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캐피탈, 계열사에 CP 매각 방식 자금 융통 두고 검증 필요성 제기…회사 측 “적법한 절차로 진행”
하림그룹은 승계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받는 회사다.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인 하림그룹은 동일인(총수)으로 김홍국 회장의 이름을 올렸지만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올품은 그의 장남 김준영 씨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김준영 씨의 사실상 개인회사는 또 있다. 에코캐피탈이다. 올품의 100% 자회사 에코캐피탈과 관련, 그룹 계열사에 기업어음(CP)을 무더기로 매각하는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에코캐피탈은 오는 30일 하림푸드에 만기 1년짜리 60억 원 규모의 CP를 3.15% 이자율로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3월 30일에는 하림펫푸드에 만기 1년 3%의 이자율의 CP 60억 원 규모를 매각했다. 또 지난해 12월 13일에는 한강식품에 만기 6개월가량의 130억 원 규모의 CP를 2.9% 이자율로 매각하기도 했다. 에코캐피탈은 꾸준히 계열사에 CP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에코캐피탈이 지난달 4일 엔바이콘에 매각한 만기 1년 이자율 3.1%의 20억 원 규모 CP다. 엔바이콘은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100% 모회사 엔에스쇼핑으로부터 50억 원을 출자받았는데, 이 돈이 에코캐피탈 CP 매입에 투입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엔바이콘이 에코캐피탈 CP를 매입하기 한 달 전인 지난 4월 엔에스쇼핑은 만기가 약 3년인 회사채를 900억 원 규모로 발행했다. 연 금리는 4.82%. 결과적으로 엔에스쇼핑이 엔바이콘에 출자한 자금이 이자율 3.1% CP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에코캐피탈로 흘러갔는데, 정작 엔에스쇼핑은 금리 4.82%의 회사채를 발행한 셈이 됐다.
하림그룹 측은 억울할 수 있다. 시기상 엔에스쇼핑이 엔바이콘에 출자한 시점은 지난해 11월이고 회사채 발행 시기는 엔바이콘에 대한 출자 이후 5개월가량 지난 시점이기 때문이다. 에코캐피탈 관계자는 “엔에스쇼핑의 엔바이콘 출자와 엔바이콘의 CP 매입, 엔에스쇼핑의 회사채 발행은 모두 각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진행된 거래로서 특정 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거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세 회사에 계열사 자금이 수백억 원 단위로 들어가는 것이 적절한 경영적 판단이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코캐피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에코캐피탈은 CP 매각을 통해 1253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가운데 계열사 자금은 473억 원이다. 일요신문i가 파악한 바로는 이들 CP는 모두 만기가 1년 미만이다. 에코캐피탈의 부채 총액이 1726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부채의 72.5%가량이 1년 미만의 자금으로 구성된 셈이다.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계열사 자금의 비중은 약 27% 수준으로 적지 않다.
차입금 가운데 CP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어 검증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통상 1년 미만의 단기 차입금 증가는 재무건전성 악화로 비친다. 지난해 에코캐피탈의 전체 차입금 규모는 1696억 원으로 전년 1462억 원 대비 16%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CP는 1253억 원으로 전년 994억 원 대비 26% 증가했으나, 일반차입금은 442억 원으로 전년 467억 원 대비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차입금 가운데 CP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3.8%로 전년 68%보다 5.8%포인트 상승했다.
김규식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1년 미만의 단기 CP는 장기 채권에 비해 금리 수준이 낮다”며 “단기 채권을 계열사나 관계가 밀접한 회사에 매각해 수차례 계약을 연장하면 사실상 저렴한 단기 채권 금리로 장기간 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에코캐피탈이 발행한 CP를 매입한 계열사가 비상장 계열사라고 해도 이들 회사를 지배하는 회사가 상장사라면 이들 상장사는 CP를 매입한 자회사에 서한을 보내 CP를 매입한 배경을 해명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코캐피탈 관계자는 “계열사에 CP 매각을 할 때 세법과 공정거래법에 따라 이뤄진다”며 “이 과정에서 사실상 특정 회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계열사에 단기간 사용처가 마땅치 않은 자금이 있는 경우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CP 거래가 발생한다”며 “해당 CP의 금리는 비계열사에 제공되는 금리와 같도록 설계돼 있어 구조적으로 이들 계열사와 거래에서 이익을 몰아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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