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영 동양제철화학 회장 | ||
그룹측은 세습경영이라는 주위의 인식을 경계하며 사업부문을 분리해 자본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제조업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체질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7월1일 이회림 명예회장은 3남 이화영 회장과 공동으로 대표직을 맡고 있던 계열사 유니드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공식적으로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한편 이 명예회장의 동생인 이회삼 회장 또한 유니온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해 외아들인 이건영 사장이 대표직을 맡게 되었다.
동양제철화학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상장회사인 동양제철화학, 삼광유리공업, 유니드, 유니온과 코스닥 등록업체인 이테크건설, 비상장 업체인 불스원 등이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각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이회림 명예회장을 비롯한 일가가 33.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수영 회장이 그 중 13.62%를 가지고 있어 최대주주다. 2대 주주였던 이회림 명예회장은 지난 5월20일 자신의 지분 10.03% 중 10.02%를 차남 이복영 회장과 3남 이화영 회장에게 각각 5.01%씩 양도했다. 이복영 회장과 이화영 회장은 기존의 보유지분을 합쳐 각각 7.18%, 7.2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동시에 2세 경영진의 그룹 내 영역 구분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수영 회장과 공동으로 동양제철화학의 대표를 맡고 있던 이복영 회장이 삼광유리공업의 대표로 7월1일 옮겨가면서 이수영 회장 단독으로 경영을 맡게 됐다. 이복영 회장이 옮겨가기 직전인 6월22일 동양제철화학은 보유하고 있던 삼광유리공업의 지분 39.4% 중 22.34%를 이복영 회장에게 매각했다. 이 때문에 당시 분가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동양제철화학측은 “계열분리는 없다”며 못박고 있지만 동양제철화학과 삼광유리공업 간의 계열사 정리는 그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보유하고 있던 이테크건설의 지분 41.5% 중 30.71%를 삼광유리공업에, 5%를 이복영 회장 개인에게 매각했다. 또 오덱(주)의 주식 50% 중 30%를 삼광유리공업에 매각했다.
한편 유니드의 대표이사인 3남 이화영 회장은 지난 7월1일 공동대표였던 이회림 명예회장이 사임하면서 실질적인 오너로 등장했다. 유니드는 탄산칼륨, 염산, 소다분 등을 이용한 특수원료를 만드는 회사로 아이티브이미디어의 지분 30%를 가지고 있다. 유니드가 직접 지분을 가진 계열사는 없지만 유니드 자체가 동양제철화학 내에서는 매출액이 제법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화영 회장의 최근 지분율 변동을 보면 이회림 명예회장으로부터 동양제철화학의 지분 5.01%를 받은 것 이외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이수영 회장과 이복영 회장과의 분리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화영 회장도 계열사 분리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회림 명예회장의 동생인 이회삼 회장 일가도 분리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회삼 회장의 외아들인 이건영 회장은 특수시멘트 제조업체인 유니온의 대표다. 이 회장은 유니온의 지분 21.14%를 가지고 있다. 큰아버지인 이회림 명예회장이 25.11%, 아버지 이회삼 회장이 0.49%를 가지고 있다. 이 명예회장이 동양제철화학의 지분을 아들에게 나누어 준 것에 비해 아직까지는 동생과 조카의 회사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향후 2세들 간의 승계구도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한편 이수영 회장은 8월1일 그룹인사를 단행해 장남 이우현씨를 동양제철화학 전무로 영입했다. 또 차남인 이우정 불스원 상무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사실상 3세대 경영수업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이우현 전무는 미국 와튼스쿨 MBA 출신으로 인터내셔널 로우 머티리얼, CSFB(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 BT울펜손, 체이스맨해튼 뱅크, 서울Z파트너스 등 국내외 투자회사에서 M&A 전문가로 일했다. 한국중공업,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발전부문 인수, 브리지스톤의 금호타이어 중국공장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작업에 참여했다. 이 전무가 외부에서 경영실무를 쌓은 것은 신사업 부문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부친 이수영 회장의 권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의 동생인 이우정 불스원 사장 또한 스위스에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화학업체 데구사에서 마케팅·영업 담당으로 경영실무를 쌓은 뒤 2001년 그룹경영에 참여했다.
그룹 내 유일하게 소비재를 판매하는 불스원에 들어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영업 노하우를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이 사장은 불스원에 합류한 뒤 외식사업부를 두고 파스타 전문점인 삐에뜨로와 중국만두 전문점 난시앙을 운영중이다.
이후 3세대가 경영 전면에 나설 경우 장남 이우현 전무는 화학·중공업을, 차남 이우정 사장은 소비재·외식산업 등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동생 이지현씨는 해외에서 공부를 마치고 외국계 기업에 다니고 있다.
이에 그룹측은 “이수영 회장은 아직 아들들에게 회사를 넘겨줄 생각이 없고 지분변동도 없기 때문에 3세대 경영의 시작으로 보는 것은 때이른 해석이다. 최근 그룹의 비전을 글로벌화에 맞추고 관련 전문가를 물색하던 중 이 전무가 적임자로 판단되어져 영입한 것이다. 이우정 사장의 경우는 자신이 불스원 사업을 독자적으로 해왔던 것일 뿐이다”며 인사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전무는 영입되기 직전인 6월3일 동양제철화학의 주식 5천 주를 매입해 지분을 0.95%로 끌어올린 바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8월내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발표하고 8월 말에는 미래 비전과 전략, 오너 일가의 역할 분담 등을 담은 그룹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들어 보여준 여타의 변화를 보면 이미 신사업 진출에 대한 그룹 내 에너지는 충전된 것처럼 보인다. 한편 이회림 명예회장은 지분을 2세에게 넘겨준 이후에도 계속 출근해 그룹 살림을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