라는 프로그램을 배포했다. PC클린은 악성프로그램을 제거해 주는 프로그램인데 디지털네임즈의 프로그램도 제거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디지털네임즈는 “넷피아의 삭제를 스스로 막겠다”며 자동복구 기능을 강화했다. 이 자동복구 기능을 안철수연구소가 스파이웨어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 디지털네임즈는 “스파이웨어의 규정 자체가 법에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프로그램이 스파이웨어라는 것은 견해가 나뉠 수 있지만 법원의 의견을 존중해 보호기능 모듈만 일단 삭제한다”는 입장을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한편 한글인터넷주소가 새로운 시장으로 규모가 확대되면서 유명 포털업체들도 뛰어들어 과열양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디지털네임즈의 경우 미등록 단어에 대해서는 포털사이트의 검색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네임즈는 야후, 다음, MSN과 제휴를 맺고 있다. 한때 제휴를 맺었던 네이트는 논란이 과열되자 계약을 해지했다.
이를 두고 넷피아는 “주소창을 검색창처럼 만드는 것은 한글인터넷주소 체계를 더욱 혼탁하게 할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디지털네임즈 또한 “넷피아도 등록되지 않은 한글주소에 대해서는 검색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것이 자사의 사이트라는 것이 다른 점이다. 우리는 검색기능이 없기 때문에 다른 업체와 제휴를 맺은 것이다. 또 넷피아는 특정단어를 기업체에 팔고 있는데 예를 들어 ‘은행’을 입력하면 국민은행의 홈페이지로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며 반박하고 있다.
포털업체뿐 아니라 통신망 사업자들도 이 사업에 뛰어들어 두 회사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넷피아는 온세통신과, 디지털네임즈는 하나로텔레콤과 계약을 맺어 각각의 통신망에서 자사의 한글인터넷주소 체계만 작동되도록 해놓아 비난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글인터넷주소가 업체간의 갈등으로 혼탁해지자 전문가와 이용자들은 시장질서를 바로잡아줄 수 있는 방안이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소중한 인터넷 자원이 자칫 무용지물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다는 우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