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 후 쏟아진 뜨거운 환호와 8분 여 기립박수…경쟁 부문 주목작으로 부상
이날 공식 상영의 열기는 레드카펫에서부터 시작됐다. 턱시도로 단정하면서 수려한 외모를 뽐낸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 그리고 우아한 드레스로 멋을 낸 탕웨이가 등장해 각국 취재진의 플래시에 미소로 화답하며 현장 열기를 달궜다.
상영이 시작되자 극장안은 순식간에 관객들이 뿜어내는 밀도 높은 공기로 채워졌다. 한껏 고전미를 뽐내는 미장센에 두 주연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며 몰입감을 높였고, 중간중간 예기치 못한 시점에 등장하는 유머에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예상을 빗나가는 스토리 전개와 적재적소에 활용된 음악 또한 영화의 몰입감을 극대화시켰다. 얼굴의 미세한 표정 하나까지도 연기에 담아낸 두 주연배우 또한 관객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부터 시작된 기립박수와 환호는 약 8분여간 지속됐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에 박찬욱 감독은 주변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일일이 안아준 뒤 “길고 지루한 구식(?)의 영화를 환영해 줘서 정말 고맙다”는 재치있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상영이 끝나자 주요 외신들의 호평이 객석의 열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가디언(THE GUARDIAN)은 이 영화에 최고점인 별점 5개를 부여하며 “박찬욱 감독이 훌륭한 느와르 로맨스와 함께 칸에 돌아왔다. 텐션, 감정적 대치, 최신 모바일 기술의 천재적 활용, 교묘한 줄거리의 비틈 등 너무나도 히치콕스러웠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스크린 인터내셔널(Screen International)은 “매혹적이고 독선적인 네오 누아르와 함께 박찬욱은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의 기준을 높이고, 비길 데 없는 비주얼 스타일리스트로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 매체의 필진들도 트위터를 통해 호평 대열에 가세했다.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의 카일 부캐넌(Kyle Buchanan)은 “박찬욱 감독이 걸작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의 더 작고 느와르 같은 로맨스조차 화려하고 재밌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퍼스트쇼잉닷넷(FIRSTSHOWING.NET)의 알렉사 빌링턴(Alex Billington)은 “'헤어질 결심'은 '올드보이' 이후 박찬욱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했고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의 데이비드 루니(David Rooney)는 “'헤어질 결심'은 2022년 칸 경쟁부문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가디언(THE GUARDIAN)의 피터 브래드쇼(Peter Bradshaw)는 “우와. 내가 지금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 위너를 본거야?”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각국 영화 관계자들도 감상평을 내놓았다. '헤어질 결심'의 영미권 배급을 결정한 배급사 무비(Mubi)의 케이트 케인(Cate Kane)은 “또 하나의 마스터피스가 탄생했다. 박찬욱은 단연 현시대에 존재하는 최고의 스토리텔러이자 비범한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배급사 박필름(Bac Films)의 데이비드 그룸바흐(David Grumbach)는 “장르적 한계 안에서 이 정도의 걸작을 만들어 낸 것은 분명 박찬욱 감독이 어나더 레벨로 올라갔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호평했다.
그리스 배급사 시노보(Cinobo)의 타소스 멜레메니디스(Tasos Melemenidis)는 “21세기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 박찬욱이 히치콕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가 느껴졌고, 사로잡힌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가장 정확히 묘사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큰 모험이지만, 가장 혁신적이며 성공적인 모험”이라고 평했으며, 독일 배급사 코치 필름(Koch Films)의 모리츠 피터스(Moritz Peters)는 “단연코 그의 작품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촘촘한 레이어와 디테일한 감정선이 긴 여운을 주고 계속 작품을 생각나게 한다”고 전했다.
한편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아가씨'에 이어 네 번째로 초청을 받게 된 박찬욱 감독과 탕웨이, 박해일의 첫 만남, 그리고 수사극과 멜로극이 결합한 독창적 드라마에 감각적인 미장센이 더해진 영화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오는 6월 29일 국내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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