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유엔빌리지는 50년대 말 외국인 기술자들을 위한 주거지를 만들면서 형성된 곳인데,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일품인 데다 이 일대에 외국 대사관들이 대거 들어선 탓에 땅값이 치솟았다. 보통 강남구 신사동에서 한남동 방향으로 한남대교를 넘어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주택 밀집지역(한남동 1번지, 11번지 일대)을 가리킨다.
유엔빌리지를 현재 구성하고 있는 인사들 중 상당수는 재벌가 인사들이다. 특히 몇몇 재벌은 이 일대에 ‘가족타운’을 구성해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성북동에선 현대 정주영 일가가 터줏대감이고 이태원동에선 삼성 이건희 일가가 대표적인 재벌가라면 한남동 유엔빌리지에서의 대표적인 벌족은 현대가 장자 정몽구 일가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방대한 양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이탈리아 대사관 맞은편인 한남동 1-3XX에 살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74년에 이 일대 토지 3백40평을 사들였으며 이곳엔 두 개의 건물이 세워져 있다. 연건평 1백40평 규모의 2층 주택 건물이 하나 있으며 그 옆엔 연건평 1백50평짜리 2층 건물이 또 하나 들어서 있다.
정 회장은 자택과 맞붙은 한남동 1-3XX 소재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다. 정 회장 자택에서 이탈리아 대사관을 바라본 상태에서 오른편에 위치한 이 일대 토지 1백50평을 정 회장 둘째딸 명이씨 명의로 사들였다가 지난 2002년 6월 정 회장 명의로 바꿨다. 이곳엔 등기부상 주차장 용도로 기재된 1백20평 규모의 건물이 들어섰다. 정 회장 주재 가족모임이나 외부인사 초대 시에 여러 차량이 들어설 수 있는 주차공간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둘째딸 재산을 ‘가져가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바로 옆인 1-3XX 소재 연건평 80평 2층 건물과 1백26평 토지는 원래 정 회장 소유였다가 지난 2002년 6월 명이씨 명의가 됐다. 현재 정 회장 명의 주차용도 건물이 명이씨에서 정 회장으로 옮겨간 것과 같은 시점이다. ‘주고받은’ 셈이다.
이탈리아 대사관 별관을 바라본 상태에서 정 회장 자택 바로 왼편엔 정 회장 큰딸 성이씨 집이 맞붙어 있다. 지난 98년 성이씨 명의로 된 한남동 1-3X1, 1-3X2 일대 2백5평 토지 위엔 연건평 80평 규모 2층 주택이 세워져 있다.
셋째딸 윤이씨도 유엔빌리지 ‘현대차 가족타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성이씨 집 바로 옆인 한남동 1-3X2에 터전을 잡고 있다. 1백2평 대지 위에 지어진 연건평 1백12평 규모 2층 주택으로 지난 2002년 1월 매입했다. 이탈리아 대사관 별관에서 정 회장 자택 방향으로 바라보면 육안에 들어오는 집들은 모두 정 회장 일가 소유로 볼 수 있다.
고 정주영 회장 형제 중 셋째인 정순영 성우 명예회장의 맏아들인 정몽선 현대시멘트 회장도 유엔빌리지 일대에 터를 잡고 있다. 정몽구 회장 일가 주택단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한남동 1-2XX 일대를 아우르는 2백30평 토지 위에 연건평 1백62평 규모 3층집을 짓고 살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숙부뻘 되면서 LG그룹에서 분가한 구자원-구자훈 LG화재 일가도 유엔빌리지 일대에 터를 잡고 있다. LG화재 일가의 한남동 재산 목록은 빌라형태로 채워져 있다. LG화재 일가는 한남동 11-1XX 소재 빌라 안에 있는 네 채 중 두 채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 98년 구자원-구자훈 형제는 이 빌라 내 맞붙은 집 두채(2층과 3층)를 사들였다가 올 1월 두 채 모두 구자원 명예회장 차남 본엽씨에게 증여됐다. 두 채를 합친 공간은 1백12평에 이르며 한 채당 시가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구자훈 회장은 이집트 대사관 인근 한남동 1-XX에 소재한 빌라 301호에 살고 있으며 이곳은 구 회장 명의로 돼 있다. 구 회장은 유엔빌리지 내 잔디공원에 인접한 한남동 11-XX6에 있는 67평 규모 빌라 한 채도 소유하고 있다. 구 회장은 올 초 국내 최고가 빌라로 공시된 한남동 모 빌라에 인접한 11-4XX 소재 토지 20여평도 갖고 있다.
