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 토막 난 사이 박상규 대표 보수는 3배 폭등…최성환 사업총괄은 지분 확대
SK네트웍스의 주가가 최근 몇 년간 힘을 못 쓰고 있다. 2017년 4월 827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0일 종가 4255원으로 반토막(-48%)이 났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넘치는 유동성에 대부분 기업 주가가 폭등하던 시기에도 SK네트웍스 주가는 예외였다.
SK네트웍스의 매출이 2017년을 기점으로 축소된 것이 주가 하락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2017년 SK네트웍스는 회사 내 주요 사업부를 줄줄이 매각해 현금을 챙겼다. 2017년 1월에는 패션사업부문을 한섬글로벌과 현지앤에프에 3241억 원에 매도했다. 해당 사업부문의 매출액은 2015년 기준 5663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2.8% 수준이었다.
그해 3월에는 총 매출 규모 2146억 원(2015년 기준)에 달하는 유형자산 LPG 충전소와 LPG 사업영업권을 각각 파인스트리트자산운용과 SK가스에 넘겼다. 총 양도가액 규모는 3039억 원 수준이었다. SK네트웍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 정도였다. 같은 해 8월에는 매출 규모 5조 5137억 원(2016년 기준)에 달하는 유류제품 도매판매(홀세일 사업부) 사업부를 SK에너지에 매각했다. SK네트웍스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9.87%에 달했다.
매출 비중의 30%가량의 사업부를 정리하자 자연스럽게 실적도 축소됐다. 2016~2021년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보면 2016년에는 각각 18조 4573억 원에 1673억 원, 2017년 15조 2023억 원에 1427억 원, 2018년 13조 9864억 원에 1378억 원, 2019년 13조 542억 원에 1093억 원, 2020년 10조 6259억 원에 1239억 원, 2021년 11조 181억 원에 1219억 원을 기록해 해가 갈수록 하락세를 보였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홀세일 사업부 매각은 향후 탄소배출권 규제 등으로 사업 전망이 좋다고 할 수 없어 매각을 단행했다”며 “향후 미래 사업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사업부를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업부 정리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지만 정작 SK네트웍스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업부 정리와 매출 축소로 주가가 하락했다면, 장기 비전과 미래사업 전망으로 떨어진 주가를 끌어올리는 게 일반적인데 SK네트웍스는 그런 모습을 부족하다는 평가다.
오히려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의 책임이 있는 박상규 대표이사 사장의 보수는 주가 침체기에 3배나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미등기 임원(상근)이었고 2017년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상규 대표가 두 해 동안 '임원 보수 공시'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보면 이 기간 박상규 대표의 보수는 5억 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임원 보수를 공시해야 하는 대상은 5억 원 이상의 임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박상규 대표의 보수는 17억 3800만 원이었다. 2017년 박상규 대표의 보수를 5억 원으로 기준 잡아도 4년 사이 보수가 3.4배 오른 셈이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주요 자산의 매각으로 매출 구조가 축소되고 이런 변화에 따라 주가가 하락한다면 회사나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주가 하락을 기업가치 훼손으로 본다면 대표이사는 그 책임이 있는데 오히려 보수를 크게 올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2017년 대대적인 사업 재편은 미래 가치를 본 결정으로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주가 흐름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이며 (박상규 대표의 보수는) 회사 내 임원 보수 평가 절차에 따라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주가 하락기에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 최성환 사업총괄이 SK네트웍스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성환 총괄은 지난 7월 8~15일 SK네트웍스 주식 17만 6374주를 주당 4150~4249원에 매입했다. 이로써 최성환 총괄이 확보한 SK네트웍스 지분율은 기존 2.5%에서 2.57%로 0.07%포인트 높아졌다.
그동안 시장 한편에서는 SK네트웍스가 최신원 전 회장과 최성환 총괄을 중심으로 SK그룹에서 계열분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최신원 전 회장과 최성환 총괄의 SK네트웍스 지분이 너무 없는데다 SK네트웍스의 최대주주인 SK㈜ 지분율이 39.16%나 돼 계열분리 관측이 동력을 얻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최성환 총괄이 지난해 초까지 SK네트웍스 지분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끌어올린 최성환 총괄의 지분율 2.57%는 주목할 만하다. 최 총괄은 현재 SK㈜와 국민연금(5.94%)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지배주주 일가의 책임경영 일환으로 지분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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