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동, 한남동, 삼성타운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이태원동·한남동 부촌을 대표하는 집단은 삼성가일 것이다. 성북동 일대의 터줏대감인 현대 정주영 일가에 못지않게 이태원동·한남동 일대 부촌 중심에 버티고 앉은 삼성가의 위용 역시 대단해 보인다. 하얏트 호텔에 인접한 한남동 733, 740번지 일대 지역과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태원 1XX번지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가 사실상 접수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지난 70년대 말부터 이 일대에 터전을 잡아온 삼성가는 최근 들어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가족주택을 조성해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이 일대에 삼성 이건희 일가가 소유한 토지 면적만 해도 3천여평에 이른다. 한국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각인돼 온 이태원동·한남동 일대는 이제 ‘삼성가족타운’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얏트호텔 바로 아래 위치한 이태원동 135-XX와 135-XX, 135-XX에 걸쳐 소재한 승지원은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거주했던 곳으로 삼성그룹 영빈관으로 쓰이며 전경련 행사까지 소화하는 재계의 사교장이기도 하다. 이병철 회장의 자택은 장충동에 있었지만 승지원은 이병철 회장의 3남으로 삼성을 이어받은 이건희 회장의 ‘법통 승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승지원은 화려하지 않으면서 차분한 한옥풍 건축물로 삼성그룹과 이건희 일가의 역사가 묻어있는 곳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 본사보다 이곳으로 자주 출근한다고 한다. 올 초 이 회장을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해 재계인사들이 몰려가는 바람에 승지원이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기도 했다.
승지원 일대 토지 5백여평은 현재 호암재단 명의로 돼 있으며 이곳엔 두 개의 건물이 지어져 있다. 하나는 지하1층, 지상2층으로 연건평 1백46평 규모인데 지난 79년 동양방송 명의로 사들였다가 지난 81년 명의가 중앙일보로 변경된 흔적이 등기부에 남아있다. 삼성가의 방송사 폐국의 아픔이 묻어있는 셈이다.
또다른 건물은 이병철 회장 4녀 이덕희씨 남편인 이종기씨 명의로 돼 있다가 지난 2003년 호암재단에 증여됐다. 이종기씨는 중앙일보 사장, 제일제당 부회장을 거쳐 삼성화재 회장까지 지내다 은퇴했고 현재도 삼성전자 주식 8만주를 갖고 있다. 사위로 삼성가에 편입된 이 회장은 ‘삼성 이씨’들의 가족 대소사에 중개자 역할을 하는 인물로 알려져있다.
승지원 부지와는 별도로 이건희 일가는 이태원 일대에 9필지를 아우르는 대규모 가족주택가를 조성했다. 이 대저택은 건축과정에서 농심 일가 등 이웃과의 마찰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들 중 가장 큰 건축물은 135-XX, 135-XX, 135-XX 등 3개 지번에 걸쳐 소재한 주택으로 이 회장 본인 명의로 돼있다. 이 건물은 애초에는 삼성이 영빈관 용도로 짓는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공사 도중에 ‘이 회장이 이사한다’ ‘이 회장 큰딸인 부진씨 내외와 아들 재용씨 가족도 함께 이사갈 것’이란 얘기가 이 회장 가족 일가 저택으로 알려지게 됐다.
4백80여평 대지 위에 지층1층, 지상3층으로 지어진 이 주택은 연건평만 해도 1천평에 육박하는 대저택으로 지난해 7월에 완공됐다.
지난 6월 폭우가 쏟아질 때 이 저택 안방에 빗물이 샌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와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정부가 고시한 국내 주택 가운데 가장 비싼 74억원짜리 집으로 공인받은 이 저택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빗물 소동’에 대해 삼성측은 “근거없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던 바 있다.
