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병역법 개정 데드라인 넘겨 정부 시행령 개정이 사실상 유일한 해법인데 주무부처들 원칙적 입장만…
여의도에서 용산으로 넘어온 방탄소년단(BTS) 병역특례 이슈에 대해 6월 23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에서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이다. 국민 여론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과 함께 ‘지금’은 대통령이 직접 어떤 입장을 밝힐 시점이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7월 1일 이후 BTS 병역특례 이슈에서 국회는 사실상 빠지게 됐다. 이제 대중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를 인정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라도 공포기간 6개월을 감안하면 BTS는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BTS 멤버 가운데 최연장자인 진(본명 김석진)이 1992년 12월 4일 생으로 이제 2023년이 되면 더 이상 군 입대를 연기하지 못하고 바로 입대해야 한다.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끝난 뒤 속도감 있게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킬지라도 차연장자인 1993년생 슈가(본명 민윤기)부터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국회를 통한 법 개정 만으로는 2023년부터 BTS 완전체 활동이 전면 중단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국민들 여론이 그렇다면 관련 규정을 국회에서 고칠 수 있겠죠”라고 말했다.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국회에서 병역법을 개정하며 공포기간을 이례적으로 3개월 정도로 줄이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중예술인의 병역특례를 반대하는 여론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는 BTS, 특히 멤버 진에 대한 지나친 특혜로 비칠 수 있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왔다. 굳이 국회에서 병역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병역법 시행령을 고쳐 대중예술인에게 병역특례를 허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부의 공식입장이 중요해졌는데 정부수반인 윤 대통령은 “지금 먼저 언급할 상황은 아니”라며 즉답을 피했다.
사실 정부에서 시행령을 개정하려면 과정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이 ‘먼저 언급할 상황이 아니’라고 밝힌 까닭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민 여론이 그렇다면’이라는 단서가 충족되고, 주무부처 등 정부를 통해 관련 절차를 모두 거친 상황이 오면 뭔가 특별한 언급을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의미로 윤 대통령의 발언을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무부처에서 관련 의견을 개진해 논의를 거친 뒤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병역법 관련 주무부처는 병무청과 국방부다. 그런데 이들 부처는 대중예술인의 병역특례에 원칙적 반대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6월 24일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기식 병무청장은 “BTS 병역 문제에 대한 입장이 그대로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이 병무청장은 ‘병역의 의무’는 “BTS뿐 아니라 젊은 청년에 공통적인 것”이라고 밝힌 뒤 “젊은 청년들의 제일 큰 화두는 공정이다. 공정이라는 화두는 병역 의무에 있어 불변의 화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역을 면탈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없애 누구나 공정하게 군대에 간다고 느껴야 청년들이 국방의 의무를 잘 수행하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이기식 청장은 병무청의 제일 큰 숙제를 “어떻게 하면 좋은 병역자원을 군에 만들어줄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좋은 병역자원을 군에 공급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 병무청의 특성상 병역특례 확대를 찬성하는 것은 태생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병무청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병역특례에 찬성 입장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주무부처는 아니지만 대중예술인 관련 업무를 다루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이 중요하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7월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BTS 병역특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첫 번째로 병역은 신성한 의무라는 점, 두 번째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으로 K 문화를 알리고 한국 브랜드를 압도적으로 높였다는 점, 세 번째로 기초 예술 분야와 대중 예술 사이의 형평성 등 세 가지 요소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히며 “무엇보다 국민 여론이 중요하다. 저희가 주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지만 이런 기조로 접근해 병무청과 국회에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10여 일 전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입장과 거의 동일하다. 사실상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결국 국민 여론이 BTS 병역특례 허용으로 확연하게 기운다면 시행령 개정이나 국회를 통한 병역법 개정 등의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방식으로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의 16강 진출로 전국이 축제 분위기인 상황에서 실제 병역특례가 이뤄졌고, 국가대표는 16강을 넘어 ‘4강 신화’로 국민들에게 화답했다.
한국갤럽이 4월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상대로 대중예술인 병역특례에 관해 물은 결과 ‘포함해야 한다’가 59%로 ‘포함해선 안 된다’(33%)보다 높게 나왔지만 압도적인 수치는 아니다. 또한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4월 15~26일 성인 5039명을 대상으로 한 ‘BTS 병역특례 이슈’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일반인들과 달리 한류 인기에 따라 병역 기준을 나누는 것 자체가 불공평하다’(36%)와 ‘국격을 올린 사람들에게 주는 국가 차원의 대접’(34.6%)으로 엇비슷하게 나왔다.
게다가 최근 BTS가 단체 활동 중단 선언을 해 국민 여론의 흐름을 뒤바꿀 특별한 계기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대로 압도적인 국민 여론이 형성되지 못한다면 BTS 병역특례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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