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1:24→17:8’ 역전, 의회 과반 확보 4기 시정 탄력…차기 유력 대권주자 교두보 마련
2018년 펼쳐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보수 진영에 악몽 그 자체였다. 2017년 탄핵 사태를 겪으며 그로기 상태에 빠져 있던 보수 진영은 이듬해 대한민국 심장부인 서울에서 치명타를 맞았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기력하게 패했고, 구청장 선거에선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24개 구청장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줘야 했다.
광역의원 선거 패배는 더욱 뼈아팠다. 서울시의회 110석 가운데 102석을 더불어민주당이 휩쓸었다. 전체 의석 가운데 93%를 민주당이 가져갔다. 6석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은 서울시의회에서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박원순 3기 민주당은 서울시 구청장 96%에 해당하는 수적 우위와 더불어 서울시의회 의석 93%를 독식했다. ‘견제 없는 독주’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었다.
2020년 7월 '박원순 3기'는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뒤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까닭이다. 2021년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펼쳐졌다. 국민의힘에선 ‘경력자’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등판했다.
오 시장은 당시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와 경선 및 단일화에서 연승을 거두며 후보 자격을 얻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10년 만에 서울시청으로 복귀했다. 제20대 총선 서울 종로, 제21대 총선 서울 광진을에서 연패하며 정치 생명 최대 위기를 맞았던 오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전무후무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4·7 보궐선거에 이어 6·1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이끌며 역사상 유례없는 4선 서울시장이 됐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승리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오 시장이 얼마나 서울시장 선거에 강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서울 25개구 모든 지역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한 여권 인사는 “서울시 정치 지형을 불도저로 밀어버린 듯한 승리”라면서 “서울이라는 대선거구 안에서 오 시장 개인 기량을 확인할 수 있었던 선거”라고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그러나 서울시 구청장 선거와 시의원 선거에선 약간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한 야권 관계자는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한 형국”이라면서 이렇게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 시장이 압도적으로 승리했지만, 서울시 기초단체장 선거와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뿌리 민심은 남아 있는 정도로 승부가 마무리됐다. 4년 전엔 민주당이 ‘견제 없는 독주’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선 어느 정도 견제 세력을 유지했다는 부분이 불행 중 다행이다.”
4년 전 24 대 1이었던 구청장 지형도는 8 대 17로 변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서초·강남·송파 ‘강남 3구’를 필두로 강동·동작·용산에서 구청장을 배출했다. 오 시장이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출마했던 종로와 광진에서도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가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이 밖에도 서울 서남부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구청장 선거에서 약진했다. 양천구를 필두로 강서·영등포·구로가 붉은 색으로 덮였다. 마포·서대문·동대문·중구에서도 국민의힘 구청장이 승리했다. 강북3구 중에선 도봉구에서 승전고를 울렸다. 총 17개 구에서 이뤄낸 승리다.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서울 각구 행정 집행에 있어 여당이 유리한 정치 지형을 확보하게 됐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7개 구를 수성했다. 서울 서남부에선 금천·관악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 은평·성북·성동과 강북·노원·중랑이 푸른빛을 띠었다.
4·7 보궐선거 이후 오 시장 시정을 강력하게 견제하던 서울시의회 지형도 크게 바뀌었다. 6월 2일 오전 8시 기준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전체 의석 112석 가운데 77석을 확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 34석을 확보했다. 나머지 1석 결과와 관계없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했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12년 만에 보수 진영이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됐다.
거대 양당 서울시의회 의석수 격차는 43석으로 지방선거 역사상 최소다. 민주당 입장에선 견제의 여지는 남아 있는 형국이다.
정가에선 오세훈 4기 시정이 확실한 추진 동력을 얻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오 시장은 이번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지난 1년 동안 90% 이상인 민주당 의원들과 일하는데 죽는 줄 알았다. 무조건 반대하는 데 이길 사람이 없다”면서 “시의회를 절대 과반으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오 시장 바람대로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면서 TBS 교통방송을 교육방송으로 전환하는 조치를 비롯해 안심소득(생계)·임대주택 고급화(주거)·서울런(교육)·공공의료 확대(의료) 등 4대 공약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산 산정과 집행에 대한 행정 관련 주도권을 쥐게 된 까닭이다.
서울시 지방권력 지형도가 오 시장에게 유리하게 편성되면서, 오 시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 시장은 이런 세평에 대해 “서울 시정에 전념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 4연승을 이뤄내면서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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