▲ 대표적인 부자동네 유엔빌리지에 터를 잡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재벌가 인사들이다. 위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 자택이고 아래는 신동빈 롯데 부회장 빌라. | ||
이 일대의 재벌 인사 중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일가도 빼놓을 수 없다. 한남동 11-XX1 소재 빌라엔 집이 네 채가 있는데 이들 모두 김 전 회장 차남 김선협씨 소유다. 시가총액은 2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선협씨 소유 빌라 바로 옆에 붙은 11-2XX 토지 2백67평도 김 전 회장 일가 소유물이다. 김 전 회장 부인 정희자씨가 지난 2003년 8월에 사들인 것이다. 이 부지는 김우중 전 회장의 새 집터가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전 회장의 건강악화를 근거로 ‘귀국→병보석→형 집행정지’ 수순을 미리 염두에 뒀을 가능성을 증폭시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2층 주택을 지을 경우 한강이 내려다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으며 김 전 회장이 노후를 안락하게 보내기 위해 마련한 부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으로 밝혀질 경우 수사당국이 압류조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풍수가들은 이 집터와 관련, 터의 위치는 좋은데 대문을 북쪽으로 낼 수밖에 없는 게 흠이라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일가도 유엔빌리지 일대에 무시할 수 없는 부동산을 갖고 있다. 한남동 11-3XX에 있는 2층 주택은 지난 5월 유명을 달리한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 명의로 돼 있다. 이건희 회장 자택과 가까운 한남동 7XX-48외 3필지에 있는 저택도 고 박 명예회장 재산이다. 박 명예회장 생전에 음악회를 열기도 했던 이곳은 지하3층, 지상 2층에 연건평만 2백70평에 이르는 대저택이다. 두 집 모두 아직 등기부상 고 박 명예회장 명의로 돼 있는 것으로 보아 재산 분할·증여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 박성용 명예회장 동생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한남동 11-3X0과 11-3XX를 아우르는 연건평 1백10평 2층 주택에 지난 94년부터 살고 있다. 이 일대 토지는 지난 89년 박 회장이 사들인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한남동 11-4XX와 11-XX9를 아우르는 1백평 규모 주차장 건물도 갖고 있다.
‘형제 경영’으로 유명한 금호아시아나 일가는 그들이 보유한 한남동 일대 부동산 등기부상에서도 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고 박성용 명예회장 명의 부동산 등기부엔 박 명예회장 아들인 재영씨 외에도 조카인 준경 세창 철완씨 등이 이 등기부를 담보로 금융대출을 받은 흔적이 남아있다. 박삼구 회장 소유 부동산 등기부에도 박 회장 형인 고 박정구 금호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부회장이 이 집을 담보로 금융권 자금을 융통한 흔적이 보인다. 형제간 회장직 승계 전통을 이어나가는 금호아시아나 일가에겐 부동산도 공동재산 개념인 셈이다.
▲ 정희자씨 땅과 오른쪽으로 보이는 김선협씨 빌라(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자택. |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동생인 조남호 사장은 한남동 11-XX에 터를 잡고 있다. 지난 88년에 이 일대 토지 3백13평을 사들여 3층 주택을 지었는데 연건평만 1백85평에 이른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도 한남동 3XX번지에 위치한 R빌라 A동 4XX호를 지난 2000년에 사들여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다. 신 부회장 집은 73평형이며 이 빌라는 한 채당 20억원 정도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곳은 등기부상 신 부회장의 주소지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이 빌라 관리인은 “신 부회장이 이곳에서 출퇴근을 하나”란 기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