이 주택과 맞붙은 135-XX, 135-XX, 101-XX 등 3필지에 걸쳐 지어진 대저택 역시 이 회장 명의 집이다. 지난해 8월 증축된 이 저택은 지하2층, 지상2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6백50여평 대지에 연건평만 무려 1천35평에 이른다. 7백평이 넘는 지하공간을 갖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 ① 지난 3월 당시 촬영된 이건희 회장 이태원 새집 공사현장. 9필지에 대저택 4채를 짓고 있다. ②,③ 은 이재용씨의 이태원동 주택(왼쪽)과 한남동 주택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 회장 명의 주택 다른 한편으로 인접한 곳엔 차녀 이서현씨 명의 주택이 들어서 있다. 135-XX와 146-X에 걸쳐있는 이 일대 토지는 2백27평이며 지난 7월 지하2층, 지상2층 건물로 증축됐다. 지상1층은 1백4평, 지상2층은 1백평이며 지하1층은 1백60평, 지하2층은 1백47평에 달한다. 지하 공간만 3백평이 넘어가는 셈이다. 이 일대 토지는 지난 2002년 5월 이 회장 부인 홍라희씨 명의로 사들였으며 현재 이서현씨 명의·주소지로 돼 있다.
이건희 회장 이태원 뉴타운은 여러 소문을 몰고 다녔는데 그 중 가장 솔깃한 내용이 바로 ‘지하 벙커’에 관한 이야기다. 이 회장 일가의 이태원 새 저택들은 모두 넓은 지하실 공간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회장 명의의 135-XX, 135-XX, 101-XX 소재 주택의 지하 1층은 3백85평, 지하2층은 3백55평이다. 135-XX 소재 이부진씨 명의 주택은 지하1층과 지하2층의 건평만 2백16평에 이른다. 135-XX, 146-X 소재 이서현씨 명의 주택은 1백60평의 지하1층, 1백47평의 지하2층 공간을 갖고 있다.
이 지하공간들에 대해 ‘이건희 일가가 전쟁에 대비한 지하 벙커를 만들었다’는 소문은 이미 재계에 널리 퍼져있는 상태다. 서로 맞붙은 이 저택들의 지하실 공간을 합하면 총 1천2백63평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건희 일가 이태원 신축 저택 지하실이 모두 통로로 연결돼 있다’ ‘핵공격에 대비한 가족용 지하 벙커다’라는 미확인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했다. 등기부상 나타난 지하공간의 전체규모가 1천평을 상회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삼성가 소유 주택들 내부구조를 전혀 알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 지하 벙커에 대한 추측이 생겨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측 인사는 “외부 손님들이 오면 차량이 한두 대가 아닌데 넓은 주차공간이 필요하지 않나”라며 “손님 접대를 위한 공간 확보 차원에서 지하공간이 넓게 지어진 것일뿐 ‘벙커’이야기는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삼성에 대해 관심이 많은 호사가들이 지어낸 ‘소설 속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삼성가의 이태원 뉴타운이 승지원에 이은 ‘제2 영빈관’이란 설도 관심을 끈다. 언론을 통해 이건희 회장은 종전 주소지인 한남동 740-XX에서 이태원 새 저택으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회장 주소지였던 한남동 740-XX 소재 주택에 현재 누가 사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자 ‘이 회장이 이태원 새 저택으로 옮기지 않고 기존 한남동 저택에 거주하는 것 아닌가’라는 미확인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이 회장이 과거 영빈관으로 활용해온 승지원을 집무실 개념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태원 새 저택가가 삼성가의 새 영빈관 용도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추측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 종전 주소지로 알려진 한남동 740-XX 소재 주택은 여전히 이 회장 명의로 돼 있다. 아직도 등기부등본상엔 이곳이 이 회장 주소지로 돼 있다. 3백28평 면적의 대지에 올려진 연건평 3백40평 규모의 2층 주택이다. 이 일대 토지는 지난 70년부터 이 회장이 갖고 있던 곳이다. 지금의 주택은 지난 97년 2월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곳은 지층과 지상2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지하실 개념인 지층 건물 면적만 1백65평에 이른다.
