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 3중 2약 판도 속 서귀포 주부기사 김윤영 뜻밖 선전…‘20후’ 김은지·김효영·김민서 등 눈길
2022 여자바둑리그 8개 팀 선수 중 데뷔 1~3년 차 또는 20세 이하 신예는 8명. 고미소(포항 포스코케미칼), 김경은(보령 머드), 김민서(부안 새만금잼버리), 김은지(섬섬여수), 김효영(섬섬 여수), 박소율(보령 머드), 이슬주(섬섬여수), 정유진(서울 부광약품) 등이다. 2002년생부터 2007년생까지 분포도 다양한데 과연 이들의 현 위치는 어딘지 점검해봤다.
#김윤영·오유진, 깜짝 활약으로 선두 견인
신예들의 활약을 분석하기 전에 여자바둑리그 판도를 먼저 분석해보자.
올해 여자바둑리그는 7월 5일 현재 전체 14라운드 중 6라운드를 소화한 결과 3강 3중 2약의 판도를 보이고 있다. 5승 1패의 서귀포 칠십리와 순천만국가정원이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4승 2패의 보령머드가 3위로 여기까지가 3강이다.
3강에 이어 삼척해상케이블카, 서울 부광약품, 포항 포스코케미칼이 3승 3패로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1승 5패의 부안 새만금잼버리와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한 섬섬여수가 6패로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개막 전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인데 팀마다 대체로 1지명들이 제 역할을 해주는 것이 눈에 띈다. 팀 순위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거나, 예상에 없던 선수들의 분전에 의해 갈렸다. 서귀포 칠십리 3지명 김윤영과 순천만국가정원의 2지명 이영주 같은 선수다.
캐나다에서 바둑보급에 열중하다가 임신으로 인해 국내에 돌아온 김윤영은 5년 만에 다시 여자바둑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서귀포 칠십리의 3지명으로 지목된 김윤영은 6라운드 현재 5승 1패로 팀의 선두질주를 견인하고 있다.
우승후보 군에 없었던 순천만국가정원의 1위 역시 2지명 이영주(4승 2패)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이영주는 오정아, 허서현, 김채영 등 각 팀 1지명들을 꺾는 수훈으로 오유진과 더불어 팀 승리에 필요한 ‘2승’ 합작에 힘을 보탰다.
#3년 내 세대교체 가능할까
‘신예들의 활약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모두 부진했던 것은 아니고 섬섬여수의 1지명 김은지(4승 2패)와 부안 새만금잼버리의 2지명 김민서(3승 3패), 포스코케미칼의 고미소(2승 1패) 등은 어느 정도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나머지 기사들은 대부분 5할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리그 시작 전 김효영, 김민서가 주축을 이룬 새만금잼버리와 김은지, 이슬주를 앞세운 섬섬여수가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6라운드 현재 두 팀은 각각 1승 5패, 6패로 최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그렇다면 이게 끝일까. 한국바둑리그 타이젬 안형준 감독의 생각은 좀 다르다.
“처음 예상과 다른 결과라 당혹스럽지만 역시 경험부족이라고 봐야겠지요. 물론 김은지 3단은 예외입니다. 김은지는 또래에 비해 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불리한 국면도 이겨내는 힘이 붙어 이젠 신예라 하긴 좀 그렇죠. 여자리그가 총 14라운드니까 아마 후반기가 시작되는 8라운드부터는 달라질 것이라 봅니다.”
안 감독은 ‘20후’ 그러니까 2000년 이후 출생한 여자 기사들의 기량을 높이 봤다. 김은지 외에 주목해야 될 기사가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한 명만 꼽기는 어렵습니다. 김효영, 김민서, 정유진, 이슬주, 그리고 박소율도 빼면 서운해 할 것 같고…”라고 했다. 그래도 ‘딱 한 명만 지목해야 한다면?’이란 질문에 안 감독은 조심스럽게 김효영을 꼽으며 이렇게 설명했다.
“일단 수읽기가 좋습니다. 경험은 쌓을 수 있고, 반면운영 능력도 훈련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만 수읽기 능력은 타고나야 합니다. 이건 이창호, 이세돌, 신진서 등등 초일류 기사라면 예외가 없어요. 학력고사에서 다른 과목 아무리 잘해도 국영수에서 밀리면 대책 없는 것과 같습니다. 예전에 효영이가 남자 유망주 한우진 4단과 연습바둑 두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속도에서 밀리지가 않아요. 수읽기가 빨라야 속도도 나오는 법이거든요. 어느 선배가 김은지보다 대성할 수 있는 기대주라고 했다던데 틀린 말도 아닌 듯합니다.”
안 감독은 덧붙여 약 3년 정도면 여자바둑도 세대교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은 여자 기사들의 층이 두텁습니다. 맨 위에 최정 9단이 버티고 있고 1990년대 후반의 오유진, 조승아, 김채영도 우승 경력이 있는 강자들이지요. 이젠 주부 기사들이라 통칭되는 1990년대 초반 세대들도 쉽게 내려올 마음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신예들의 성장이 빨라요. 지금은 많이 지긴 해도 지더라도 내용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선배들이 긴장해야 할 겁니다.” 과연 후반기 여자바둑리그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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