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지분 승계 핵심 ‘올품’ 주목…시효 만료 전 속도전, 검찰 우호 여론 형성 의도도
#수사 대상 업체들 표정 살펴보니
검찰의 이번 수사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고발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3월 담합 혐의를 받는 16개 육계 업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758억 23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이 2005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총 45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 출고량, 생산량, 생계 구매량 등을 합의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가담 정도 및 주도 여부, 과거 법 위반 전력 등을 고려해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마니커, 체리부로, 5개 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신선육은 치킨, 닭볶음탕 등 각종 요리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냉장 상태 닭고기고, 생계는 부화·성장 과정을 거친 후 도축되기 전 살아 있는 생닭을 뜻한다.
공정위는 이어 지난 4월 한국육계협회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한국육계협회는 협회 소속 업체들의 육계, 삼계, 종계 등의 판매가격과 생산량, 출고량 등을 결정해 가격 할인 경쟁을 제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계는 주로 삼계탕에 사용되는 닭고기 신선육이고, 종계는 식용 닭고기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부모 닭을 말한다.
육계 업계는 담합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육계협회는 공정위 조사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의 수급조절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농림부의 행정지도에 따르지 않으면 지원금 미지급 등 불이익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국육계협회는 농림부 관계자가 참석한 업계 간담회 등에서 육계 신선육 냉동비축량 확대, 입식량 조절 등을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공정위 제재로 인해 소규모 육계 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농림부가 발전에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일반적인 책무를 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농림부 관계자의 행정지도가 있었다고 해도 이번 담합은 행정지도의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검찰 수사 대상 업체 중 하나인 올품에 주목한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올품 지분 100%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올품은 하림그룹 지주사 하림지주 지분 5.78%를 갖고 있지만 김준영 씨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하림지주 지분은 없다. 올품이 향후 하림그룹 지분 승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올품의 매출은 2020년 3178억 원에서 2021년 3836억 원으로 오르는 등 실적이 상승세에 있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의 결정으로 올품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품이 공정위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은 256억 원으로 16개 업체 중 (주)하림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공정위는 부당이득 규모, 재무 상황, 시장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과징금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담합으로 인한 올품의 수익 규모가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안 그래도 공정위는 지난해 하림그룹 계열사가 올품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계열사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올품을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정부정책에 순응한 결과가 오히려 부메랑이 돼 회생 불능의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한국육계협회가 정부의 공문에 의한 지시에 대해 법적 근거를 따져 사업을 이행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수사 대상 업체들은 “한국육계협회를 통해 입장을 발표했고, 회사별 입장은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닭고기 가격 안정될까
최근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닭고기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지수(2020년 100 기준)는 지난해 말 104.04에서 올해 5월 말 107.56으로 3.38% 올랐고, 같은 기간 닭고기 물가지수는 107.24에서 122.47로 14.20% 올랐다. 닭고기 가격 상승률이 평균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공정위가 적발한 담합 가담 업체들은 국내 육계 업계를 장악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담합 적발과 검찰 수사가 닭고기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한다. 이와 관련, 공정위 측은 “온 국민이 애용하는 닭고기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담합을 시정했다”며 “거액의 과징금 부과와 고발 조치 등 엄중 제재함으로써 향후 시장에서 경쟁질서가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육계 업계처럼 몇몇 업체가 독점하는 시장이 아닌 여러 업체가 경쟁하는 구조에서 가격 경쟁을 하면 결국에는 다 같이 망한다”며 “육계 업체들이 시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지나친 할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검찰이 육계 업체 수사에 속도를 내는 이유가 공소시효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독점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의 공소시효는 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까지다. 공정위가 밝힌 담합 종료일은 2017년 7월 27일이므로 올해 7월이면 공소시효가 끝난다. 즉,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 전에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 안팎에 대한 여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검찰 출신 인사를 주요 요직에 배치하면서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비리 수사를 계기로 검찰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 또 하반기 검찰 인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검사 개인의 실적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검찰이 최근 삼성웰스토리,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대적인 수사를 하는 것은 검찰 수사권 관련 뒷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수사에서 성과를 내면 여론을 환기시키고,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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