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화재가 외국인근로자전용보험을 독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한 지방노동청 고용안정센터에서 상담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 | ||
삼성화재가 1년 넘게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전용보험’에 대해 보험업계와 노동부 간의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근로자 전용보험은 2004년 8월17일 시행된 외국인고용허가제에서 규정된 것으로, 출국만기보험, 귀국비용보험, 상해보험 3개를 합친 단일 보험상품이다. 의무보험으로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이 외국인근로자 입국시 오리엔테이션과 동시에 삼성화재의 상품신청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동부화재, LG화재, 현대해상, 동양화재 4개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9월 감사원에 진정서를 넣으면서 삼성화재가 독점적으로 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의무가입보험이라 할지라도 국가기관이 보험사를 지정해 단독시행권을 주는 것은 일종의 특혜가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지난 1년간 진행된 감사결과가 미흡하다는 반응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노동부가 보험판매자를 한 곳으로 지정한 것은 법에 저촉된다며 이를 취소시키기 위한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
한편 22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단병호 의원 등이 이를 문제삼을 예정이어서 또 한번 삼성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수도 있다.
‘외국인근로자 고용등에 관한 법률’이 공표된 것은 2003년 8월16일. 1년 뒤인 2004년 8월17일부터 시행되었다.
당시 노동부는 5월18일부터 입찰 절차를 시작해 최종적으로 삼성화재를 선정했다. 경쟁사들이 제기하는 부분은 이렇다. 첫째, 국가기관인 노동부가 실제 보험가입자인 근로자와 사업주의 의사를 무시하고 한 보험회사와 일괄 계약하도록 했다는 점. 둘째, 제안서 제출 당시 삼성화재는 단체요율을 적용해 적은 보험료를 써 넣었다가, 실제 계약시에는 개인요율을 적용해 보험료를 인상한 것은 명백한 절차상의 문제라는 것. 셋째, 통상 손해보험의 계약기간이 1년인 데 반해 2년으로 두 배의 계약기간을 허용해 준 것 등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와 삼성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험 시행 전 소극적 자세를 보이던 타 보험사들이 뒤늦게 사업성을 파악한 뒤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보험상품 개발을 위해 금융기관과 첫 간담회를 가졌는데, 은행과 생명보험사들이 보험상품 개발에 부정적 의견을 보였고 몇몇 손해보험사들만 상품개발 의사를 밝혔으며 이후 5월에 가진 손해보험사들 간의 간담회에서 대부분 단체가입 방식에 찬성했고 시행사는 1∼2개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민원을 제기한 손해보험사들은 당시 구두로 제시한 단순한 의견일 뿐, 이를 공식적인 의견 수렴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는 당시 회의록을 남기지 않았고 간담회 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한 자료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1개 업체 지정에 대한 어떤 합의 근거도 갖추고 있지 못한 셈이다.
입찰 당시 삼성화재가 손해보험 부분의 가격에 단체요율을 적용해 제안서를 내고 시행사로 선정된 뒤, 실제 계약시에는 가격을 올려 제출한 것에 대해서도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화재측은 “당시 입찰이 아니라 제안서 제출이었다. 상품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검토중이던 가격 가이드라인을 참고삼아 밝힌 것이다. 추후 실제 요율 계산 과정에서 보험료가 인상되었지만 처음 타 보험사들이 써낸 가격보다도 적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타 손해보험사들은 “2, 3위가 1만3천원대, 1만2천원대를 써낸 반면 삼성화재가 7천4백원대로 아주 낮은 가격을 써냈다. 이후 올린 가격 또한 이미 기존 입찰가를 알기 때문에 그 이상 올리지 못한 것이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동부는 “채점 과정에서 가격 배점은 5점에 불과했고 점수차도 삼성화재 5점, 동부화재 4점, 현대해상 3.2점으로 1∼2점 차이밖에 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존 금융기관 경영실태, 민원서비스 수준, 사업계획서를 검토해본 결과 삼성화재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2년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 노동부는 “초기 사업자로 상품개발 비용과 운영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계약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삼성화재의 상품 중 퇴직금에 해당하는 출국만기보험은 월급여의 8.3%를 불입하도록 되어 있다. 3년 후 근로자들이 귀국시 받게되는 지급액은 원금의 101%로 현재 삼성화재가 국내에서 운영하는 퇴직연금의 연이율 6%에 크게 못 미친다. 삼성화재측은 초기사업비 등 적정수익율을 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은 독점운영의 폐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9월7일 감사결과 발표를 통해 입찰 당시 노동부가 단체보험요율로 보험료를 산출하여도 무방한 것으로 인정한 것은 보험업감독규정 위반이라는 결과를 통보했다. 그러나 다른 민원항목에 대해서는 “국가기관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것”이라며 결과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논란에 대해 업계는 일차적으로 노동부의 업무상 미숙이 원인임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법 제정 후 시행까지 1년의 기간을 주었지만 시행 4개월 전에야 처음으로 금융기관과의 간담회를 가질 정도로 급하게 일을 추진하다 보니 절차상의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부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삼성화재측은 노동부가 제시한 절차에 따랐을 뿐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타 업체들은 노동부의 미숙한 업무 와중에 결과적으로 삼성화재의 의도에 노동부가 끌려다닌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