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 간의 경영권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레이크사이드CC 입구. 마주보는 두 사자상이 의미심장하다. | ||
지난 8월10일 레이크사이드CC 사무실이 있는 클럽하우스에서는 경영권을 둘러싸고 직원들과 경비업체 사이에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당시 건장한 남자들끼리 곡괭이와 끌을 동원해 문을 부쉈는가 하면 소화기를 뿌려대 사무실은 한때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지난 11일 찾아간 레이크사이드CC에는 전날 부숴진 문을 임시로 달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고 문을 밀봉할 때의 흔적인 못자국과 소화기 분말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현재 대치중인 두 경영진의 사무실 앞은 검은옷의 건장한 경비업체 직원들 여러 명이 지키고 있어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에 있는 레이크사이드CC는 회원권 가격만 7억원대로 전국 5위를 기록하고 있고, 단일 골프장으로는 국내 최대인 56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풍광이 좋고 접근성이 좋아 골프광들 사이에서는 인기 골프장으로 통한다.
재일동포 사업가 윤익성씨가 1986년 설립한 레이크사이드CC는 윤씨가 1996년 타계한 뒤 둘째아들인 윤맹철 회장(62)이 경영을 맡고 있었다. 현재 이 회사의 지분은 윤씨 남매 4명이 나눠 가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윤맹철 회장이 36.5%, 창업주 윤익성씨의 일본인 아내 나카야마 다이코씨(53)가 20%, 그리고 나머지 43.5%를 윤맹철 회장 형(작고)의 미망인 석진순 이사(65), 누나 윤광자 이사(65), 동생 윤대일 대표(43·당시 전무)가 똑같이 14.5%씩 나누어 가지고 있었다.
일본인 나카야마 다이코씨의 지분은 딸 윤용자씨가 대리로 매년 주총에 참가하는 등 권리를 대행하고 있다. 윤용자씨는 창업주 윤씨가 일본에 설립한 요코하마 근교의 ‘쇼난시사이드CC’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윤 회장은 자신과 나카야마 다이코씨의 지분을 합한 56.5%로 지난해까지 경영권을 지배해왔다. 윤 대표는 나머지 형제들과 함께 지분 43.5%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윤 회장이 윤 대표에게 양도한 지분 9%가 발단이 되었다. 윤 회장이 동생에게 지분을 양도하자 경영권이 윤 대표의 손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윤 회장은 9%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고 윤 대표는 소송을 통해 인정받은 정당한 의결권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윤 회장은 이런 분쟁이 일어날 것이 뻔한데도 왜 지분을 양도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 양측은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하고 있다.
▲ 레이크사이드CC 클럽하우스 전경 | ||
주식의 소유자는 변경되었지만 윤 회장이 회사의 주주명부에 이를 올리는 것을 거부해 실질적인 의결권 행사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윤 대표는 약속과는 달리 명의개설을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의결권을 인정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 의결권을 인정받았다. 결국 형제간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책임은 윤대일 대표에게 있다는 것이 윤맹철 회장측의 주장이다.
한편 윤 대표측은 윤 회장이 부당하게 가져간 상속지분을 정당하게 받아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윤 대표측 관계자는 “창업주 사망 이후 윤 회장은 상속재산이 모두 얼마인지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혼자서 독식했다. 또 골프장의 적자운영을 핑계로 나머지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배당금도 주지 않았다. 레이크사이드처럼 영업이 잘되는 골프장이 계속 부채와 적자에 허덕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고발은 하지 않고 있지만 윤 회장의 횡령을 의심하고 있다”며 윤 회장측을 비난하고 있다.
한편 7월 중순에 윤대일 대표의 의결권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내려지자 윤 회장으로서는 다가올 7월29일의 주총이 문제였다. 그대로 주총이 열릴 경우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주총에 앞서 예정되었던 이사회를 7월28일 열고 계획된 주주총회를 8월20일로 미루었다. 8월 중순이면 윤 대표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형제간 합의를 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윤 회장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윤 대표와 형제들은 윤 회장을 배제한 채 7월29일 예정된 주총을 독자적으로 열고 대표이사직에 윤대일 대표를 임명하고 윤광자씨의 아들 오승룡씨(34)와 윤대일 대표의 부인 송수연씨(27)를 이사로 임명했다.
이어 8월1일 윤 대표는 총무부장과 경리부장을 새로 영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기존 선임자들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사무실 업무공간 확보를 두고 양측이 서로 물리적 충돌을 빚은 것이다.
현재 사무실은 다시 윤 회장측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상태고 출입구에는 경비업체 직원들이 기존 직원 외에는 철저하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업무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윤 대표측 직원들은 건물 한켠의 작은 사무실에서 여러 명이 비좁게 업무를 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두 형제간의 갈등이 원만하게 합의로 끝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서로에 대한 갈등의 골이 깊어진데다 법정에서 서로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