▲ 한남동 일대에서는 이건희 회장 형제와 처가도 적지 않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①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운영하는 대형미술관 리움 ② 골목을 사이로 맞붙어 있는 정용진-이명희씨 주택 ③ 홍석현 주미대사 자택. | ||
이건희 회장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한남동 740-X와 740-X에 걸쳐 소재한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증축된 것으로 보이는 이 주택은 지하3층, 지상2층인 5층 건물로 세워져 있다. 연건평은 3백73평인데 이 주택 역시 넓은 지하공간을 갖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하1층과 지하2층이 각각 91평씩이며 지하3층은 30평 규모다. 이 일대 토지는 이재용 상무가 지난 2000년 11월 매입했으며 토지 확보 이후 총 3번의 건물 증축을 한 것으로 등기부상 기재돼 있다. 이곳은 이 상무의 등기부상 주소지다.
이 상무의 집과 이 회장의 집은 마당을 통해 이어진다. 이 회장의 집 정원에서 걸어가며 이 상무집 5층으로 통하게 된 것. 이 상무의 집이 경사지 아래쪽에 배치돼 있고 이 회장이 경사지 위쪽에 자리잡아 자연스럽게 이 회장의 마당이 이 상무집 정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재용 상무의 이전 주소지였던 이태원동 소재 주택도 여전히 이 상무 명의로 돼 있다. 101-X, 133-X, 749-X 등 3필지에 걸쳐 있는 2백38평 대지 위에 있는 2층 주택으로 연건평 1백65평에 이른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이 상무는 이 집에서 계속 출퇴근을 한다고 한다. 이 집 맞은편엔 완공을 앞두고 있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새 저택이 서있어 삼성-LG 간 자존심 대결이이 벌어지는 듯한 형상이다.
이건희-이재용 부자 명의 한남동 주택에 맞붙은 한남동 741번지 일대엔 이 회장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장이 운영하는 대형 미술관 리움이 자리잡고 있다. 홍 관장은 한남동 740-XX 소재 토지 4백12평과 740-XX 소재 토지 32평을 개인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한남동 740-XX와 산10-1XX에 걸쳐진 지상1층, 지하5층 건물도 홍 관장 명의로 돼 있는데 연건평 5백10평에 이르는 대형 건물이다. 740-X에 소재한 토지 1백80평, 연건평 24평 건물도 홍 관장 소유 부동산이다.
이건희 회장 형제들의 일가도 이 일대에 적지 않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한남동 740번지에 있는 이 회장 자택에서 하얏트호텔 방향으로 오르다 보면 이 회장 여동생인 이숙희씨(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와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주미대사(전 중앙일보 회장) 일가의 집들이 들어서 삼성 한남동 타운의 한 축을 맡고 있다.
특히 한남동 733번지 일대에선 이명희 회장 일가 위세가 대단해 보인다. 이명희 회장은 한남동 733-XX 소재 토지·건물을 지난 78년에 매입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대지 2백34평 위에 지어진 연건평 1백57평 2층 주택이다. 인근 733-XX 소재 대지 2백50평 위에 지어진 연건평 80평 규모의 주택도 이 회장 명의 부동산이다.
이명희 회장 장남이자 탤런트 고현정씨의 전 남편인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은 이명희 회장 자택과 맞붙은 733-XX에 터전을 잡고 있다. 지난 95년에 1백82평 대지를 사들여 지하1층, 지상2층의 연건평 1백52평 주택을 지었다. 인근 733-XX엔 이명희 회장 딸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 명의 집이 있는데 연건평 1백30평 규모의 2층 주택이다.
홍석현 대사 자택은 한남동 747-X와 747-X에 걸쳐 소재한다. 지하2층, 지상2층에 연건평 3백43평에 이르는 대저택이며 삼성가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성벽 같은 담장에 둘러싸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